삶의 그림자

이훈길展 / LEEHOONGILL / 李薰吉 / photography   2011_0511 ▶ 2011_0517

이훈길_삶과 그림자_크로모제닉 프린트_100×15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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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2.725.2930 www.gallery-now.com

일상의 열린 틈새를 찾아서 ● 이훈길은 건축을 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도시란 큰 무대이고, 건물은 그가 만들어 내는 포즈다. 막이 내리면, 그는 가끔 자유롭게 무대 사이를 배회하는 도시의 산책자가 된다. 산책자로서 그가 만들어 낸 사진은 건축이라는 인위적인 포즈가 아니라 좀더 자연스럽고 느슨하게 빚은 시선이다. ● 건축이라는 틀에서 나온 그의 사진은 보편적인 장소의 틈새를 파고든다. 주로 태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늦은 오후의 빛을 담은 사진들은 명암의 대비가 뚜렷하다. 그래서 강한 디테일은 더욱 드러나고, 흐린 디테일은 사라진다. 오브제의 온전한 형상보다 빛이 만든 그림자가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브제가 아니라 그림자 자체를 담으려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훈길_어느날의 오후_크로모제닉 프린트_100×150cm_2011
이훈길_3.5 dimension_크로모제닉 프린트_100×150cm_2011

따라서 장소의 지리적인 정보는 삭제된다. 이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객관적인 정보보다 사진을 찍은 '순간의 분위기'가 더 드러난다. 그림자에서는 정보를 추출하기 어렵다. 그 검은 여백은 사진을 바라보는 개인들의 상상을 위한 틈새인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주체는 작가인 특정 인물이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 간다. 우리가 걷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 매일 스쳐지나가는 건물의 벽면과 발코니 따위에서 각자의 삶의 편린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심지어 그 사진에서 위치를 비롯한 구체적인 지리정보까지도 바로 얻을 수 있는 오늘날 아날로그 방식으로 찍고 인화하는 이훈길의 작업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사진은 서울, 파리, 일본과 이탈리아의 어느 소도시까지 여러 장소들을 촬영했지만, 어느 곳이든 간에 가장 보통의 존재가 하루를 보냄직한 보편적인 삶의 정서가 담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의 주체인 '사람'은 사진에서 찾을 수 없다. 다만 그 장소를 점유한 이들이 남긴 흔적들을 통해 일상을 재구성해볼 뿐이다. 그 속에서 그림자라는 검은 여백은 다채로운 일상을 파고드는 틈새인 셈이다. 그것은 나와 너가 통하는 작은 출입구이자, 삶을 말하는 공통의 언어인 것이다. ■ 정다영

이훈길_삶의 연장선_크로모제닉 프린트_67×100cm_2011
이훈길_숨고르기_크로모제닉 프린트_100×67cm_2011
이훈길_빛의 창_크로모제닉 프린트_100×67cm_2011

삶의 그림자 ● 순간에 놓여 있는 일상의 기억들이 사라져갈 때쯤, 따뜻한 삶의 편린이 그리워질 때쯤,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공간이 떠오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잊고 살았던 공간, 그 공간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바로 옆에 조용히 삶이라는 이름으로 놓여져 있다. 아침마다 걸어 다니는 길, 매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계단, 묵은 장독대, 길가에 놓여져 있는 화분들이 살며시 우리 곁에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잠시 순간의 그림자를 담아내기 위해 멈춘다. 삶이라는 '정서'의 필터로 투영되는 사각의 프레임은 거짓 없는 진실성을 내포한다. 그 위에 숨이 막힐 듯한 삶의 공간이 펼쳐진다. 시간의 기다림도, 인생의 속도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도, 한순간의 감동도, 바람과 소통하는 자연도 찰칵의 찰나 안에 머물러 조용히 영원성으로 회귀하기 시작한다. "그곳에 삶의 그림자가 있었다." 내 발아래까지 흘러내려 온 그림자의 숨결이 나를 삶의 따뜻한 숨결 안으로 인도하기 시작한다. ■ 이훈길

Vol.20110511e | 이훈길展 / LEEHOONGILL / 李薰吉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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