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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06_월요일_06:00pm
갤러리진선 작가지원 프로그램 진선북카페 아트프로젝트
관람시간 / 11:00am~11:00pm
진선북카페 JINSUN BOOK CAFE 서울 종로구 팔판동 161번지 1층 Tel. +82.2.723.5977,3340 www.jinsunart.com
갤러리 진선 GALLERY JINSU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61번지 Tel. +82.2.723.3340 www.jinsunart.com blog.naver.com/g_jinsun
소비사회와 페티시에 대한 유쾌한 저항 ●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상품들 속에는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잠재되어있다. 상품은 이제 단순한 사용가치를 담고 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볼프강 F 하우크(Wolfgang Fritz Haug 1936-)(독일의 사회학자. 1971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상품미학비판』에서 인간에게 미적이고 감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상품이 가지고 있는 심미적인 특성을 고찰한 학자) 가 일찍이 통찰했듯이 소비사회에서 하나의 '미학'적 체계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사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우리가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에 의지한 '욕망'의 실현이다.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존재'를 증명 할 수 있다는 혹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부질없는 환상은 지금 이 시대에는 하나의 신앙에 가까워 보인다.
포드시스템으로 명명되는 초기 자본주의 체계는 생산구조의 확대에 몰입하게 되지만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대량생산된 상품들에 대한 '소비'가 그 중심이 된다. 보드리야르가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주장했듯이 상품은 이제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이다. 유용성이 가치판단의 기준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상품은 보다 심미화 되면서 미학적 판단이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다시 말해 상품에 상징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기능과 유용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소비를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다소 길게 소비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임지빈의 작품에는 상품이 상징이 되는 바로 그 지점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임지빈의 작품은 분명 소비사회의 그늘과 관계가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베어브릭'이나 '프링글스', 그리고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들은 다국적 기업의 욕망이 응축된 이미지들이다. 작가는 자동차 전용도료와 섬세한 표면마감으로 상품 그 이상의 질감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다양한 명품로고들이 표면을 뒤덮고, 작품에 설치된 영상이나 사진에는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상품을 이데올로기화하는 다양한 기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뿐 만 아니라 작가가 가지는 관심의 스펙트럼은 여기서 더욱 확장된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집 문 위에 걸려있는 소위 장식용 사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실재 물소 뿔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 상품의 소유에 대한 몰입과 사냥한 동물을 박제해서 집안에 전시하는 행위에는 정서적인 유사성이 존재한다. 무릇 '소유'와 '지배'는 오래된 인류의 역사에서 싹튼 일종의 축적된 감성이다. '공존'과 '타협'보다는 '전쟁'과 '지배'로 얼룩진 과거의 역사들은 대부분 정신분석학적인 맥락으로 보면 '팔루스(Phallus)'적인 무의식적 기제에 의한 것들이다. 즉, 욕망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들이 사물에 전이되는 현상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임지빈 의 「너로 인해 나는 아프다」 시리즈들은 소유를 위해 자연이나 생명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또한 「Slave-너와 다르다고 욕하지는 않니?」라는 작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에 대한 물음이며 동시에 인간관계속에 내재된 폭력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Super father」에서는 힘겹게 가장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어깨에 힘이 빠져버린 우리시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 프링글스 아저씨는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을 좋아하고, 슈퍼파더는 복부비만으로 힘들어 하고 있으며, 명품로고가 새겨진 캐릭터에 빨대를 꼽고는 "너에게 취하다."라는 멘트를 날린다. 작가의 작품은 삶의 첨예한 문제들을 가벼운 위트로 제기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공감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상품이 상징화되는 것은 앞서 언급했지만 욕망의 재생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확대된 욕망은 현대인에게 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낳게 하고 그 집착은 다시 사물(혹은 상품)에 대한 환상을 강화하는 순환 고리를 만들게 된다. 그런 면에서 임지빈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현대인들이 가지는 부질없는 이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과도한 욕망이 살아 숨 쉬는 처소는 바로 '브랜드'들이다. 상징화된 상품은 이미 오브제가 아니라 "복잡한 초사물(Super-object)이며 의미하는 것(Significant)" (『소비의 사회』p15 보드리야르저. 이상율편역 문예출판사 1996) 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사물 혹은 상징이 현실 속에서 모양을 드러내는 것은 다양한 미학적 함의와 소비의 이념을 내포하고 있는 '브랜드'를 통해서이다. 작가는 이러한 명품로고와 상업적인 캐릭터를 결합하여 현대소비사회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시켜왔다.
한편 작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붙어 다니는 타이틀이 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Slave'는 현대인의 심리적 상황을 반영하는 하나의 키워드이다. 상품이 상징화 되면서 인간은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상품(혹은 사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역전이가 일어난다. 상품은 그 자체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와 욕망을 구조화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소비자는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일종의 구조에 편입된 하나의 요소일 따름이다. 소유에 대한 현대인의 과도한 집착과 욕망은 자본주의적인 판타지에 기댄 일종의 페티시(fetish)(주물을 나타내는 '페티시'란 어원의 라틴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팍티티우스(faticius)'에서 유래하였고, 직접적으로는 포르투갈어인 '페이티소(feitico:주물, 호부)에서 파생된 것이다. 포르투칼에서는 성자의 유물을 유물이나 호부, 주물을 페이티소라 부르며 숭배하였는데 서 아프리카의 해안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나무, 돌, 이, 발톱, 나뭇조각, 조개껍질 등을 머리카락 등으로 휘감아 숭배하는 것을 포르투갈의 항해사들이 보고, 그것을 자기네들의 민간신앙과 관련시켜, 마찬가지로 '페이티소(fetisso)'라 불렀고 이것이 영어의 '페티시'로 변하였다. 조연근, 학원대백과사전, 제30권, 학원출판공사, 1993 p191) 이다. '페티시'는 어떤 사물이 소원을 이루어 질수 있다는 순박한 믿음에서 시작된 인간의 오래된 버릇이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게 되면 행복 할 수 있다는 믿음은 후기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소비자를 소비한다. 임지빈의 작품은 이러한 현대인의 왜곡된 욕망, 다시 말해 물신화된 상품에 대한 맹목적인 '소유'에 대한 성찰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 이영준
Vol.20110509g | 임지빈展 / IMJIBIN / 任智嬪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