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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1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 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7-9번지 디지털온넷빌딩 1층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공명하는 울림, SOUND of WAVE의 단상 ● "이 귀가 먼 사람이 매번 신을 향해 호소하는 그 소리의 물결은 나의 영혼에도 강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베토벤의 이마로부터 나의 상처 입은 가슴 속으로 들어와 달콤함을 퍼트리면서 달래주는 것만 같았다." 베토벤을 들은 부르델의 말이다. 감동적인 음악소리는 잔잔하게 때론 격렬하게 마치 물결처럼 일렁인다. 귀먹은 음악가가 자연의 소리를 듣고 만든 것은 전원 교향곡이었다. 그에게 소리는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울리는 어떤 파장으로 느껴졌을 터다. 그러므로 음악가는 소리의 물결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다. 최고의 예술가무라 여겨지는 중국무용단의 천수관음을 시연하는 단원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이루어졌다. 세계의 눈을 감동시킨 이들이 음악을 듣지 못한 채로 안무를 맞춰낸 비결은 바로 소리의 음정이 아니라 스피커의 진동, 즉 소리의 울림을 감지하여 동작을 맞춰낸 것이었다. 울림이란 다름 아닌 공명(共鳴)하는 소리의 물결, Sound of Wave다. 이 울림은 바로 음악으로, 무용으로 표현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공명한다. 익숙한 듣기와 보기에 지독스럽게 길들여진 감각기관의 한계 속에서, 분명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에 감응할 수 있을까. 고래들의 소나(sonar)에 인간이 답할 수 없고 박쥐의 초음파에 스트레스 받을 리 없다. 피톤치드향 가득한 숲속의 기운은 분명 심신을 상쾌하게 재생시키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울림이 드러나는 방식, 그것이 작가의 미장센(miseenscène)으로 결정된다. 작가 장희진은 이것에 대하여 회화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 첨단미디어와 가변 매체같은 다채로운 장치는 없다. 대신 다분히 고난스런 매체집적의 과정과 그 위에 반전의 발상인 없는 것을 그려내는 흥미로운 작화방식이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보이는 그대로 바로 그것, 사운드 오브 웨이브를 연상시킨다. 장희진은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한다. 무형무성(無形無聲)의 그것들을 자기만의 독자적인 회화의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은 본인이 주문하여 커팅한 커다랗고 다양한 모양의 굴곡자였다. 이 자를 이용하여 캔버스에 웨이브의 라인을 만들고 그 위에 5mm내외의 라인 테잎을 붙인 후 모델링 페이스트를 얇게 펴 바르는 작업을 수 십 차례 반복한다. 이후 적당한 두께감이 생겼을 때 미디움이 마르기 전 라인 테잎을 들춰내 뜯어낸다면 비로소 그가 원하는 바의 소리의 형상 바로 웨이브의 베이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천위에 만들어진 수공의 웨이브, 이것은 숲에서 이는 바람의 형상이며 소리의 울림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숲을 이루는 나무의 형상들은 작가의 붓터치가 침범하지 않은 바탕의 빈공간이다. 여기에 장희진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보이지 않는 없음의 공간에 물감의 터치를 가하여, 보이는 것들인 나무와 수풀이 어우러진 숲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형상이 아닌 것을 그림으로서 형상을 드러내는 작업, 그것이 고단한 노동의 끝에 완성된 웨이브의 베이스위에 옮겨질 때 비로소 사운드 오브 웨이브의 이미지는 탄생하게 된다. 장희진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형상에서 없음은 단지 부재가 아니라는 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허로서 실을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무는 유를 이루는 기반이며, 없음은 있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작품의 면전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로터스
Vol.20110509e | 장희진展 / JANGHEEJIN / 張僖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