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513_금요일_06:00pm
기획 / art company H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Tel. +82.2.546.0853 www.artcompanyh.com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이나 여행 사진을 웹에 올리고 자신의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해외여행 중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일종의 전리품처럼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한다. 찍힌 이미지들은 소유자의 기호에 의해 선택된 다음, 웹 상에서 노출되어진다. 이러한 선택된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생활방식이나 환경 혹은 더 나아가서 성격까지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보는 이의 관점을 제한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인식되는 그 사람의 이미지는 과연 실재일까 아님 조작된 이미지일까. 브루스 나우먼의 「Corridor」설치작업에서 길고 좁은 복도 끝에 설치된 모니터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관람객은 모니터 속 화면에 주목하게 된다. 화면 속, 사람의 뒷모습은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잠시 뒤, 모니터 속 인물은 바로 자신의 시야에서 볼 수 없는 자신의 뒷모습임을 자각하게 된다. 여기서 관람자는 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없는 자신의 뒷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며 자아를 인식하게 된다. 보편적인 시점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면을 들쳐내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깨닫게 된다. ● 우리는 과연 올바르게 보고 있는 것인가? 사진과 영상을 통해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은 사각 프레임 안에 한정되어, 평면 프레임 속의 이미지는 단일한 시점만을 제시해준다. 이로 인해 우리의 사고는 의도적으로 제한되고, 보여지는 이미지 그대로를 실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시각에서 보이지 않는 면을 들쳐내는 순간, 우리는 시지각의 사각지대Blind Spot를 깨닫게 된다. BLIND SPOT은 2명의 작가가 설정한 시점의 트릭 속에 관람자를 참여시킨다. 이로 인해 인간의 시각과 그것을 인식하는 사고에 치명적인 오류와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비틀기를 시도하게 된다.
이문호의 작업은 이미지 인식에 있어 쉽게 범하게 되는 오류적 사고에 주목하고 있다. 볼록렌즈에 의해 왜곡된 공간 이미지가 사진으로 보여진다. 관람객은 사진이 보는 순간, 일차적으로 인물이 사라진 모노톤의 공간을 통해 조작된 이미지라는 것을 쉽게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습득되는 우리의 인식은 거기까지다. 실제모형을 보기 전까지는 렌즈의 굴곡에 의해 나타난 듯한 이미지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쳐 모형의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진 못한다. 이와 같이 관람자는 사진이라는 평면적 구조 속에서만 공간을 바라보는 순간, 작가가 설정한 속임수에 빠져들게 된다. 이문호의 영상작업 「The space of catharsis」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미로 형식의 공간을 탐색한다. 미로의 공간은 가로막힌 벽들에 의해 제한된 시선의 이동을 유도한다. 벽에 가로막힌 좁은 시각은 그 미로의 구조에 대한 어떠한 판단 근거를 제시해주지 않는다. 공간 외부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해 준 다음에야 우리는 미로의 구조를 인지하게 된다. 제한된 시점만으로 실재를 인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우드락으로 재현된 조작된 공간은 사진이나 영상에 의해 단일한 시점으로 찍혀지고, 이 이미지는 인식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사진과 영상을 바라볼 때, 자연스레 선험적 경험이나 지식에 기대어 그 속의 인물이나 사물을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고정관념으로 습관적 사물읽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한경우의 Blind Spot 이 드러난다. 한경우의 영상 속,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과 텔레비전의 정지화면 등의 익숙한 이미지는 선험적 경험으로 인해 정확하게 읽혀진다. 하지만 사각의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완벽한 영상에 대한 불신은 관람자의 개입으로 인해 시작된다. 이미지들의 경계에서 움직이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조작된 환경을 인식하게 된다. 캐비닛, 책, 박스 들로 구성된 완벽한 이미지는, 사실 감시카메라의 한정된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들로 조합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한경우의 신작 「성조기」설치작업은 이전 작업과는 약간은 다른 선상에서 읽혀진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숫자나 언어처럼 사회적 약속이나 관습에 의해 인식되는 아이콘이다. 워싱턴 백악관에 걸려있는 국기와 어린이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국기, 둘을 비교하면서 어느 것이 진짜라는 논의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성조기의 실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제스퍼 존스의 「Flag」작품에서 착안한 이 작업은 시점을 제한한 완벽한 영상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들로 이루어진 조합 그 자체도 성조기의 실재가 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어떤 것이 절대적이냐는 물음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상주의 이후, 예술가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인 원근법을 거부하고 보이지 않는 시각성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BLIND SPOT은 시각성에서 보이지 않는 면을 드러내기 보단 인식의 사각지대를 통해 이미지를 인지하는 과정의 오류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문호와 한경우는 어떤 이미지나 공간을 보편적인 시각성에 기준하여 인식하는 것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사진과 영상의 단일화 된 시점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 조작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관람자들에게 인식의 재설정을 유도하고 있다. 단일화된 사고는 인식의 오류를 야기시키고 우리는 이제 본다는 행위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제는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그 이미지의 실재인지 확인해 볼 차례다. ■ 이유영
Vol.20110508c | Blind Spot - 이문호_한경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