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풍경

근래 시도하고 있는 '어떤 풍경' 작품들은 주로, 원근법으로 전개되는 풍경이 아득한 시선을 따라 흐른다. 검은 실루엣의 산맥은 풍경 곳곳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하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이 캄캄할 뿐이다. 사람은 커녕 사람 사는 집 한 채 보이지 않는다. 짐승조차 없다(어쩌면 숨어서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적막함마저 감도는 검은 풍경은 젊은날의 암담함과 고뇌를 보는듯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지평선 저 끝에 담았다. 먹의 농담에 의해 형성된 여명과도 같은 빛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꿈과 청춘의 열정이자 내가 지향하는 바로 그 세계의 시작점일 것이다.

설박_untitled_화선지에 수묵, 콜라주_200×130cm_2011

설박_어떤풍경_화선지에 수묵, 콜라주_97×160cm_2010

화선지를 찢어 산세를 재구성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나 자신을 재확립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찢겨진 화선지는 나라고 할 수 있다. 갈기갈기 해체된 나를 다시 정형화 시키고 안정감을 되찾는 작업이야말로 내 작품에서 내가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설박_어떤풍경_화선지에 수묵, 콜라주_290×180cm_2010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규칙적이지 않고 무자비하고 거칠게 오려진 화선지 조각조각을 차곡차곡 쌓으며 산세를 만들어 가듯, 난 얼마나 오랫동안 나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맞추려 노력했던가. 졸업 후 나의 정체성에 대한 굉장한 혼란을 느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의 되새김질을 수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이런 고민이 20대에 끝날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나의 고민들과 함께 인생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이젠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해결을 바라기보다 이 고민들과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느냐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 아마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워진 탓이겠지. 나의 혼란스런 마음을 잡아준 일등공신이 바로 작업이었다. 어쩌면 나의 그림은 많은 고민의 마음을 대변하듯 어둡고(색이라곤 오직 흑과 백 뿐이니), 막막하고, 무거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따뜻함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상상한다. 내가 힘들 때 나의 무거운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을수 있는 그곳을 상상한다. 너무도 힘들게 걸어올라간 산의 가장 높은 곳, 그 꼭대기-다른 어느 봉우리보다 높은-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뛰어내리지만 나의 몸은 구름처럼 하늘위로 떠올라 먼지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 높은 곳에서 내가 걸어 올라왔던 그 산길에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정복한 봉우리를 보고 그 너머 내가 정복해야할 다른 봉우리를 훔처보고 그 뒤에 바다 지평선 맨 끝까지 펼쳐진 막연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저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 깨달으며 희열을 느끼며 안도하는 그 순간을 상상해본다. 이런 나의 심리적 풍경을 캔버스에 옮김으로써 다시 한 번 그 희열속에 나를 불어넣는다. 이것을 나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오직 하나이며 내가 그림 그리는 순간을 사랑하는 이유다. 나는 희망한다. 내 그림을 보는 그 누군가도 나의 그림 속 하늘위로 떠올라 나의 판타지세계에 잠시 들렀다 갔으면 한다. 지친 생활 속에 그래도 마르지 않는 한줄기 희망을 맛보고 갔으면 한다. ■ 설박

설박_풍경을 담다_화선지에 수묵, 콜라주_145×1400cm_2011

My recent 'A landscape' works show landscapes developed in perspective flow along distant eyes. The mountains of dark silhouette seem to inspire a strong vitality into all landscapes. But, if we look into it, there is just nothing and darkness. There is no one and no house. There is no even animal (maybe it is invisible because it hides). Black landscape with a lonely feeling looks like agony and pains in youth. But, I contained a hope which cannot be abandoned on the tip of horizon. The light like dawn created by the light and shade of ink will be the passion of dream and youth and a starting point of the world. ● As I repeat the process of recomposing and reassembling the mountain shapes by tearing Chinese drawing paper, I feel I reestablish myself strongly. It seems that the torn papers are myself. Work to standardize dismantled myself again and recover stability will be the greatest harvest I can get from my works. ● The process of my working is similar to that of searching for myself. As I make a mountain shape by piling up irregular pieces of Chinese drawing papers, I have tried to assemble my lost pieces for long. I had to repeat deep agony what I really want to have. Sometimes I had a fantasy that my agony would stop in my twenties, but now I feel I take my way with such an agony. I have more interest in how can I lead my life merrily than looking for clear solution of my agony. I could settle my agony due to my work. As I draw a picture, I imagine where can I put down my heavy burden when I have a trouble. I jump down as if I put down everything at the peak of the mountain I climbed through a log of hardships - higher than any other peaks, but my body float the sky like the cloud, I look at the path I climbed and distant peaks spread to the end of horizon and then imagine myself with a feeling of relief. I inspire myself into the ecstasy again by moving my mental landscape to the canvas. This is the only thing that stimulates myself and the reason why I love the moment I draw a painting. I hope someone who see my paintings drops by my fantasy world. I hope they taste a gleam of hope in their weary life. ■ Seol Park

Vol.20110506g | 설박展 / SULPARK / 雪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