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머리카락 Line, Hair

김정아展 / KIMJUNGA / 金廷娥 / painting.video   2011_0504 ▶ 2011_0528 / 일요일 휴관

김정아_hair_영상 퍼포먼스, 컬러, DVD_00:09:00_2006

초대일시 / 2011_0504_수요일_05:00pm

미술체험 / 2011_0514_토요일_03:00pm 런치토크 / 2011_0519_목요일_12:00pm * 프로그램 참가신청 www.shinhanmuseum.co.kr < 정보마당 < 교육행사 < 신청하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SHINHAN MUSEUM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82.2.722.8493 www.shinhanmuseum.co.kr

얼굴 없는 자화상, 머리카락 ●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물질, 머리카락. ●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한 가닥에서 그것의 전체를 유추해 보라. 한없이 섬세하고 연약하지만 그 개체들이 모여 신체의 부분을 완성하는 것을 보면 그 한 올, 한 올은 실로 대단한 질료인 셈이다. 오늘날 머리카락은 물질적인 속성이 배제된 채 장식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애초의 기능을 고려해 볼 때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유일한 유전자를 구분한다는데 있어서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과는 달리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이 결합된 머리카락의 이미지는 아주 먼 옛날부터 신앙과 전통 그리고 유행에 따라 다양한 변천사를 거쳐왔다. 주술과 마법의 상징으로, 힘과 에너지의 원천으로, 때로는 사랑의 징표로… 그리고 이것이 예술의 영감으로도 작용하여 미술 전반에 걸쳐 독특한 이미지를 생산해 내고 있다. 김정아의 작업 역시 이러한 머리카락에서부터 출발한다.

김정아_bird_when it rains_영상, 흑백, DVD_00:03:09_2008
김정아_hair8-island_종이에 흑연_73×103cm_2010

검고 가는 머리카락, 이것이 김정아의 미술 재료이다. 머리카락이라는 '선'이 지닌 드로잉적 요소는 기존에 선보였던 '점' 작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다. 점의 방식이 선의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그 형상이 더욱 구체화되고 내면화되었다. 흑연과 펜을 이용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린 작품들은 어디선가 등장한, 자아와 타자를 구분할 수 없는 손이 머리채를 부여잡고 있는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낯설고 괴기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영상작업 또한 그러하다. 김정아는 디지털 카메라로 절규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후 아날로그 필름 위에 점을 드로잉 하여 각각 두 개의 영상을 하나의 화면에 나타나도록 표현했다. 또 다른 비디오 퍼포먼스에서는 물이 흐르는 풍경을 찍은 후 이 영상을 배경으로 앞서 말한 그림에서처럼 자신의 머리칼을 차츰차츰 탐색하는 과정을 한 화면에 배치했다. 물의 흐름을 닮은 머리카락을 통해 비정형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김정아의 행위는 사뭇 진지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흘러가는 물의 움직임을 보면서 머리카락의 형상을 이야기했다. 살아 움직이는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물결을 암시한다고 보고 머리카락의 형태보다는 그 움직임에 더 주목했다. 이미지가 전달하는 감동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물질에 존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정아는 이러한 물질로 자신에게서 가깝게 찾을 수 있는 머리카락을 선택했고 그것에 자신을 투영했다.

김정아_hair_self-portrait_종이에 흑연_103×146cm_2010
김정아_line drawing 1_영상, 컬러, DVD_00:10:35_2008

결국 김정아에게 있어서 머리카락에 대한 인식은 자아를 표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수렴된다. 또 이 과정에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동양 여성으로써 독일에서 8년간 외국인으로 살았던 경험도 포함된다. 시각이미지로 형상화된 이러한 내적 정서는 끊임없이 외부와의 관계에 놓여있는 예술가의 고뇌와 갈등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이것은 타지의 경험으로부터 생성된 정체성의 표출이라는 진부함을 넘어, 예술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불완전한 내부를 이 부서질 것 같은 머리카락을 빌어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김남은

김정아_line drawing 2_영상, 컬러, DVD_00:07:44_2008
김정아_self-portrait_영상 퍼포먼스, 흑백, DVD_00:02:16_2008

자화상을 통해 작업하는'나'를 의식한다. 내면/자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로부터 무엇을 끌어내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감성과 정신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길을 모색 한다-육체적 체험의 행위/동작, 시•공간으로부터의 구체적 경험,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태, 몸의 현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 외적 체험으로부터 오는 내적 변화와 반응, 작업하는 사람으로서의 외부세계를 향한 시선 등등. ● 우선 내 신체가 미술의 재료가 되는 작업을 구상한다. 나의 행위에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정체성에 관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외부자극에 대한 받아들임과 거부를 통해 취향을 드러내는 것, 나를 특징 짖는 외면적인 정보인 검은색 머리카락-동양여성..이러한 생각들을 흑연 드로잉, 비디오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 머리카락을 작업소재로 선택하고 집중해서 들여다보니 추상적인 '선'으로 인식된다. 종이를 대신하는 비디오의 프레임 속에서 머리카락/선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만들어낸 형상은 자연의 대상물과 닮아있다. 섬이나 바위처럼 보여 지기도 하면서 고독한 검은 산이 꿈틀거린다. ● 나의 드로잉과 영상에서'머리카락'은 약하고,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감성을 드러내면서도 반대감정이 병존함을 보여준다. 약한 것으로 강함을 대체하려는 시도와 두 개의 끝은 맞닿아있다는 기대. 그러면서 머리카락은 나를 대체하고 선이라는 인식 속에서 화면/프레임 안에서 자유로운 형태로 장난질을 하듯이 프레임 바깥의 관람자와 나를 마주하게 만든다. 우리 사이에는 항상 정지한 선이거나 움직이는 선이 존재한다. 그 선을 통해 우리는 추상적 소통의 형태를 경험하게 된다. ■ 김정아

Vol.20110505e | 김정아展 / KIMJUNGA / 金廷娥 / painting.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