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Utopian Landscape ● 본인은 자연을 동경한다. 인간사에 지쳐 있다가도 자연을 대면하게 되면 어지럽게 얽혀 있던 감정들이 풀어 헤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사에서 느꼈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자연에 투영되면서 카타르시스가 되고 승화가 되는 것이다. 그 승화된 감정은 자연에 동화되어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인 것'처럼 생각되는 물아일체의 환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본인으로 하여금 더 나아가 이상적 자연세계를 꿈꾸며 무한 세계를 그리게 하였다. ● 자유로운 영혼들의 세계,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계, 매일매일 새롭고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존재하는 꿈을 꾼다. 어떤 날은 꽃으로, 그 다음 날은 바람이 되고, 또 하루는 강물이 되어 흐른다. 그러한 날들 속에서 인연을 만나 함께 존재하기도 하고, 또 홀로 존재하기도 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버린 유쾌하고 슬프며 아름다운 상상은 본인의 작품으로 구체화 되었다.
물아일체와 낭만주의 ● 이상적인 자연을 동경하고 그것을 조형언어로 표현해 나가는 작업은 본인에게 있어 상상력을 통한 풍부한 감성의 표출이며 생존의 방법이기도 하다. 꿈을 따라 끝없는 추구를 멈추지 않는 삶의 열정인 것이다. ●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은 근본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공기의 흐름, 햇빛의 톤, 변화하는 하늘과 자연의 색은 자연과 교감하며 살고 싶은 본인에게 설렘과 환희, 고독과 슬픔, 애틋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사색과 상상력을 통한 새로운 이상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 바람이 되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그리움이 넘치는 어느 날은 비나 눈이 되어 내리고,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꽃으로 피어나는 상상. 바람에 떠는 들판의 풀소리, 꽃잎의 흩날림, 부서지는 햇살, 물들어가는 하늘 빛은 기쁨이 되기도 하고 눈물이 되기도 한다. ● 감성적인 인간에게 자연은 단순한 대상이 아닌 유기적인 공동체이자, 감정의 원천이 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미적 체험의 기회를 주고, 인간은 그런 자연을 바라보며 감성과 상상력을 통한 정신적인 향유를 한다. 자연은 신성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 예술적인 영감이 되며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숭고한 자연에 대한 경외와 무한 세계에 대한 갈망은 본인으로 하여금 유토피아적 자연세계를 추구하게 하였다. ● 동양의 자연관은 우선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되어 더불어 살아가길 권한다. 자연의 인간화, 인간의 자연화를 의미한다. 노장사상의 물아일체(物我一體)는 그러한 동양의 자연관을 잘 대변하고 있다. 물아일체는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 경지를 뜻하는 것으로, 호접지몽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장자의 꿈에서 자기가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자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 자연을 대면하고 있으면 나무가, 숲이, 꽃이 말을 건네 오고 바람은 그리운 인연의 소식을 전해온다. 힘들었던 인생의 시간은 강물이 되어 흐른다. 그리고 자연과 동화되어 꽃으로 피어나면 그리운 인연과 함께 자연의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한편, 낭만주의(Romanticism) 회화는 감정과 상상력, 그리고 사람과 자연간의 깊은 유대성이 그 주제가 되었는데, 근원적 생명력을 가진 자연은 그 자체로 신성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인간과 상호 유기적 관계에 있으며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의 실체로 파악되고 있다. ● 본인의 자연도 감정을 가진 교감하는 유기체이며, 감수성으로 추상화 되어가는 자연이다. 가만히 자연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풀어지고 색과 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얼룩이 되고 정지된 화면처럼 다가온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없어지고 자연이 뿜어내는 빛, 색의 아름다운 조화만이 그려져 추상적인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푸른 꽃 ● 변형되고 단순화된 들판과 언덕의 형태들은 수평공간 속에서 반복되며 이상적인 색의 조화을 통해 유토피아적인 자연세계로 나아간다. 본인의 자연은 이제 더 이상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무한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겹쳐지고 얼룩진 공간과 면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발랄하고 우울하며 감각적인 색채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초월적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 어릴 적, 본인이 즐겨 했던 놀이 중 하나는 '길 잃어버리기' 였다. 본인은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부로 길을 잃어버리기 위해 자꾸만 모르는 길을 찾아 헤매었다. 그 새로운 곳에 가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낯선 곳에 다다르면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본인은 어릴 적부터 새로운 세상을 동경해 왔던 것이다. ● 낭만주의의 상징인 노발리스(Novalis, 1772~1801)의 푸른 꽃[Heinrich von Ofterdingen]은 무한 세계를 향한 동경, 무한 세계로의 끝없는 갈망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하인리히는 나그네에게서 푸른 꽃에 대한 전설을 듣고, 어느 날 밤 푸른 꽃이 소녀의 얼굴로 변하는 꿈을 꾸는데, 그 소녀를 동경하여 길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시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도달 불가능한 목표임을 자각하면서도 무한한 추구를 멈추지 않는 한결 같은 열정이 바로 낭만주의 예술 태도이다. ● 푸른 꽃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소망을 상징하는데, 본인의 작품에서는 유토피아적 세계의 중심에서 푸른 꽃의 형상을 한 "나" 가 존재한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며 본인이 그리는 유토피아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푸른 꽃이다. 푸른 꽃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소녀의 모습으로, 언제나 순수한 소녀의 감성으로 살고 싶은 본인의 소망이 형상화된 것이다. '영원한 사춘기' 라는 약속을 하고 언제까지나 세월에 무뎌지지 않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회화를 대면하고 싶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 본인의 회화는 들판, 언덕, 길, 식물 등을 연상시키는 형상이 드러나는 구상성과 색면의 겹침과 같은 추상성이 함께 나타나는 반추상적 특성을 가진다. 본인의 작품세계 초기에는 다소 구체적인 들판과 언덕, 길의 형상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형상들은 색채로 풀어지게 되고 이상적 세계로 나아가면서 색면의 조합으로 추상적인 면모를 가지게 되었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가로로 긴 수평의 공간 속에서 색채들은 들판과 언덕의 형상을 이루기도 하고 색면이나 띠의 형태로 나타나며 반추상적인 양식적 특성을 드러낸다. ● 또한, 화면의 긴장과 균형을 위해 모티브의 배치와 크기의 강약을 조절하였다. 가로로 긴 수평공간은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주지만, 또 한편의 지루함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함이다. 푸른 꽃의 형상은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하기도 하고,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공간과 어우러지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과 색으로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색채는 그 자체로서 선이나 형태 등의 조형 요소를 대신하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조형 요소이다. 강렬한 색채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초월적 세계로 가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설렘이나 환희, 슬픔이나 그리움, 고독과 소외 같은 내적 세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투명하고 밝은 화려한 색채는 설렘이나 기쁨, 삶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어둡고 우울한 색채는 슬픔과 고독, 인생의 상처를 표현한다. ● 강렬한 색의 대비를 통해 나오는 에너지와 '결'을 통해 더해진 화면의 깊이와 촉감은 무한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밑에서부터 비춰지고 우러나오는 색감과 얼룩은 겉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다른 이면이 있음을 암시하고, 추상화 되고 이상적인 색의 조화로 그려진 자연은 본인이 그리는 무한의 세계를 표현한다. ● 본인은 본인을 '낭만파' 라고 얘기한다. 자연을 따르고 자연을 닮으려 하며, 무한한 세계를 동경하고, 열정을 잃지 않는 낭만주의적 삶을 살아간다. 회화를 통한 상상력과 감정의 표출, 이상향을 향한 열정으로 앞으로도 꿈꾸기로서의 회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 박지현
Vol.20110505d | 박지현展 / PARKJIHYUN / 朴芝賢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