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경계

2011 NANJI ART SHOW Ⅱ展   2011_0504 ▶ 2011_0515 / 월~수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0504_수요일_04:00pm

공동기획 및 참여작가 / 차승언_권선_신정필(5기 입주작가)

기획협력 / 신승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수요일 휴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NANJI GALLERY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Tel. +82.2.308.1071 nanjistudio.seoul.go.kr

재료로서의 물질은 시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미술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써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실재의 것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재료로서의 물질은 미술의 역사와 함께 다양하게 실험되고 또 개선되며 진화해 왔다. 이러한 재료 중에는 유화물감이나 대리석, 목재 등 과거에서 현재까지 계속해서 이용되는 전통적인 물질도 있으며, 산업화의 발달과 과학의 발달로 말미암아 새롭게 등장하는 신소재들도 있으며, 개념미술에서와 같이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재료들을 작가는 작업을 제작하기 위해서 선택한 이후에는 재료로 사용할 물질을 실험하고 손으로 만지고 다루어 보면서 물질에 익숙해지고 물성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작가의 손과 물질이 만나는 촉각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이렇게 작가가 물질을 대하는 방식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물질과 마주보고 있다. 이러한 미술에서의 다양한 재료로서의 물질을 작가들은 어떻게 접근하여 다루는 지에 대해 보여주고 하는 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다. ●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3명의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통적인 재료로 작업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 알맞은 특징적인 재료를 선택하여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재료에 접근하여 작업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은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차승언은 매우 가는 실이나 천을 짤 수 있는 실들을 이용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재료가 가진 그 자체의 성질과 성향을 변화 시키지 않고 그대로 차용하여 자신의 메타포로 사용한다. 그러기 위하여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서 신중하고 천천히 관찰하며 최대한 그 물질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권선은 특별한 안료를 사용하는데, 기존의 산업적 목적으로 나온 제품인 온도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유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러한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자기 자신의 작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 목적에 맞는 적절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용 재료를 그대로 작업에는 사용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그 재료의 재료적인 속성과 화학적 구조를 파악하여 그 원리를 파악하고 자신의 작업의 특성에 맞게 변화시켜 온전히 자신만의 물질로 만들어 이를 작품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신정필은 왁스와 광섬유와 같이 성질이 다른 두 재료를 혼합해서 작업에 사용한다. 따라서 작가는 두 가지를 같이 표현해 내기 위해서 하나의 물질과 성질이 다른 물질을 기존의 재료를 형태를 바꾸고 결합하기 위하여 재료끼리의 성질과 성격을 파악한다. 이로 인해 각각의 재료는 서로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원재료의 성질과 느낌이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의미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가 이러한 자신들이 사용하는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이 모든 작가들과 특별하게 차별성을 가지거나 혹은 모든 작가들의 물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그것을 자신만의 물성을 가진 재료인 표현 매체로서 활용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며 물질과 직접적으로 마주대하고 있으며, 이를 자신의 작업에 사용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으로 완성되기 이전의 물질과 이 물질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되기까지의 다양한 그들만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작품들을 또 다르게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신승오

차승언_Listening_모노 필라멘트_340×700cm_2010
차승언_Middle Voice

작품의 재료로써의 섬유와의 관계는 함께 겪어온 세월 때문에 헤어질 수 없는 애증의 관계, 오래된 남자친구와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숙한 시절 만나서 가치관이 변하고 성장하며 헤어지기도 했다가 다시 만나고 새로운 단계를 경험 하기도 하는… 재료와의 관계를 돌아보니 세상에 대한 인식과 반응의 변화 과정이 축소해서 담겨 있는 것 같다. -만남 ● 섬유미술과 라는 말랑말랑한 이름의 미술 분과의 평범한 학생으로, 섬유의 영역에 포함 할 수 있는 많은 재료와 기법을 숨가쁘게 익히며 큰 문제의식 없이 작업했던 것 같다. 그러나,공예의 담론 안에서 본다면 재료의 특성, 기술적 숙련도와 정신성은 여전히 소중한 것이지만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는 물질의 특수성을 다루고 재료에 따라 분야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편한 옷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왔다는 자각이 들면서, 밖으로부터 주어진 재료를 습관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서 주제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헤어짐 ● 심정적 동의와 주체적 선택 없이 습관적으로 쓰던 재료에 기대어 작업 하는 것을 멈추고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최소한의 재료인 종이와 연필만을 당분간 사용했다. 그러나 종이 결을 들여다 보고 있고, 종이의 느낌에 따라 그려지는 내용이 바뀌는 등 여전히 물질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가볍고 존재감이 없는 투명한 가는 실을 사용해서 공간에 캔버스를 만들어 보았는데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에 있는 듯한 그 재료는 만지고 있어도 내 눈에 조차 잘 보이지 않고, 작업과정에서도 재료는 보이지 않고 행위만 보일 뿐이다. 눈에 보여져야 하는 일정 양의 작품과 물질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의 공포심을 느끼며, 그 물질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나는 물질로 작품을 채우려는 습관이 정화 되는 것을 경험했다. -화해 ● 주어진 재료에 대한 익숙함과 의심 그리고 다시 보기의 과정을 통해서 "0"의 자리에서 편견없이 재료를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한 공간이 확보 된 것 같다. 물질을 먼저 느끼게 된 것에 대해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특성을 사용해서 작업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종이가 그렇듯이 캔버스도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바탕이 되기 보다는 만져보고 탐구하고 싶은 물질로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캔버스 천을 직접 짜고 염색하고 페인팅 하며, 캔버스 본연의 역할과 개인적 해석을 한 화면에 풀어 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 재료에 끌려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주체가 되어 재료를 지배하는 것도 아닌, 수동과 능동 사이의 어느 화합의 지점 "중간태 (Middle Voice)" 가 이제 재료와 나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 된다. 작가는 물질, 재료와 함께, 상호작용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돌아 돌아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차승언

권선_About shatter_벽면설치_300×400cm_2011
권선_작업 전경 사진

작품의 제작이란 시대적 상황이나 관심사, 사적인 사건들을 자신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런데 재구성의 방법에 따라 개개인은 서로 다른 물질을 선택하게 된다. 물감과 캔버스를 이용해 이야깃거리를 펼칠 수 있고, 흙으로 빚거나 돌을 깎아내며 관객들에게 심미적이며 상징적인 미적 활동을 제시할 수 있다. ● 나는 물감이든 흙이든 한 가지 물질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 이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어떤 도구나 재료 물질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 작품 제작을 앞두고 내가 먼저 경계하는 것은 타성에 젖은 무한자기 복제이다. 그것은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선이 한 방향으로 등속 운동을 하는 것과 같아서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우주선은 내부에서 외부로 연료를 뿌리며 추진력을 받아 방향과 속력을 조절해가야 한다. 이런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얻기 위한 방법을 나는 새로운 물질의 탐구에서 찾는다. ● 이런 시도들은 나의 과거와 맞닿아 있다. 나에겐 두 가지 꿈이 있었다. 하나는 미술 작가가 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과학자가 되기 위해 과학적 소양을 쌓았다. 하지만 예술과 과학 두 가지는 너무나 다른 길이란 생각에 결국 둘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처음엔 과학의 길을 선택했고 그것은 나에게 많은 것을 던져 주었다. 특히 물질에 대한 호기심과 분석적 시각은 현재 미술을 하는데 있어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 '내면적, 외면적 상황에 따른 인간의 산화와 환원'을 표현하는데 있어 시온물감(thermo color)을 사용하도록 했고, 현재 '인간의 처해있음을 벗어나기 위한 사적인 투쟁'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질들을 실험하게 하고 있다. 나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언젠가는 이야기보따리들을 굽이굽이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설렘 또한 감출 수 없다. ■ 권선

신정필_생각의 구조와 테이블을 위한 재료_설치_2011
신정필_오브제의 해체와 재구성의 공간_설치_2011

재료에 대한 단상 ● 작품이 물질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 재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마련이다. 여기서 재료라는 것은 본연의 모습과 내가 사용하는 재료의 모습에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대상의 재현에 있어서 재구성시 대부분은 가공되어진 재료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쳐 사용이 용이하게 일정한 틀 안에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나무와 철 등의 규격화 라든지 색상의 도표, 비율에 맞추어 쓰게 되는 화학약품 등 어떠한 룰 안에서 생산된 것들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작가는 재가공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재현의 방식에 따라 틀 안에 재료는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이다. ● 정리해 보면 가공되어진 사물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틀을 깨고 분해하고 해체하여 다시 재조립되어 새롭게 탄생 된다는 뜻이 된다. 조금 더 이어서 생각을 해보면 사물들의 조합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물이 되는 것이다. ● 재료 선택의 기준 ●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서 재료에 대한 조사를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내가 찾는 재료들은 청계천이나 을지로 부근에 널브러져 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생산을 위한 기계들의 재료들을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고 일상적인 제품들의 조립되기 전의 재료를 파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쉽게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곳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게 되는 재료들은 요즘 유행하는 신소재들이 된다. 흔히 일반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재료다. 이러한 재료들은 움직이거나, 변화하거나,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모르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재료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상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재료의 성질 - 변화 그이상의 세계 ● 재료가 가지는 가시적인 성질을 가지고 대상을 표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 재료가 가지는 일반적인 성질을 상상하다가 다른 외부의 영향에 의해 그 성질이 변하거나 다른 현상을 띄게 되면 자신의 상상 밖의 일들에 놀라게 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재료가 가지는 표면의 의미 이상의 세계를 접하는 순간 이 세상의 세계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휘말리게 된다. 여기서 관람자는 다른 세계의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에 적극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 그래서 그런지 재료의 성질을 넘어선 듯한 새로운 재료의 발견은 나의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신정필

*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5기 입주작가 기획전시『2011 NANJI ART SHOW』를 개최합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입주기간이 끝나는 10월말까지 10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Vol.20110504f | 물질의 경계 - 2011 NANJI ART SHOW Ⅱ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