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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GS 더스트릿 갤러리 GS THE STREET GALLERY 서울 강남구 역삼동 679-1번지 GS타워 B1 로비갤러리 Tel. +82.2.2005.1173 www.gstower.co.kr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 현대사회는 점점 트렌드화 되고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 모두 똑같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행하는 옷을 입고 유행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반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금씩 사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도 소외당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더더욱 트렌드를 쫓고 이는 계속 악순환 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스텐실 기법을 통한 텍스트의 반복과 나열로 표현한다. 스텐실기법은 점점 트렌드화 되고 획일화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복과 나열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텐실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전광판 같은 문자열 너머에 히키코모리로 대변되는 자아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당한 자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나의 작업은 나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히키코모리의 창 (引きこもり) ● 월요일 오후 3시 32분 맑음 잠에서 깨어난 그는 오랜 습관처럼 컴퓨터를 부팅하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 순간 굉음을 내며 내달리는 오토바이의 터질 것 같은 엔진소리에 현실임을 직감한다. 그에게 있어 도시는 그저 소음을 만들어내는 공장일 뿐이다.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부풀려 과시하려는 사람들 속에서 그의 외로운 하루는 오늘도 시작된다. 그는 히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외톨이를 말한다. 컴퓨터 윈도우를 통해 세상을 보던 그는 소음이 이끄는 현실의 창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게 되고 이는 다시 캔버스로 옮겨간다. 그가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이면서 현실에 대한 미련으로 버리지 못하고 방안 가득 쌓아둔 쓰레기는 이제 캔버스들로 대치되었다. 초기 작업에서 세상의 소음은 산만하게 다가왔고 그 소리가 변환된 문자 또한 산만하게 표현된다. 오랜 히키코모리의 생활을 한 그에게 문자를 통한 기록은 너무나도 익숙한 표현의 방법이며 당연한 선택이었다. 현실이 소비의 공간이라면 컴퓨터 모니터 너머의 세상은 기록의 공간이다. 반복되는 현실의 소음은 그의 작업에도 반복과 복제로 나타난다. 집착에 가까운 메시지의 반복으로 만들어낸 A시리즈는 세상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에서부터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가 표현의 방법으로 선택한 스텐실기법은 이 반복과 복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점점 트렌드화 되고 획일화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근작에 등장하는 코카콜라 상표나 별 모양은 이를 한층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자신을 그림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는 사라지고 오로지 문자의 복제를 통한 무한한 반복만을 선택하게 된다. 관심받기를 원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 세상에서 소외된 그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관찰자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왕따를 시키며 살아왔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도 외면당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트렌드를 쫓고 이는 계속 악순환 되고 있다.
전작의 수많은 문구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LUCKY STRIKE로 함축된 근작으로 이어진다. 근작에서 그는 스스로를 관찰자에서 관찰의 대상으로 끌어올린다. 그는 자신을 화병에 담긴 꽃이라 말한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고 안정돼 보이지만 뿌리가 없어서 금세 잎이 떨어질 것 같은 화병의 꽃은 싫증나면 다른 것으로 쉽게 바꿔버리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동경의 대상이며 희망이다. 대지에 깊이 뿌리박고 살아가는 나무나 풀들은 자연이라는 거대함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현실로 상징되는 전광판 같은 문자열 너머에 스스로를 드러내거나 동경의 대상인 자연을 그려 넣는다. 전작이 현실과 가상의 세계의 공존이라면 근작은 현실과 이상적인 세계의 공존이다. ● 히키코모리에서 현실의 관찰자로 다시 관찰의 대상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업의 과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근작 LUCKY STRIKE시리즈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이며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소외되었던 누군가에서 자신을 이끌어낸 프로세스적인 그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작가노트, 배경작품 15:32) ■ A J Kimo
Vol.20110504e | 구덕진展 / A J Kimo / 具德晋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