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 낯선 풍경

2011 서울시립미술관 봄나들이展   2011_0503 ▶ 2011_06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성진_박지호_박천욱_신한철_심성운 송명수_윤두진_장수원_장세일_채미지

후원/협찬/주최/기획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옥외 공간 SEOUL MUSEUM OF ART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37번지) 앞마당 및 정원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5월과 6월, 약 2달 동안 해마다 미술관 봄나들이 전시를 개최해 왔다. 봄나들이는 미술관이 아우라를 벗고, 오가는 이들이 삶의 공간에서 일상을 전환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끔 마련하는 재기 발랄한 야외 전시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만개하는 새 봄의 길목에서 2011 미술관 봄나들이 『불시착, 낯선 풍경』전이 준비되었다.

박지호_무제-2_합성수지_각 47×165×22cm_2009
박천욱_집에 빨리 갈래_합성수지_200×100×70cm_2006

올해 시립미술관은 봄날 정원과 매우 상이해 보이는 SF적인 상상력의 옷을 입어 본다. 『불시착, 낯선 풍경』은 '예기치 못한 어느 날, 이질적인 기계와 생명들이 행성 외부로부터 도달해 익숙한 공간에 불시착한다면'이라는 공상에서 시작된다. 따뜻한 봄의 정원에 메탈릭 구조체와 기묘한 유기체들이 병치되며 낯선 행성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수한 맥락에서 창조된 각 작품들의 고유한 의미에 상상력이 덧붙여지며 잠시나마 완연히 다른 이야기가 쓰여진다.

신한철_증식_합성수지_300×300×150cm_2009
심성운_다크 클라우드 나인_합성수지, 혼합재료_360×270×200cm_2009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정원 길에 발을 들여 놓으면 나무 아래 놓여진 육면체를 볼 수 있다. 송명수의 『스즈키상의 변절 II』는 생명력을 다한 오토바이의 몸체를 산산이 분해한 후 큐브 형태의 프레임 안에 새롭게 조합시킨 일종의 거대한 프라 모델이다. 이 조형물은 그 기능을 다하고 소멸한 기계로부터 만들어져 또 다른 무엇인가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모델, 탄생을 기다리는 사각의 기계 알이다. 그 맞은 편에 놓인 기묘한 초록 형상은 박천욱의 『집에 빨리 갈래』이다. 비닐 랩으로 꽁꽁 쌓인 후 캐스팅되어 본 모습을 상실한, 예전 언젠가는 평범한 자전거였던 이 오브제는 이제 플라스틱의 고치 안에 잠든 새로운 생명체가 되었다.

송명수_스즈키상의 변절 II_스테인리스 스틸, 혼합재료_300×300×300cm_2011
윤두진_껍질 연작_합성수지_각 230×220×80cm_2011

윤두진 『껍질』은 기이하고 낯선 풍경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수문장이다. 인간의 본체가 빠져나간 사이보그 모뉴먼트는 그것 자체가 껍질인 동시에 알맹이인 동질 형상들로 팔을 벌린 채 방문자를 맞이한다. 장수원의 『산란된 욕구 III』 또한 정상적인 자연계에 반하는 거대 덩어리로서 녹아 내리며 소멸하는 동시에 꾸물거리며 번식하는 듯한 모순적이고 기이한 형상이다. 이 유기적인 덩어리 맞은편에는 이와 대조적인 철재의 선 덩어리, 오토바이 몸체에 메탈 프레임이 덧붙여진 유독한 전갈이자 탐사선 같은 김성진의 『프로토타입-에스』가 공격적인 몸체를 수풀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시간 속에 빨려 들어가며 해체되는 잔상을 기록한 듯한 미래적인 형상의 흑백 토르소, 박지호의 『무제-2』가 자리한다.

김성진_프로토타입-에스_철, 혼합재료_150×150×150cm_2009 장수원_산란된 욕구 III_합성수지_195×135×130cm_2010
장세일_스탠다드 애니멀 연작_합성수지_120×100×100cm_2010
채미지_공연한 탄로 연작_스테인리스 스틸에 특수도료_150×150×45cm, 150×150×40cm, 100×100×30cm_2008

마당으로 들어서면, 생명체의 근원을 이루는 분자와 같은 원형체가 제목처럼 자라나고 있는 신한철의 『증식』이 기묘한 광경을 이룬다. 더불어 동그란 세포들, 채미지의 『공연한 탄로』가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적혈구 형태의 납작한 원형 조형물들은 인간의 피와 같은 붉은 색을 띠고 있으나 온도가 떨어지는 밤과 새벽에는 미지의 녹색으로 변모한다. 차가운 새벽, 원형체 위에 몸을 기대어 앉으면 방문자의 따뜻한 체온이 이를 다시금 붉게 변화시킬 수 있다. 장세일의 『스탠다드 애니멀』들은 측량되고 재단되어 생명체에서 기계로 변해가고 있는 존재들이나, 이 맞은편에는 역설적으로 기계에서 생명체로 진화해가는 듯한 심성운의 『다크 클라우드 나인』이 있다. 생명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와 같은 유리 케이스 안에 잠들어 있는 검은 기계는 바다 속 말미잘을 닮은 엔진의 심장으로 우리가 감지 할 수 없는 박동을 만들며 어둡고 행복한 기계의 꿈을 꾸고 있다. ● 이렇게 금속성의 차가운 골조들과 유기적인 세포들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낯선 풍경이 이곳에 잠시 머무른다. ■ 정효임

Vol.20110503f | 불시착, 낯선 풍경 - 2011 서울시립미술관 봄나들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