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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1_0509_월요일_12:00pm
주최 /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획 / 이현서울갤러리 www.leehyungallery.co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카이스트_리서치 앤 아트 KAIST_Research & Art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2동 207-43번지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SUPEX Hall 2층 Tel. +82.2.958.3223 www.kaistgsm.ac.kr
KAIST Research & Art Gallery ● May 1 - Jun 14, 2011 시간과 공간의 역학적 구조에 몰두하는 박은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읽어내는 데 있어 '기억'은 중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작가는 먼저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들을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 기억들 중 많은 부분이 공간에 대한 기억의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인데, 일종의 추상적인 비물질적 기억은 구상적인 물질적 공간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 전환은 다시 개념적인 비물질적 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억들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환영적 공간 또는 구체화된 실질적 공간 속, 다시 말해 2차원과 3차원 공간 모두에서 구현되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현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공간에 대한 비선형적 기억들은 여러 겹들이 서로 중첩되고 한편으로는 현실의 공간과도 뒤섞이면서 한정된 물리적 공간을 입방체 너머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우리의 기억과 경험들은 시간 순으로 정렬해 있거나 일정한 같은 크기로 남아있지 않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유기적 공간』처럼, 작가는 기억과 경험의 요소들을 던져주고 그것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각기 유기적으로 결합되거나 해체되면서 자율적 공간을 새롭게 창출하도록 한다. 여기서 관람자의 개인적 기억과 현장에서의 실제적 경험은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작가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기억들을 구현해내기 위해 단순히 재현적 회화를 택하는 대신에 환영적 공간이라는 의도된 장치를 사용한다. 라인테이프, 거울, 홀로그램 같은 재료의 사용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의 작품에 더욱 주목하게 하는 것은 그 환영적 공간이 현실적 형태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며, 그 점에서 전통적 미술, 눈속임 회화(트롱프뢰유)가 갖는 환영과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다. 오랜 미술의 역사 속에서 예술가들은 환영에 매혹되는 동시에 그것에 구속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수 세기 동안 3차원적 현실 세계를 2차원적 평면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숙원이었으며, 매체적 속성에 주목하면서 환영적 공간을 배제시켰던 모더니즘시기를 건너 뛰어 다시금 환영의 문제는 예술가들의 필연적 주제로 되돌아 온다. 전시가 되고 있는 KAIST 건물 Supex홀의 한쪽 흰 벽면을 검은색 라인테이프로 채운 '유기적 공간'(2011)은 우리 눈에도 익숙한 서구식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실제의 3차원적 건축 구조로는 불가능한 선들의 연결로 이루어진 허구적 이미지임을 알게 되고 관람자들은 일종의 낯설음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점에서 박은선의 작품은 네덜란드 작가인 애셔(M.C. Escher)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어지러운 영역 속으로 관람자들을 끌어들였던 그의 판화와 드로잉들은 평면과 3차원을 넘나들면서 이율배반적인 공간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공간의 창출은 세상이 단순히 우리가 보는 방식대로가 아님을 말해준다. 박은선의 작품 역시 원근법을 상실한 채, 한 건축물의 기둥은 동시에 다른 건축물의 천장이 되고, 계단은 또 다시 지붕이 되는 식이다. 이것은 다른 작품들, 'Castle'(2010) 그리고 'Chairs'(2002)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자의 등받이는 동시에 다른 의자의 다리가 된다. 다만 애셔가 보여준 기묘한 공간이 평면을 바탕으로 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박은선의 작품은 실제의 3차원 공간을 활용하면서 더욱 입체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평면과 입체의 유기적 관계는 2차원 화면을 뚫고 나와 관람자가 발을 디디고 있는 실제 공간에서 더욱 유기적으로 조합, 해체를 반복한다. 이렇게 작가가 만들어낸 환영적 공간은 현실의 모습이 아닌 가상적 형태로 존재하면서 보는 이들의 감각적 지각을 더 극단적으로 확장시킨다. 이제 더 이상 실재와 환영, 현실과 가상은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유기적 상호소통을 활발하게 하게 된다.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만들어지는 지각의 확대는 관람자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기적 공간'과 같은 라인테이프에 의한 작업들에서 보여지듯, 작가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태생적 허약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우리의 기억 또는 경험만큼이나 우리가 구축한 물질적 존재들 역시 하나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마는 비본질적인 것일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가느다란 선에 의해 생겨나는 공간처럼 물질적 공간, 그리고 현실은 허망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본질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박은선의 작품은 확장된 공간을 통한 새로운 지각의 확대와 더불어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넓힌다는 데서 작품의 뚜렷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정소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실재의 공간과 우리 자신은 늘 부피로 존재한다. 벽의 표면에 가상의 공간이란 부피를 입히면, 나는 현실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가상의 공간에도 존재하게 된다. 벽이 평면이라면 벽 위, 가상의 공간 속 거울이 반추한 나 역시 가상의 공간 속에서 평면으로 존재한다. 작품 속 공간은 집이나 자연, 실제공간과 달리 현실적으로 존재 불가능한 일루전의 공간이다. 일루전의 공간은 작품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삶 또한 한 편의 일루전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실제가 아니듯 일루전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실제이며, 나와 나의 일상에서 연장된 또 다른 의미의 현실이다. 현실과 환영, 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벽을 통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 둘 간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벽은 그 자체 평면이면서도 입체 공간을 구성하는 일부분으로서 입체적 성격을 지닌다. 일상의 공간에 전혀 다른 공간을 그려 넣음으로써 기존의 공간을 색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변모시켜 현실 속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시점과 감성을 확장시킨다. 내 자신이 적극적으로 시점을 이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 박은선
Vol.20110502k | 박은선展 / PARKEUNSUN / 朴恩鮮 / painting.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