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공간

하명수展 / HAMYOUNGSUE / 河明守 / installation   2011_0511 ▶ 2011_0517 / 공휴일 휴관

하명수_날 공간_설치_가변크기_2011

초대일시 / 2011_0511_수요일_06:00pm

후원 / 사이아트 갤러리 협찬 / 3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_02:00pm~07:00pm / 공휴일 휴관

사이아트 갤러리 CY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B1 Tel. +82.2.3141.8842 cyartgallery.com

'날 공간'이라는 조형적 개념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 작가 하명수는 그의 작업에서처럼 모호함과 독특함이라는 양면적 성격이 느껴지는 작가이다. 그가 해 온 회화작업이나 가변적 설치에 의한 공간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사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조형적 의미에서의 매체와 공간을 보는 방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적 공간 혹은 사유적 공간에 대한 시점을 제시하는데 이르기까지 특별한 자신만의 조형적 어법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의 작업에서 작가가 말하는 문맥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작가의 독특한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사용하는 '날 공간'이라는 모호한 용어 역시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사유를 단초로 하여 그가 생각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기 위해 던져 놓은 화두이자 시선을 자신의 문맥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하나의 장치처럼 보인다. 사실 '날 공간'이라는 합성어에서 접두어 '날'이란 가공하지 않은 이라는 의미이나 작가는 일상의 사적 공간의 생경함을 지칭하면서 지루함과 생경함의 간극 속에 던져진 현실의 공간을 재규정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명수_날 공간_설치_가변크기_2011_부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청테이프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정사면체 물체와 이 테이프의 색과 유사한 진한 초록색의 페인트처럼 불투명한 액체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이것들의 색채는 일반적 색채 관념에서 느끼게 되는 초록색의 편안함이나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작업에서의 초록색은 공업용 제품에서 느껴지는 물질적 느낌을 주거나, 임시적으로 강하게 접착시키는 청테이프라는 제품이 주는 일정한 느낌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느낌을 정사면체의 기하학적 형태가 여러 개체에 의해 집단적으로 반복되는 조형 구조로 일상적 자신의 삶의 공간에 등장시켰다. 아니 작가가 어쩌면 일상 공간에 이것을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일상적 공간을 이 작은 구조물들이 만들어낸 생경한 조형 공간 안으로 끌고 들어온 것일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삶의 공간에서는 자연스럽지 않고 인공적이라 할 수 있는 청테이프로 뒤덮인 정사면체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의 작업에서 작가는 이 구조물의 형식을 가지고 단순한 조형물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마치 유기물처럼 증식되어 현실의 공간을 잠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현실의 공간을 가상적 공간으로 변조시키고 있다.

하명수_날 공간_설치_가변크기_2011_부분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이 현실의 공간, 이 일상적 공간이 드라마, 영화, 뉴스 등으로 인하여 다분히 연극적 공간화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가공되지 않은 상태 즉 작가가 말하는 '날 공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는 이 현실이라는 상황이 더 가상적이며 연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래서 청테이프로 감싼 정사면체를 만들어 연극적이며 가상적이고, 여러 경우의 수의 하나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일정한 자극이 되는 물질을 개입시킴으로써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공간 즉 작가가 말하는 '날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에게 있어서는 현실이 더 연극적이고 가상적이며 가공 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보았기에 현실의 공간에 대해 일정한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필요했고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각적 물질을 개입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작가는 가공된 현실들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 않는 현실은 답답함으로 다가 왔기에 몸에 있어서 항원이 되는 물질 같은 하나의 이물질을 투입함으로써 몸이 반응하고 항체가 만들어지듯 지루한 현실의 공간에 대해서도 어떤 이물질이 개입하도록 하여 '날 공간'’이라는 공간적 인식의 생경한 상태가 드러나게 되는 장치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명수_아이디어 스케치_2011

그런데 작가는 이 어울리지 않은 두 가지 상황을 맞닥뜨리게 만든 것에 대해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과 공존한다는 점에서 그 일상적 공간을 견디게 한다'고 설명한다. 즉 작가에게 있어서는 현실이라는 공간은 너무나 연극처럼 가공된 그러한 지루한 일상들의 연속으로 보여졌기 때문에 '날 공간'이라는 조형적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바로 그 조형적 시도가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에게 있어서는 조형작업 자체가 예술가로서의 창작 작업일 뿐만 아니라 현실이라는 공간에 있어서 자기 치유적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일상적 공간에 순응하여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 관객의 시선에도 이물질을 던져 '날 공간'이라는 그의 조형적 경험을 전염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승훈

Vol.20110502g | 하명수展 / HAMYOUNGSUE / 河明守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