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429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 권수현_문정희_이재민_임현희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서울옥션 강남점 Seoul Auction Gangnam Branch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북33길 6 호림아트센터 1층 Tel. +82.2.542.0949
커팅엣지(Cutting Edge)는 '최첨단', '활력소'라는 의미이다. 서울옥션은 그 뜻에 걸맞게 커팅엣지 경매를 통해 미술경매시장에 참신한 얼굴들을 소개해왔다. 그 동안 총 12회의 경매 등을 통해서 역량 있는 작가들이 등장하였는데, 특히, 2007년 초까지 소개된 이동기, 이강욱, 안성하, 이환권, 홍경택, 김도균, 도성욱, 이동재, 권기수, 이호련 등은 한국 미술시장을 더욱 생동하게 하였다. ● 겨울은 끝났다. 최근 미술시장에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새로운 계절의 순환을 시작하는 이 때, 커팅엣지는 기존의 경매형식에서 단절하여 2004년 말 1회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전시의 형식으로 컬렉터를 찾아간다. ● 서울옥션은 지난 해부터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 미술시장에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소개해왔다. 이번 커팅엣지 전시에서는 이들 중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특별히 모았던 작가 4명을 선보인다. 긍정의 힘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그림을 그리는 권수현, 섬세한 라인으로 예쁘게 포장된 현대인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문정희, 이방인의 이미지로 인간의 욕망과 소외를 대차게 그려내는 이재민, 생명과 인간의 실존을 다룬 설화를 보여주는 임현희 등 이들 4인 작가들의 신선한 작업들을 세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권수현 - 독특한 패턴과 상징, 황금으로 이루어진 그림 ● 권수현의 그림은 독특하고 화려하다. 화창한 날씨와 왕국의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듯한 성채들을 배경으로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인 코끼리가 등장한다. 이미지들은 모두 지도의 등고선 같은 무늬와 알록달록하고 불규칙한 모자이크 패턴으로 구성된다. 이들 화려한 패턴들 사이에 작가가 심어놓은 다양한 상징들이 숨어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해석해보는 재미가 있다. ● 그의 그림에는 다채로운 이미지만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황금을 재료로 쓴다. 그림의 중간중간에 화려하게 박혀 있는 오브제들은 모두 순금 덩어리이다. "반복적인 패턴 작업을 통해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음을 찾습니다. 중간에 박힌 황금 덩어리들은 이런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한 소재입니다. ● 잘되기를 바라는 그림,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림 ● 권수현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그녀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권수현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잘 될 겁니다. 당신의 소원 그 모든 것이 이뤄질 거에요.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 개인적인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서였을까? 작가는 반복적인 패턴을 그리면서 긍정의 마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 '주인공'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주인공이 되는 길은 미로처럼 꼬여 있고 어렵지만, 이 작품 앞에서 모든 관객은 주인공이다."라는 긍정의 뜻을, '골드메달리스트'라는 작품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한가지씩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인지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인생을 살며 돌고 돌아 자신의 일을 찾았을 때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금메달은 올림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세가지 소원'이라는 작품은 '소원은 이룰 수 있다. 지니는 소원을 세가지로 규정지었지만, 우린 살면서 수많은 소원이 생긴다. 나의 소원은 지혜로움과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내 소원은 그거다."라는 소원을 성취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염원을 담아서 그렸기 때문일까요? 제 그림을 걸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답니다." 실제로 출산 문제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다산'을 염원하는 작품을 침대맡에 걸어두고는 아이를 가졌다고, 그리고 그녀의 그림을 걸어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 긍정의 힘을 믿는 작가의 에너지가 그들에게 전해진 것일까? 어렵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여 뜻을 이룬 작가. 권수현. 그의 삶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문정희 - '예쁘게 포장됨'이라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다 ● 그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누구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과 포근한 털모자 등에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에게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포장된' 것이라고, 그리고 사실 그의 그림은 '예쁘게 포장됨'이라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정희는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표현한다. ● "아이들은 태어나서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그리고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집단으로부터 부여 받습니다." 문정희의 '시선' 시리즈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아이들의 머리모양과 머리핀 등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가 공들여 해주는 머리모양과 머리핀, 선물해주는 곰인형과 목도리, 모자 등은 모두 우리가 부여 받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소재입니다." 문정희의 작품에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부여 받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 같은 맥락에서 그는 작품에서 '뒷모습'을 담는다. "시선이나 표정이 드러나는 사람의 앞모습은 자신을 스스로의 의도대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뒷모습은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죠. 다른 사람만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타인과 집단이 부여하는 정체성의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 최근 작가는 'Hidden Mask' 시리즈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작품들에서 동물의 탈을 쓴 아이가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아이들의 시선이 감춰져 있는데 비하여 아이들은 이제 가면의 힘을 빌어 정면을 응시한다. 가면 속의 눈은 가면과 연결되어 실제 동물로 보일 정도다. 자신의 존재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PR(Public Relation)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가면을 쓰고 동물로 탈바꿈한 아이들은 아예 그 동물을 데리고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문정희는 '가면을 썼으되 가면을 감춘' 현대인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 콘테 드로잉 등 다양한 시도 ● 문정희는 최근의 'Hidden Mask' 시리즈에서 콘테와 파스텔을 이용한 드로잉 작업도 보여준다. "드라이포인트 작업을 위한 드로잉 또한 훌륭한 또 하나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콘테와 파스텔을 통해 더 세밀하고 부드러운 효과를 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서 꾸준히 작업할 계획입니다." 1983년 생인 문정희, 그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이재민 - 완벽한 재현에 대한 회의가 만든 이재민만의 작품세계 ● 그만큼 이재민은 열정과 끼가 넘치는 작가이다. 그랬던 만큼 어느 날 그녀는 대상에 대한 완벽한 재현, 자기 사상이 드러나면 안 되는 그림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재현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회의였다. 끓어오르는 표현력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 길로 작가는 유학생활을 중단하고 주변에 연락도 끊고 경북 안동으로 숨어들었다. 대학시절 작품에 대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 공장으로 도망쳤다가 재능을 아까워한 지도교수에게 잡혀와서 공부를 재개하기도 했던 그녀였기에 가능했다. ● 즉흥적인 안동 칩거 생활은 막막하기만 했다고 한다. 항상 대상을 마주했던 작가에게 대상도 없이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답이 없어 처연했던 이재민은 손이 가는 대로 드로잉을 수백 장 그려냈다. 그렇게 그려낸 스케치 속에서 어느 날 퍼뜩 그녀는 깨달았다. ● "내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를 생각으로 정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답이 바로 내 그림 속에 있었습니다. 바로 내 그림이 알려주었던 겁니다."이런 과정으로 작가는 자료나 대상을 보면서 그리지 않고, 머리 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를 재구성해서 그리게 되었다. "내 그림 속의 여인들의 눈빛, 그 이미지들은 모두 나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 것들입니다."작가는 거듭 강조한다. ● 인간의 억눌린 욕망에 기인한 소외를 보여준다 ● 이재민은 이방인에 대한 배척과 그 속에 감춰진 욕망을 주제로 다루는 작가이다. 러시아 유학생활 이후 발표한 'Egg' 시리즈에서는 뚱뚱한 이국의 여인들이 평화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대구와 러시아에서 여성으로서 유학 생활을 해야 했던 작가는 어릴 적부터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작가의 강한 개성은 표출되기보다 마음 속에 콤플렉스로 자리잡았다고 한다."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인 것을 억누르면서, 특히 여성으로서 외지에서 살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숨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이국의 뚱뚱한 여성은 그런 작가의 '이방인이 느끼는 억압과 소외감'을 상징하며, 평화로운 전원의 배경은 이 같은 고통이 해소되는 공간을 나타낸다. ● 'Egg' 시리즈에 이은 'The Stranger'시리즈에서는 이 같은 주제의식을 보다 발전시킨다. 바로 이방인에 대한 따돌림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 것이다. 담배를 물고 있는 분방한 반라의 이방인, 우리가 따돌리고 소외시켜왔던 대상이었던 그들은 이제 우리는 억누르고 있었던 욕망을 자유로이 해방시킨 모습으로 우리가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대상이 된다. 만화방창(萬化方暢) 흐드러진 꽃들은 이제 그 모습 자체로 오히려 이방인을 배척하던 인간을 비웃는다. ● 자기 동력으로 발전하는 그녀, 기대된다. ● "어느 순간 뚱뚱한 여자를 그리는 작가로 낙인되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대차게 말을 잇는 작가의 한마디로, 앞으로 이어질 그녀의 작품세계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해졌다. 그녀의 열정으로 보다 넓어질 우리 컨템포러리 미술의 지평이 기대된다.
임현희 - 생명과 죽음, 인간의 실존을 다룬 설화(說話)적 그림 ● 여기 그림을 통해 생명과 죽음, 인간의 실존을 다루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임현희이다. 임현희는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되어 인간의 무의식을 구성하는 원형(原型)의 이미지를 통해서 주제에 접근한다. 그녀의 그림에는 새가 등장한다. 그리고 하얀 두루마리 휴지를 잘라 만든 것 같이 약하고, 힘없이 축 늘어진 인간의 형상이 등장한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인간은 나무의 뿌리에서 잉태되고 줄기에서 열린다. 새들은 하늘을 날며 무심한 눈으로 이 같은 잉태와 탄생의 순간을 굽어본다. 나뭇가지에 허리가 꺽이고 널려진 인간의 이미지, 이를 관조하는 새들과 부리로 물고 다른 새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새들, 혹은 서로 물고자 다투는 새들. 하늘에 뿌려진 별들처럼 혹은 오늘도 인생을 살아가는 수십억의 인구를 상징하듯 캔버스에 무수히 찍힌 점들 가운데 수많은 드라마가 연출된다. ●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경외와 죽음에 대한 따듯한 시선 ● 임현희는 처음에 성(sexuality)에 관심을 두었고 이를 자연의 생명력과 죽음의 주제로 확장시켰다. 그는 "여성인 저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생각은 섹슈얼리티와 여성의 자궁이 갖는 힘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작업을 하며 그 주제는 자연 역시 여자와 같은 자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어지고 있는 작업도 자연의 생식력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연의 생명력이 지닌 초월적 의미를 담게 되었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굽어보는 초월적 존재로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제 그림 안에 누워 있는 조그만한 인간들을 보며 의문을 갖습니다. 그들은 새들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혹은 새들에 의해 어디론가 떠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 새들이 인간들을 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데려간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코끼리가 죽을 곳을 찾아 떠나듯 말이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공간은 이 세상보다 더 편안하고 따듯한 곳이 아닐까요? 그 공간에서 작은 하얀 인간들은 새로운 탄생을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그의 그림은 삶과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다. ● 보편적인 인류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이미지 ● 그녀가 쓰는 새와 나무 등의 이미지는 작가의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레 떠올린 이미지들이지만, 세계 곳곳의 신화와 설화 속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소재이기도 하다. ●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려 작업합니다. 세계 여러 민족에게 전래되는 신화들을 접하다 보면, 이런 이미지들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 작가는 20대 중반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20대 중반까지 전 한 곳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몽골, 태국, 뉴욕, 씨애틀, 그리스, 그 외 여러 나라 들… 가슴 속에선 무엇인가 찾으려 하는데 어디를 가야 찾을 수 있을지 몰라서 하염없이 떠돌아다녔던 것 같네요." ● 그의 인류의 본질적인 삶과 죽음의 문제, 보편적인 이미지들은 영국에서의 작업에서 완성되었다. ● "해외를 돌다 보니,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곧, 한국적인 요소들은 제 안에 자연스레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세계와 소통하는 동시대 한국의 젊은 작가의 세계관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 신승헌
Vol.20110429f | 커팅엣지 Cutting Edg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