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1_042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쿤스트독 KUNSTDOC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욕망과 권력의 체계_공사는 계속되어야만 하는가 ● 이제는 끝날 것 같은 건물 건축 공사 행렬은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생명체처럼 증식을 거듭하는 인간의 개발행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만 간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낡아졌다는 이유로 개발의 논리는 더욱 공고해지며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다. 더 이상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땅이 남아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하며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도시의 풍경과 이를 둘러싼 문제는 많은 작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추효정은 도시의 풍경을 건조한 시선으로 그리되, 공사현장의 이미지를 포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공사 현장이나 건축물, 재개발 현장을 기록하는 사진작가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며 단지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된 풍경을 통해 회화적인 질감을 살려낸다. 특히 작가는 중단되어 방치된 공사 현장에 주목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되어 흉물로 변해버린 현장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흉물로 변해가는 공사현장을 어두운 색채와 시점에 따른 구성을 통해 재생해낸다. 푸른 빛깔의 타포린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땅이 파여진 채 흙속에 세워진 철골 구조물이 있는 풍경들이 그것이다. 작가는 먼저 중심부에 땅을 파고 세워져 있는 철골 구조물들을 배치시키고, 그를 둘러싼 흙더미들과 여러 가지 공사 잔해를 덮고 있는 방수포를 위치시킨다. 이같은 구도는 단순히 장소를 묘사했다가 보다 공사장의 체계와 위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구조를 형성한다.
작가는 전체적인 현장을 조망하듯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한눈에 파악되는 구도를 이용한다. 한편으로 지상에서 드러나는 부분 밑에, 땅 속에 파내려간 기초가 되는 땅과 그 땅속에 세워진 철골조 부분을 그리기도 한다. 전체의 조감도와 같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사의 현장과 그 현장의 지하 속에 들어간 듯 부분적으로 보이는 부분까지도 포착해낸다. 여기에서 어두운 색의 바탕화면과 그 위에 덧칠된 듯 얹힌 푸른색 천막천은 묘한 대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기본 구조가 되는 바닥의 주춧돌에서부터 쌓아올려지는 건물들의 공사현장을 어두운 색감과 푸른 색감을 대비시켜 그리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는 흉물스러운 현장의 이미지를 강화할 뿐 아니라, 그같은 흉물의 은폐를 돕는 천막천과 그 사이로 드러나는 공사의 잔해물을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한편으로는 천막아래, 혹은 천막의 바로 위 등의 부분을 그리기도 한다. 은폐된 풍경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부산물을 그대로 드러내되, 매우 비밀스러운 장소처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건축물의 공사 현장을 그리지만, 객관적인 사진처럼 사실적인 방식으로 그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공간의 분위기과 음울함을 연출하기 위해 화면의 색채와 질감, 구도를 연출하여 자본주의 사회 이면의 은폐된 구조적 모순을 회화적인 화면으로 재현해낸다.
흥미로운 점은 푸른색 타포린의 표현방식인데, 마치 어두운 바탕의 이미지를 지우거나 덮어버리듯이 붓터치를 그대로 남기며 물감이 흘러내리는 느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는 선명한 푸른색 천은 폐허같은 풍경의 익명성과 어두운 현실을 더욱 강화시키는 장치가 되며 흙이나 부산물을 흘러내리지 않도록 덮어두고 고정시키는 타포린 천막의 용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이같은 공간과 이미지가 형성된 근저에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인간의 자본을 소유하고 증식시키려는 욕망과 공간, 도시가 얽혀서 이뤄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맥락을 직조하는 것이다. 파편화되어 분절적으로 나타나 증식하는 도시의 표면은 자본주의의 욕망과 동거하며 계속해서 세포 분열해 나간다. 하지만 그같은 욕망은 중단되며, 버려진 공사현장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같은 현실에 주목하여 흙더미와 공사현장을 뒤덮은 두껍게 덧칠되어 흘러내리는 푸른색 타포린의 표현을 통해 덧칠된 욕망, 그것을 덮으려는 욕망이 혼재된 도시풍경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사현장은 인간의 개발 욕망과 공간의 구성에 있어 권력화된 체계를 드러내고, 작가는 그것을 단순히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같은 '체계' 자체를 구도와 색채, 질감으로 드러냄으로써, 개발과 공사를 둘러싼 맥락을 생각해보도록 한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수단이 되어온 '개발'과 '공사'가 과연 계속되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 김우임
Vol.20110429a | 추효정展 / CHOOHYOJUNG / 秋效廷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