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찾은 수도원

제2회 비앤오아트 기획展   2011_0421 ▶ 2011_0504

강하영_6개월간의 기록_단채널 영상_00:07:21_2010

오픈행사 / 2011_0421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하영_김사라_윤지영_이민경 이정민_정윤희_조소희_조현정_홍원석

부대행사 공개대담「예술과 인문학의 만남」: 비앤오아트_인성모_청어람아카데미 시간 : 2011_0426_화요일_06:00pm 장소: 양화진갤러리 옆 양화진 동아리

관람시간 / 10:30am~08:30pm

양화진갤러리 Yanghwajin Gallery 서울 마포구 합정동 377-44 Tel. +82.2.333.5161

작가, 작업, 그리고 영성 ● 크리스천 미술인 공동체 BnO가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과 탄광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진행해 온 미술캠프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 되었다. 처음엔 우리가 가진 것을 문화적으로 변방인 곳에서 함께 나누고자하는 봉사자이자 공급자적 입장이었다. 이는 예술의 위로와 치유 기능을 실험하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수혜자는 우리 자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수도원 안에서의 예술이란 표면적인 문화적 의미를 넘어 '예술가의 영성'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떠오르게 하는 여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2009년부터 제 1회 BnO의 예수원 전시인 『종지, 사발, 컵, 대야』로 구체화 되었고, 참여 작가들의 개인 영성을 '그릇'이라는 메타포로 담아내려는 의도였다. 그 후 이러한 고민이 우리의 작업 현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서 『BnO 크리틱』이라는 정기모임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양한 작가의 작업발표와 기독교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미술 연구 토론모임이 되었다. 올해로 2회를 맞게 되는 『BnO의 예수원 전시』는 이 시대가 지향하는 문화 예술적 담론들 안에서 작업과 영성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고자 하는 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 땅의 미술계가 요구하는 성공코드와 처세술에 대해 답답해하면서도 어떠한 모색도 여의치 않았던 현대미술가로서의 자기 성찰, 자기 정의를 이끌어 내기위한 수도(修道)의 과정으로서 그 첫 번째 의미를 가지기를 기대한다.

김사라_체조 1_목판화_170×135cm_2009

우리는 이시대의 예술계에서 작업과 신앙의 관계를 늘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천 작가들의 반응은 보통 선택적인 긍정이나 때론 격렬한 반대, 혹은 이분법적 대항 (크리스천 미술과 사단의 미술)등의 모습일 때가 많다. 좀 더 무난한 방식이라면 미술계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작품을 발표하여 '교회 다니는 뭔가 좀 다른 작가'로 입지를 굳히는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의 필드 안에서 '소금의 역할'로 다양한 실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크리스천 미술가의 정체성을 반증하느라 정작 영성 자체를 자신의 작업과 예술에 직접적으로 연결해야할 중요한 고리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같은 외부에 대한 반응에 앞서 본질에 접근하는 순수함, 겸손함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윤지영_MAESTRO_단채널 영상_00:03:37_2010
이민경_wrapping_설치_2011

예술이란 그 존재론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정신의 의미심장한 메타포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증거 하거나 그 예술가가 크리스천임을 나타내는 도구적 역할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미학과 영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때때로 특정한 필요에 충실하게 대답하는 작품이 미술, 그 고유의 미학을 상실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감상의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쩌면 작업을 도구삼아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열심이 본질에 대한 탐구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마치 '하나님'이라는 진리 그 차체보다도 하나님에 대한 이러 저러한 '-주의(-ism)'들이 오히려 본질을 한정시키고 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면에 예술행위 안에서 신앙의 알레고리를 찾아가는 것은 솔직하고 겸손한 자세로써 예술가와 그의 예술이 지닌 그 자체의 영성을 벼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중심에 다가서고 진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이고 또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루하루 삶의 희노애락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예술과 영성',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작업과 영성'이라는 화두에 대한 접근방식을 수도원의 영성에서 찾아보려한다.

이정민_18꽃_장지에 채색_91×73cm_2009
정윤희_돌_바퀴를 붙인 돌_12×18×15cm_2011

'수도원 영성'이란 삶의 역동적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욕망, 과장, 형이상학, 그 시끄러움과 분주함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단순한 삶과 침묵과 기도로 신 앞의 자아, 요컨대 본질적인 존재론을 추구하는 것이다. 수도원은 세상과는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획득하고 오히려 삶의 현장성의 깊이를 유지하게 하는 영성의 발전소가 된다. 그러므로 『BnO의 예수원 전시』는 전시 제목대로 예수원이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된 수도원 영성이 추구하는 본래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개인의 예술에 끌어들여서, 자신의 예술과 그 영성을 감지해보자는 시도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영성과 개인의 작업에 대한 정의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실험이자 모험이 되길 기대한다. 마치 예수원의 설립자 대천덕 신부님이 본질에 대한 실험으로 강원도의 산골짜기에 수도원을 세웠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세운 가상의 결과 (아직은 현실화 되지 않은 가설)는 예수원이라는 실험장소의 시간과 공간을 통해 지금도 현재진행으로 '참인 명제'로 밝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의 실험 역시 '내 작업과 영성'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하여 수도원 영성이라는 공간과 작업이라는 시간이 만나서 우리가 세운 가설이 '참'이 되게 하는 결과를 바라는 것이다. 적어도 '참'에 가까이 가는 새로운 실험을 향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 이런 의미에서 『BnO의 예수원 전시』 준비과정은 모든 수도의 삶이 그렇듯 작가 개인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수고를 요구 했다. 우선 이 전시를 위해 참여 작가들은 10회에 걸쳐 꾀 진지한 크리틱 시간을 가졌다.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글쓰기와 발표, 토론의 시간들을 함께 했다. 이 기간은 자신과 작업에 대한 솔직한 자각, 다른 시선들과의 만남, 부딪침, 그로 인한 깨어남 등이 동시에 일어난 눈물과 용기의 시간이었다.

조소희_붉은 방석_크리넥스, 비단, 목화솜, 아크릴 박스_가변설치_2011
조현정_일상의 수집 2010.12.11_단채널 영상_00:01:20_2010

당초의 기획은 예수원에서의 1차 전시를 열게 되어있었다. 이것은 해마다 열렸던 예수원을 중심으로 한 『BnO 미술캠프』의 일환으로서 오래 전부터 계획 되어 있던 전시였다. 이 전시를 통해 소수의 특정 관객인 예수원 가족들, 함께 참여하는 동료작가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 전시의 키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세상의 평가나 커리어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자신의 작업과 영성을 객관적으로 직면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작가들은 물론이고 예수원에서도 기대를 가져주었다. ● 그리고 예수원행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작가들은 작업을 자가용으로 싣고 갈 것인지 마지막까지 수도사적인 마음으로 직접 지고 (그들의 십자가인 이것을!)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그 당시 구제역의 수그러들 줄 모르는 기세가 예수원 주변의 축사들로 하여금 예수원의 손님방문을 금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갑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예수원에서의 전시는 그만 무산 되었다!

홍원석_애플_캔버스에 유화_50×160cm_2010

우리는 어리둥절한 마음을 추스르고, 예수원 전시 후에 서울에서 계획된 2차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예수원 전시 후 평가 정리기간을 거치며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록을 곁들인 결과물로서의 전시로 계획된 것이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예수원 전시가 '주'였고 서울 전시는 '부'이자 수렴의 의미였는데, 뜻하지 않게 이번 서울 전시가 '주'가 된 셈이다. 이 의미의 전도(顚倒)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단, 이 서울 전시를 통해 바랐던 것들은 이렇다. 일반 관객에게는 크리스천 작가들의 본질적이고 겸손한 고민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작가 자신에게는 실험에 대한 결론이자 또 다른 실험과 모색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턱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나의 의미를 덧붙이자면, 이 모든 전시와 자료제작 제반비용은 기금이나 협찬에 의존하지 않고 작가가 스스로 부담한, 그야말로 부담스런 전시이다. 이것은 의미 있는 시도와 모험을 위해 우리가 기꺼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다. 또 이 경험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한 참여 작가들의 작은 의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예술과 영성에 대한 탐구'라는 미약한 시도와 수고를 통해 예술이 개인의 작품세계에서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영적인' 일로 증명되고 정리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문화의 압력에 좌우되지 않으며 자유롭고, 신나게,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예술가의 길을 걸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 조소희

Vol.20110423e | 예술이 찾은 수도원-제2회 비앤오아트 기획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