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개: 모형주의 사진학 입문

아트라운지 디방 2011 출사표 선정展   2011_0422 ▶ 2011_0522 / 월요일 휴관

재매개: 모형주의 사진학 입문展_아트라운지 디방_2011 이문호_임선이 하태범_김정주

초대일시 / 2011_0422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 이문호_임선이_하태범_김정주

기획 / 김회철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5월 5,10일 휴관

아트라운지 디방 ART+LOUNGE DIBANG 서울 종로구 평창동 435번지 Tel. +82.2.379.3085~6 www.dibang.org

재매개: 모형주의 사진학 입문 - Remediation: An Introduction to Modelism Photography ● 밀레니엄 이후 한국현대사진 지형도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도시와 건축, 그리고 장소와 공간의 시각성에 집중한 작품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진들은 후기산업사회 혹은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예술생산 주체들에게 강한 지적, 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사진의 기록성, 재현성을 넘어선 일단의 연출사진이 제공한 시각적 이미지는, 부지불식간에 의식화된 도시의 역사성을 해체하는가 하면 때때로 건축이 가진 압도적 물질성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특정 건축물의 표피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익명적 공간의 무표정한 현장성을 강조한 경우다. ● 한편, 이러한 의도적 또는 우연적 사건성에 비하여 직접 모형을 제작하고 촬영한 사진을 최종단계로 전시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어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데, 다만 이들의 모형은 실재 건축을 축소해 재현한 미니어처(miniature)가 아니며, 일반적 건축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형 연구 작업과도 별개인 출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 시각문화의 특성인 수용자 중심의 시각체험은 이들의 작업은 건축가(architect)의 그것과 크게 구별하지 않고 건축 모형과 결부시키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작업이 실제 건축계의 모형 제작 형태와 합치되는 부분이 있어 보다 정밀한 탐색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모형의 재료 선택 문제, 제작 공정의 유사성, 더군다나 사진의 최종적 활용은 이미 건축 일반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온 상식적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일반적 건축 모형과 미술의 영역으로 넘어온 이들 모형 작업 간의 차별점과 변별력은 무엇인지 검토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텐데, 상이한 제작환경에서 탄생한 각각의 모형이 생산한 의미는 당연히 다를 것이란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기왕의 이들 작품 해석에서 간과되어온 측면이며, 모형이라는 물건에 대한 건축적, 미술적 역사성 개념을 도외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의 작업이 모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진으로 옮겨지는 일종의 재매개(remediation), 즉 사진이라는 매체(media)로 모형의 표현양식과 시각적 인식을 차용함에야 이러한 상호매체적 탐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일차적으로 모형을 문제화시키고, 나아가 사진으로 재매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론적 쟁점과 비평적 핵심, 그리고 관람(spectatorship)의 전환에 논의를 집중해보고자 한다. ● 아울러 이들의 작업이 전통적 사진에서 중요시되던 카메라, 렌즈, 필름 등의 도구적 측면과 초점, 노출, 감도, 인화 등의 기술적 측면에 절대적으로 부합하지 못한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현재 사진 환경의 어느 위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지형적 배치 변화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일군의 작업을 '모형주의 사진'으로 명칭하고 기존 사진학에 당당히 첨가되기를 희망하며, 이들의 사진 작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무엇이 될 수 있는가'로 답변의 초점을 이동시킬 것이다. 심도 있고 실천적인 연구에 대한 참여작가 개개인의 입장과 관점은, 각자의 작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틀과 방법론을 제시하여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는 민주적 담론을 생성할 것이다.

이문호_Space1_람다 프린트_97.5×80cm_2004

작가 이문호는 그간 우드락을 이용하여 모형을 제작하고 육중한 조명을 설치해 사진과 함께 전시하는 형식을 취했다. 우드락은 얇은 두께의 스티로폼이지만 매우 섬세해서 재단 과정에서 칼질에 따라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미세한 마름질 표시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직각의 절단면을 얻지 못할 경우, 접합 과정에서 애로점이 발생하는 쉽지만 어려운 재료다. 이를테면 모형의 기초이자 정석인 재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젯소(gesso)를 칠하면 마치 석고와 같은 질감과 견고함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신속한 결과를 위해, 혹은 수정의 용이함을 들어 스터디 단계의 모형 제작에 이용한다. 재료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유사점은, 이문호의 작업을 건축과 밀접하게 연결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져왔다. 실제로 이문호의 모형과 사진은 모든 관람자에게 보편적인 접근을 한다기보다, 이문호가 의도한 쟁점들에 공감하는 특정 관람자들에게 말을 건다. 이를테면 관람자가 사진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사진 역시 관람자들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사진의 의미가 복합적 사회관계를 통해 생성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의미는 이문호의 의도 외에, 관람자의 사진 인식과 경험, 그리고 시각성의 맥락 내에서 결정될 수 있다. 이문호가 모형의 효과를 차용하며 동시에 배반하는 방식이다.

임선이_기술하는 풍경_라이트젯 C 프린트_123×180cm_2008

작가 임선이의 작업을 살필 때마다 간과되어온 부분은, 풍부한 서사성(narrativity)이다. 다만 일종의 사회적 발언, 혹은 현실참여의 내포적 의미(connotative meaning)가 시각적으로 즉각 전달되지는 못하는데, 임선이의 모형과 사진에 대한 오해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소위 '콘타(contour)'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콘타'란 중학교 사회시간에서부터 건축설계 실무현장에서까지 사용하는 등고선 모형을 지칭한다. 이 지점은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는데, 겹겹이 종이를 집적시킨 콘타의 대형 프린트를 보는 시각적 경험은, 모형의 물리적 입체만 부각될 뿐 순간적 감흥이 덜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관람 초점이 모형에 집중해 있었다는 이유다. 우선적으로 임선이의 콘타는 특정 지형의 정직한 재현물이 아니다. 게다가 콘타를 뜨고 남은 부분의 판을 쌓아 얻은 모형은, 오히려 새로운 지형의 탄생에 버금간다. 여기서 임선이의 콘타, 그리고 사진으로 재매개되는 것은 주류적 시각 원리이자 세계관인 원근법의 해체와 새로운 보기 방식의 제안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임선이는 그의 모형 콘타를 사진으로 매개하면서 이러한 현상 이면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 즉 가시광선으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을 적외선으로 비추며 보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다. 본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원근법이 사라져 부조리해 보이는 사진은, 섬뜩하고 불편한 진실, 혹은 남루한 현실의 세계다. 소수, 타자, 외부가 사회를 구성하는 역사의 공간, 임선이의 감춰진 서사다.

하태범_White-1_디아섹_100×150cm_2009

작가 하태범은 파괴된 모형을 만든다. 종이를 포함해 기성의 플라스틱 모형 재료 등을 이용 제작한 물건을 다시 사진 찍는 과정은, 재현의 재현이라기보다 표상의 재매개에 가깝다. 이를테면 하태범이 애초에 수집한 투쟁적 현장 사진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실어 나른 통신사의 전략에 따라 조절된 진실일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사진이 같은 수 없다는 전제다. 이렇게 제작한 모형 사진은, 이미 겹겹의 표상 장치를 내장한 채 특별한 관람(spectatorship)을 요구한다. 기왕의 하태범의 모형과 사진이 표상한 전쟁과 대재앙의 잔혹성, 참혹함은 단색조의 흰색으로 탈색되었다. 흔히 하태범의 모형에 대한 오해는 이 흰색에 기인하는데, 사진 촬영시 깊은 명암과 음영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흑백사진의 경우에 이러한 효과는 배가되는데, 하태범의 사진이 명백히 컬러사진인 것을 감안하면 이 흰색은 탈색이 아닌 오히려 도색한 위장(camouflage) 에 가깝다. 즉 흰색 아래에 숨겨져 있는 얼룩덜룩한 문제의 양가성(ambivalence)이다. 하태범 사진의 핵심은 바로 이 과정에서 명백해지는데, 사진이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망각을 매개하는 지점이다. 구제역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번 전시작은 텅 빈 축사로 표상된 시대적 상실, 그것을 극복할 치유의 재매개로 관람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다.

김정주_Magic Land 8_디지털 C 프린트_75×100cm_2007

작가 김정주는 흔히 '호치키스(Hotchkiss)심'으로 불리는 스테이플(staple)을 소재로 모형을 제작한다. 작고 흔해 눈여겨보지 않는 재료를 이용해 구축한 조형의 힘은, 건물을 짓고 다리를 만들며 도시를 형성해 세계를 축조한다. 그러나 기왕의 관람은 수공적 노동집약에 집착해 모형의 물질성과 대형 프린트의 시각적 효과에 교란되어, 정작 사진의 매개적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석을 내놓지 못한 채 염세적이고 편집증적 이미지로 축소시켰다. 그런데 김정주의 모형 언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워 크레인'과 'H 형강((H-beam)'은, 철골구조(steel frame structure)의 대표적 요소들로 근대적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해결 못한 건축의 수직성을 만족시킨 획기적 시공기술이었다. 인류의 짓기 욕망과 김정주의 쌓기 욕망이 교접한 이 지점은 결코 가상현실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중세 시대의 성채나 고딕식 첨탑, 롤러코스터의 조형성은 과거도, 상상도, 환영도 아닌 정확한 현재적 시점으로, 당장의 서울 잠실, 석촌호수 근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사건이다. 그렇다면 모형이 표상하는 바는 가상의 도피처가 아닌, 오히려 도시적 삶을 긍정하는 '여성 산보객(flâneuse)'의 태도에 가깝다. 김정주의 모형에서 소비되는 시각적 욕망은 도시의 곳곳에 침투한 미디어의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 즉 조작된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사진이 매개하는 것은 이러한 욕망의 표현(expression), 혹은 그런 욕망의 표상(representation)이다. 김정주의 모형 사진 관람에서 영화나 텔레비전이 연상 가능한 것은 이런 작용 때문이다. ■ 김회철

Remediation: An Introduction to Modelism Photography ● What is notable in the topography of Korean contemporary photography after the millennium is the appearance of works that focus on the theme of urbanity and architecture, and the visuality of location and space. These themes inspire intellectual and aesthetic curiosity among many artists who live an internalized version of post-industrial or neo-liberal society in their everyday life. Going beyond documentary and representational photography, the visual images of staged photography dismantle the historicity of "city" that we unconsciously accept, and allow the artist control over the overwhelming materiality of architecture. Photographs that depict the superficial image of specific architecture or emphasize the deadpan presence of anonymous space are examples of such works. ● The artists, Lee Moonho, Im Sun-Iy, Ha Tae-Bum and Kim Jung Joo and their photographs of their self-made architectural models demand our attention. These artist-made models are not miniatures of actual existing buildings, nor are they representations of real architectural designs. Yet contemporary visual culture, centered on the receiver of the experience, constantly connects the work of these artists primarily with architecture. While it is undeniable that these artists’ self-made models share certain elements with general architectural models – in particular, the material used in the models, the process of production, and the utilization of photography – the shared elements themselves call for the viewer’s careful scrutiny. ● It is imperative, then, to discern differences between general architectural models and those models that cross into the field of art, since meanings produced in distinct environments necessarily differ. These differences have been overlooked due to the exclusion of the ways art historical concepts inform architectural models. As well, we must take note that artist-made architectural models are not the final product, but become the subjects of photographs, a process that is a type of remediation. Thus, intermedial examination on the appropriation of the expressive style of the architectural model as a media and the visual recognition of such must take place first for deeper understanding of these works. It is within this context that the exhibition, Remediation: An Introduction to Modelism Photography, seeks to problematize architectural models, and then examine the theoretical and critical points of discussion that shift as architectural models are remediated into photography. ● Furthermore, if we presuppose that these works do not completely meet the instrumental standards considered important in traditional photography such as camera, lens, and film, or technical aspects such as focus, exposure, sensitivity, and printing – where can we place them in the current photographic environment? To answer that question, we must take a careful look into the mapping of photography. For the exhibition, the works are categorized as "Modelism Photography," a burgeoning new genre of photography. The exhibition probes the viewer to ask, "What is this?", and then, "Where can I place it?" The positions and perspectives of the participating artists provide both a new frame of thinking for the viewer, and a new method of expression for each artist, ultimately generating valuable discourse between the two. ■ KIMHOECHUL

Vol.20110422g | 재매개: 모형주의 사진학 입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