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Min Hyunsik, An architect;s way of studying
관람시간 / 11:00am~11:00pm / 월요일 휴관
테이크아웃드로잉 TAKEOUT DRAWING 서울 성북구 성북동 97-31번지 Tel. +82.2.745.9731 www.takeoutdrawing.com
"takeout drawing"에다 『나의 공부방』을 열어 보인다는 게 한참이나 쑥스럽다. 한편으로 어쭙잖게 자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지극히 사적인 걸 공개하는 게 민망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그러나 "'드로잉'을 생산하는 예술가를 지지하고 이러한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손님들이 지지하면서 생긴 수익이 공간을'자가발전'시키는 구조"라는'takeout drawing'의 운영방식과 'Café Residency'라는 독특한 기획의도에 의해 진행되었던 앞선 전시들이 근사했다. '자가발전'하지 못하여, 항상 누군가에게 기대는 예술은 지속하기위해 비굴하거나 단명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takeout drawing'의 성북점이 내 작업실의 아래층이고, 내 사는 집 근처에 또 한남점을 열어 내 일상과 가까이 있다는 '우연'이 나를 부추겼다. 주저했지만, 열기로 했다. ● 지정된 나의 공부방은 세 곳이다. '지정된'이란 말을 쓴 것은, 실은 이 세상 어디나 나의 공부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요즈음 같이 IT가 발달한 세상에선 어디나, 언제나 '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내 문방, 나의 작업실 '寄傲軒' 그리고 97년 교수가 된 이후로 생긴 학교 교수실. 나의 생활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더라도, 이러한 과분함에 항상 미안함이 마음 한켠에 도사리고 있다. ● 또한 이런 탓에 어디다 '책'을 두어야할지 어려움이 많다. 책을 싣고 다니던 자동차운전을 포기한 이후로, 무거운 책을 항상 들고 다니는 게 무리라, 학교 교수실은 수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책만을 두기로 하고, '기오헌'엔 건축에 관련된 책 그리고 집엔 그 밖의 책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 구분이 그리 칼같이 선이 그어지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책을 찾는 황망함에 마주하는 일이 잦다. 해서 사전류 등 참고서적들, 문득 꺼내 읽는 시집 등은 두 권을 마련하여 각각에 두기도 한다. 요즈음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그 어려움은 조금씩 덜하긴 하다.
takeout drawing 일기 ● 최소연 선생의 권유로 전시기간동안 takeout drawing과 관련된 생활을 기록하기로 한다. 뭔가 여기서 벌리는 드로잉을 일기로 대체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 독특한 event를 기록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뜻으로 이 글은 매일 썼다는 뜻의 '일기'일지 모르지만, 실은 매번 이 책꽂이에 책을 옮겨 꽂으면서, 이들을 다시 읽는 기분으로, 그것들에 딸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2011년 4월 20일(수) ●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짐을 옮겼다. '문방책상', 'A-lamp', 'J. Berger의 책들', 'roll paper를 꽂아두는 통', 'rug', '낡은 notebook' 등이다. 송현애 씨와 두분의 스테프들이 수고해 주었다. "서서히 시작하고, 점차 채워가며 그리고 수시로 바꿔가는 재미"에 최소연 선생이 동의하셔서 구태여 서둘 필요는 없겠지만, 21일부터 뭔가를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무리를 한 셈이다.
4월 21일(목) ● 성북동 takeout drawing은 공간적이다. 1.35m의 level 차이를 보이는 두 공간을 오를수록 넓어지는 사다리꼴의 계단이 이어주고 있다. 이 계단에 handrail이 없어 좋다. 이 건물이 본래 목욕탕이었고, 이 공간은 미장원이었다 한다. 내가 처음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벽에 베인 듯한 '미장원냄새'가 코에 미끄러지듯 스며들었다. 그걸 구태여 지우지 않은 takeout drawing의 지혜와 그 태도가 좋았다. 예브게니 비노쿠로프 Yevgeny Vinokuro의 시를 자신의 책 'my heart, our face and brief as photos"에 적어 넣은 J. Berger의 지혜를 닮았다. ● Sometimes, I'd like to write a book A book all about time About how it doesn't exist, How the past and future Are one continuous present. I think that all people-those living, those who have lived And those who are still to live-are alive now. I should like to take that subject to pieces, Like a soldier dismantling his rifle. ● 이런 흔적은 항상 나를 들뜨게 만든다. 바로 시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 흔적에 이제부터 'takeout drawing의 냄새들'이 덧붙게 되어 더 긴 역사를 이 건물의 몸에 기록해나가리라는 즐거운 상상을 했었다. ● 내 '문방'을 윗 level의 구석진 곳에다 마련했다. 한쪽 벽이 사선이어서 윗층의 내 작업실과 닮았고, 바닥에 앉아 지내려는 내 눈높이에서의 풍경이 마치 우리 전통건축의 누마루에서의 풍경과 유사한 구도를 닮아 있어서이다. ● 사무실에 있는 책장 4개를 옮겨 쌓아 공간을 구획하고, '문방책상'과 몇 가지 소품들을 늘어놓았다. 아늑하다. 그리고 밖을 향한 시점이 높아, 내다보는 풍경 역시 좋다. 눕고 싶지만, 아직은 참자. 빈 책장에 J. 버거의 책들을 우선 꽂아둔다. 집에서 가지고 온 것들과 사무실의 서가에 남았던 몇 권의 책을 더하니, 무려 36권이나 된다. 새삼스레 꽤나 모였다고 생각한다. ● 잠시 앉았다. 떠난다. ● 오후 3시쯤, 송현애 씨로부터 카드 키와 멤버 카드를 받았다. 묘한 기분이 든다. 한시적이긴 하나 또 하나의 내 공간이 생겼다는 게, 부담스럽다. 이 공간에 친숙해지기까지 그리고 이 공간을 잘 쓰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4월 23일(토) ● 조금 늦은 오후, 아내와 함께 takeout drawing에 들른다. 내가 아끼는 전집류 중 가장 오래된 新丘文化社의 야심작이었던 '世界戰後文學全集' 9권을 꽂아놓기 위해서다. 지난 해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3권을 채워서, 지금 나에겐 전 10권 중, 9권이 있다. 제7권 日本戰後問題作品集과 제8권 韓國戰後問題詩集이 비었고, 제3권인 佛蘭西戰後問題作品集이 두 권이다. 언젠가 이들 두 권도 헌책방을 뒤져서라도 채워두고 싶다. (중략) ● 4월 26일(화) ● 오늘은 비가 내린다. 봄비다. 비를 "움직이는 비애"라 했던 김수영을 다시 생각한다. 여기 내 또 하나의 '문방'에 내려와, Walter Benjamin의 책들을 꽂는다. 첫날 꽂은 John Berger와 더불어 W. Benjamin은 나에게 또 한번의 전회를 갖게 한 사람들이다. (중략) ● 5월 3일(화) ● 오늘은 좀 일찍 내려왔다. 점심식사 전까지만 머물 생각이다. 최소연 선생의 손길이 닿아 바뀐 모습이 쑥스럽다. '評傳', '自敍傳' 그리고 한 인생을 소설화한 것들을 꽂는다. 가끔씩 평전이나 자서전을 읽었지만, 5년 전(2006년이라고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자크 아탈리의 '마르크스 평전'이 이해에 출판되었기 때문이고, 출판되자마자 이 책을 사 읽었던 기억 때문에 2006이라 적을 수 있다)부터 부쩍 평전을 자주, 여러 권 읽었다. 평전을 읽는 기쁨이 새삼스러웠기 때문이다. '평전'은 한 인생의 서사이기도하고, 그 인생을 바라보는 저자의 특별한 관점이지만, 또한 그 인생이 살다간 그 시대의 서사이며 그리고 그 시대를 읽는 저자의 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나를 성찰하는 좋은 지도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꼬리를 물고 읽게 되었다. 시작은 자크 아탈리의 '마르크스 평전'(이효숙 옮김/(주) 위즈덤 하우스)이었다. 이 책이 출판되자마자 훅하고 달겨들듯 구해 읽은 건, 두 가지 사연이 있다. 우선, 소위 교수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은 안식년(2005년)에 충전을 작심하고, 마르크스의 '자본론' 전부를 독파해보려는 욕심을 부렸었다. 런던에 머물 때, 가끔씩 산책하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서 그러리라 작정했지만, 미루던 일이고, '자본주의'에 대한 막연한 교양을 탈피하고픈 뜻이기도 했다. 오래 오래전 맘 졸이며 흘깃 조잡하게 번역된 요약본을 읽은 기억을 되살려, 본격적으로 공부해보려 했다. (중략)
● 5월 5일(목) ● 오늘은 어린이 날이라 집에서 책이나 읽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으나, 3일 마무리하지 못한 얘기를 쓸 겸, 들렀다. 사무실에 약간의 일도 밀려있고. 습관적으로 마시던 아메리카노 커피 대신, 최소연 선생이 추천한 '폴의 어랭공장'을 마시기로 한다. 어릴 적, 길가 또뽑기 좌판에 흑설탕을 소다로 부풀린 설탕과자와도 같은 맛 그리고 마산 시장입구에 앉아 어린 우릴 호객하던 아저씨. (중략) ● 5월 11일(수) ● 오늘은 이탈로 칼비노의 'Invisible Cities'(translated from Italian by William Weaver/Pan Books)를 꽂는다. J. 버거, W. 벤야민 그리고 I. 칼비노. 이 세 작가들은 아마 내 런던생활을 장식하는 가장 귀한 존재들이다. AA 학교의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Jway Ho Chang의 권유로 읽게 된 소설이다. 매일 한 에피소드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고는 그의 다른 몇 권의 책들도 샀지만, 그리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어서 그냥 꽂아두기만 한다. 그건 일종의 치기이지만 그러나 내가 그에게 보내는 존경의 표식이기도 하다고 위안한다. (중략) ● 5월 14일(토) ● 오늘은 한경구 교수와 관련된 책들을 꽂는다. 5권밖에 되질 않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97년 우리학교를 시작하고, 나는 '이론과 실천'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건축과학생들에게 인문학을 맛보이기위한 기회로 삼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소위 '실기'위주의 학교라는 미명아래, '교양과정'을 생략하고 있어서, '우리학생들은 교양이 없어'라는 진담을 농담같이 할 때였다. 하지만, 이 과목은 실은 학생을 빙자한 나를 위한 강의시리즈였을 지도 모른다. 기대이상의 충격들이 계속되었고, 내 무지함이 여실히 노정되었고, 그래서 흥미진진했다. (중략)
5월 16일(월) ● 시집들을 꽂는다. 우연히 갖게 된, 東亞出版社 刊 《20世紀詩集》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시'에 매혹되었다. 특히 W.B.예이츠, T.S.엘리오트, 에즈라 파운드, 프란시스 잠, 뽈 발레리, 기욤 아뽈리네르, 장 꼭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처음엔, "사랑과 게으름을 노래하노니 그것밖에 가질 것이 없느니라 내 비록 어려 나라에 살아 봤지만 사는데 다른 것은 없느니라 장미 꽃잎은 슬픔에도 시든다지만 나는 愛人이나 가지겠노라 ■ 민현식 (중략) * 민현식의 일기는 레지던시 기간동안 계속 됩니다. (www.takeoutdrawing.com > now show 에 업데이트 됩니다.)
■ 카페 레지던시 프로그램 테이크아웃드로잉의 레지던시는 화이트큐브 전시장과는 달리 카페의 특수한 성격이 포함된다. 전시의 내용 역시 작품 이외에도 작가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책, 음반, 영화 등 다양한 리스트를 수집하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은 A'Kiosk(예술가의 서재)와 작가의 주제와 함께 만들어지는 신 메뉴(드로잉 메뉴)를 통해 카페 스탭은 물론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방문하는 모든 이와 공유하게 되며, 전시와 함께 발행되는 드로잉 뉴스페이퍼에 실리게 된다.
Vol.20110420j | 민현식展 / MINHYUNSIK / 閔賢植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