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일군 '사소한' 존재의 환희심

박찬선展 / PARKCHANSUN / 朴贊善 / painting   2011_0420 ▶ 2011_0429 / 월요일 휴관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94×130.3cm_2009

초대일시 / 2011_0420_수요일_05:30pm

본 전시는 성남시 문화예술발전기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30pm / 월요일 휴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SEONGNAM ARTS CENTER 경기도 성남 분당구 야탑동 757번지 본관 Tel. +82.31.783.8141~6 www.snart.or.kr

텃밭에서 일군 '사소한' 존재의 환희심 ● 사소한 것 같으나 사실은 사소하지 않은 것,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는 '잡다한'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괜히 (탐욕스런) 인간의 관점으로 잡초가 있고, 해충이 있고, 또 쓸 데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 천지에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풀 한 포기조차 이 지상을 이루는 구성원 가운데 당당한 하나이다. 때문에 사소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소하지 않은 존재들, 이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선을 촉구하는 것, 이는 매우 소중한 작업이리라. 예술가는 망원경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현미경을 갖고도 있다. 예술가는 사물의 미세한 부분까지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물을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예술 작품을 보는 즐거움은 이같은 발견 혹은 깨달음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기, 여기에 예술의 가치가 돋보인다.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12×145.5cm_2009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3×162cm_2009

박찬선의 작업은 '작은 것에서 커다란 것 찾기'의 행적이다. 그동안 그는 식물 생태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것도 무슨 식물도감처럼 식물의 전모를 도해하는 단순 묘사가 아니고, 부분을 강조하면서 상징성을 찾고자 했다. 박찬선 식물원은 꽃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도 없지 않았으나 풀잎과 같은 단순 형태를 화면 가득 강조하는 작업을 선호했다. 벼 이삭과 같은 풀잎 줄기, 이파리의 한 부분, 그것도 양광이 넘치는 밝은 조명 아래의 생명들이다. 작가는 생명의 약동을 식물 신체의 일부를 빌려 노래한 것이다. 바로 생명의 찬미이고, 그 율동이 이미지로 나타난 것이다. 생명의 가치, 이 이상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으랴. 박찬선은 풀잎과 농작물 혹은 꽃나무 등 대지를 터전으로 삼아 약동하는 '하찮은 것' 아니 '삶의약동에의 경의'를 화면에 담기를 좋아했다.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12cm_2010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7×194cm_2010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던 박찬선은 근래 텃밭으로 관심의 폭을 이동시켰다. 텃밭은 크게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일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고, 식탁의 푸성귀를 자급할 수 있다는 각별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작가는 텃밭을 일구면서 농작물에 대하여, 생물에 대하여, 생명의 외경심을 실감하고 있다. 채소를 통해서 형태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환희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상추는 싱싱하다. 생명은 싱싱하다. 그 푸르른 색채가 안겨주는 신선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의의를 반추하게 한다. 때문인지 박찬선은 식물의 한 부분을 통하여 상징성을 도출하면서, 하찮은 것의 하찮하지 않음을 각인한다. 그의 근작은 텃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푸성귀들, 이들을 화면 가득히 초대하여 초상화처럼 모시고 있다. 그것은 '봉안 행위' 혹은 생명 찬양이기도 하다. 근작은 주제의식을 보다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바탕을 금색 등으로 처리하여 대비효과도 노리고 있다. 때문인지 박찬선의 푸성귀는 캔버스에 펼쳐진 채소이지만 진짜 밭에서 살아 있는 채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묘사력의 수승한 수준을 확인하게도 한다.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62×130.3cm_2009
박찬선_Family Garden(텃밭)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53×45.5cm_2010

텃밭에서 일군 채소 잎,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나가서 생명의 약동까지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의 형상화 작업은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겉으로의 얌전한 화장같은 장식적 효과는 경계의 대상일 것이다. 텃밭이 안기는 강인한 건강성, 채소도 그같은 땅의 의미를 동반할 때 더욱 싱싱한 상징성을 안겨줄 것이다. 생명의 건강함은 비바람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텃밭은 삶의 현장일 때 의미가 배가 된다. 박찬선의 푸성귀 그림을 보면서 그의 텃밭이 더욱 강건한 생명의 요람이기를 기대해 본다. ■ 윤범모

Vol.20110420d | 박찬선展 / PARKCHANSUN / 朴贊善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