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꽃밭 Bad a Flower Garden

임은희展 / LIMEUNHEE / 林恩嬉 / painting   2011_0419 ▶ 2011_0429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53×45.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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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신미화랑 SINMI 갤러리 대구 중구 봉산동 223-27번지 Tel. +82.53.424.1442

거기 살던 바람 ● 겨울이 창문을 달고 있다. 하늘,,,산,,,집,,, 직사각형의 창안에 들어있지만 갇혀있지는 않다. 다닥다닥 집을 덮고 있는 지붕이 냄비뚜껑처럼 얹혀 있고 그 위로 앞산이 두 팔을 떡하니 벌리고 앉아 있다. 저 쪽에 빨간색 벽돌건물과 회색건물사이로 삐죽이 보이는 주황색지붕이 감귤처럼 선명하다.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60.7×72.7cm_2011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60.7×72.7cm_2011

주황색지붕의 이층집, 내 유년의 집이 그랬다. 문둥이 아줌마 아저씨가 살았던 집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우리 집이 있었고. 늙은 감나무 개암나무가 있었고, 이층다락방에는 작은 창이 있었고, 늘 나를 출렁이게 하는 보리밭과 긴 방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60.7×72.7cm_2011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72.7×60.7cm_2011

학교에서 돌아오면 날마다 보리밭사이로의 긴 방죽을 거닐었는데 날개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날개를 펴듯이 손가락을 쫘 악 펴면 거기 불던 바람이 온 몸으로 스며 들어와 심장 한 가운데 제 집을 만들어 놓고선, 보리밭으로 돌아갔다. 구마고속도로가 방죽과 십자로 교차하는 곳까지 이르면 화원유원지 플라타너스 숲 너머로 슬렁슬렁 해가 가라앉기 시작했는데 그때쯤이면 대문 밖으로 나온 엄마가 밥 먹으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셨다. "저 얘가 미쳤나보다. 뭐가 쓰였나. 왜 맨 날 저 길을 걸어 다닐꼬?" 아무래도 보리밭에 살던 그 바람에 미쳤거나 홀렸었는지도 모른다. 그 곳을 떠나 어른이 되어가고 어른이 된 후에도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던지, 보리밭을 날면서 설레 이고 뒤척이던, 수 없던 꿈.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72.7×60.7cm_2011
임은희_나쁜꽃밭_장지에 혼합재료_53×45.5cm_2011

창문 틈새로 아스팔트 묻은 마른 냄새가 날아온다. 손가락을 슬며시 펴 보지만 그때의 바람처럼 속으로 들어오진 않지만, 어쩌면, 찬바람과 맞서고 있는 가로수가 새 잎을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쓸 때, TV에서 개나리가 필거라는 뉴스가 나올 때, 그 때 쯤은 거기 살던 바람이 앞산을 넘어 내 가슴에 있는 제 집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긴 여정 짧은 여정 후에 집으로 돌아오듯이,,, ■ 임은희

Vol.20110419a | 임은희展 / LIMEUNHEE / 林恩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