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415_금요일_06: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아뜰리에 아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뜰리에 아키 ATELIER AKI 서울 종로구 혜화동 71-10번지 Tel. 070.7522.7713 www.atelieraki.com
「누구나 다 아는 노래, Refrain」 ●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에게도 일상은 존재한다. 문화적, 사회적 이슈들이 큰 목소리로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에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존재한다. 그것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늘 비슷비슷해서 우리의 머리속에 일상의 존재는 그리 길고 뚜렷하게 남지 않는다. 항상 주변을 맴돌아 왔지만 눈치채지 못하고, 일상의 조각들은 가치없는 존재로 사람들의 머리 한 구석으로 밀려나고 만다. 2002년부터 6년간 나의 일상은 파리라는 도시에 존재했다. 물론 그것은 파리지앙들의 것과 같지 않고, 그들은 나를 더러'아시아에서 온 여행객'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매일 까페에서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매일 누군가에게 불어로 이야기 하고, 그들이 불어로 이야기하는 것들을 듣는다. 파리지앙들이 그렇 듯, 그것들은 파리에서 생활하며 가지게 되는 일상들이지만, 외국인으로서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던 것들이 조금씩 익숙해져 그것들이 차차 매일 반복되는 습관적 일상이 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이방인으로서 일상의 흡수, 반복이라는 소재를 파리지앙들과는 다른 시점으로 보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같아 보이지만 다른 하나의 단어, 하나의 이미지를 반복시키는 방법으로, 알아차리기 쉽지않은 반복의 차이와 일상의 차이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시 모아 또다른 반복의 틀 안에 재구성 하거나, 새로운 시점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후 나의 일상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이라는 도시로 다시 되돌아왔고, 그 곳의 일상들은 특별히 다시 발견해낼 것도 없이 당연한 듯 익숙하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미 내 주위를 꽉 채운 일상들은 나도 모르는 새 매일매일 반복되고 번식하고 있다. 「반복이란 반복하는 오브제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정신을 변화시킨다.」라는 영국의 철학자, David Hume의 이론이 있다. 일상 생활에서 반복되는 것들은 늘 예상되기 마련이다. A가 끝나면 B가 시작되리라는 것은 오랜시간동안의 반복을 통해 훈련되어 이미 알고 있다. 이어지는 반복은 사람들에게 그 다음을 예상하게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그 특별한 가치를 잃게 된다. 나는 그러한 일상들을 수집하여 그들의 가치를 다시 재생시키고, 관심 가득한 시선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 보려한다.
「안녕하십니까?, How are you?」 ● 전화기를 통해 수도 없이 듣게 되는 낯선 여인의 인사, 「안녕하십니까?」 얼굴없는 익명의 목소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묻는 안부.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ARS 음성이라고 부르고, 의미없는 인사는 어서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만을 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인사는 더이상 "인사"가 아니다. 이런 의미없는 인사가 되어버린 수많은 「안녕하십니까?」에 진심을 담아,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밀려나고 자꾸 묻혀지는 일상의 것들에게 좀 더 가치있는 인사를 건내본다.
「SilentSign」 ● 홍수처럼 넘쳐 무엇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던 건물 숲의 다양한 글씨들이 사라진다. 막상 주의깊게 보지도 않던 간판 가득한 건물의 풍경이 낯설지만 고요하다. 글씨가 사라져 비로소 호기심 당기는 간판과 상점으로 변하고, 별 특징없는 이름의 「서울상회」는 각양각색의 간판으로 옹기종기 한데 모이니 그제서야 눈길이 가는 풍경이 된다.
「봉쥬르, Bonjour」시리즈 사진 ● 이 시리즈 사진 작업에는, 하나의 반복된 포즈가 일상적인 상황과 함께 존재한다. 각각의 시리즈를 위하여 나는 먼저 우리가 시시때때로 취하게 되는 동작들을 떠올렸다. 선 채로 손을 내미는 동작,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하품을 하는 동작, 두 팔을 들어올려 벌리고 갸우뚱 하는 동작 등은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동작들이지만 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하고 반복하게 된다.하지만 다양한 상황들 안에 같은 동작의 이미지를 복제/재현함으로서, 결합된 이미지들은 더이상 평범한 느낌을 갖지 않게 되고, 하나의 시리즈을 모두 보고 난 후에는 처음에 받지 못한 느낌을 얻게 된다. 그저 일상의 한 스냅이라고 보일 수 있는 이미지가 하나 하나 지날 수록 같은 동작의 복제로 인해 낯설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작업을 통하여, 일상의 생활속에서 습관처럼 반복하는 행위들을 다르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재구성하여 오히려 낯선 느낌으로 되돌아 오게끔 한다.
「에스프레소, espresso」,「그건 아니야, ce n’est pas comme ça」● 이 두개의 비디오+사운드 설치 작업은 모두 에스프레소 커피를 소재로 한다. 파리에서의 생활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는 마치 중독과 같은 습관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어느 카페에 가든 들을 수 있는'에스프레소'라는 줄임말은 프랑스 생활에서 중요한 상징적 코드이다. 이 일상 생활에 존재하는 코드를 반복시킴으로서, 작지만 익숙한 조각들의 느낌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준다. 비디오 「Expresso」를 위해 나는 파리의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카페의 갸르송들이'Un express(에스프레소 한잔)'라고 외치는 소리들을 녹음했고, 그 소리들을 카페의 앰비언스 소리와 함께 규칙적으로 나열하였다. 같지만 다른'Un express'의 반복을 들으며, 조금씩 그 속에서 다양성(variete)과 변형(transformation)을 인식하고, 초반에는 특별할 것 없던 소리가 조금씩 낯선 느낌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내려놓은 동작의 손들을 에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이 동작들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이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다. 손 제스처는 종종 어떤 표현을 상징한다. 그래서 손이 내려놓는 오브제를 보여주지 않을 때, 제스처의 반복은 소리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 두번째 비디오 「 Ce n'est pas comme ça」 에서는, 누구나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행동들 중 커피를 소재로 삼아, 우리가 쉽게 옳다/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커피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이미지로 보여주는 동시에, 이미지와는 사뭇 상반되는 하나의 문장을 소리로 반복시킨다. 이렇게 반대의 의미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본래 의도하는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미지와 소리가 상반되게 맞물려 반복되면서 점차 역설적으로 이야기되는 다양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짧은 한 문장의 반복, 절제된 흰 선으로 이루어진 에니메이션은 군더더기 없이 이런 반복의 효과를 증폭시킨다.
「숲, La Forêt」● 50개의 튜브와 LED, 스피커를 이용해 만들어 낸 어두운 숲. 관객은 수십개의 튜브들을 헤치며 마치 풀 숲을 헤치듯 공간을 거닌다. 희미한 LED 불빛만이 어슴프레 발 밑을 비춰주는 어두운 공간에서 걸음을 옮기면서 관객은 희미한 노스텔지어를 느끼거나, 가슴을 압박하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불빛이 유혹하듯 흔들거리고, 숲을 헤쳐나가면서 귀 옆을 스치는 스피커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속삭이고 있는 일상의 상징적 소리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처음엔 그저 익숙한 소리들이 공간, 관객의 이동과 함께 점차 점차 본래의 느낌을 잃어가며, 공간을 빠져나갈 때에는 처음 숲으로 들어섰을 때와는 다른 감정 상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 김지현
Vol.20110415g | 김지현展 / KIMJIHYUN / 金志炫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