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Varam

안권영_유하나展   2011_0414 ▶ 2011_0515 / 월요일 휴관

안권영_점으로부터_철_가변설치_2011

초대일시 / 2011_0414_목요일_05:00pm

후원/협찬/주최/기획_SPACE SSEE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ㅅㅅㅅl_SPACE SSEE 대전 중구 대흥동 223-1번지 2층 Tel. 070.4124.5501 cafe.naver.com/spacessee

스페이스씨의 '젊은 작가전-바람'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새 봄에 열리는 '젊은 작가전'은 올 해 이루어질 스페이스씨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시인 동시에, 오늘날 미술은 무엇이며 어떠해야하는가를 고민하는 스페이스씨의 지향을 일정 부분 담아내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스페이스씨의 그러한 문제의식을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새 봄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펼쳐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철을 용접기법으로 다루는 안권영, 색채을 평면에 덧입혀 형상을 그려내는 유하나 두 젊은 작가의 작품으로 만들기와 그리기의 본원적 속성을 생각해봄으로써, 행위자와 행위,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미술작품이라는 미술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안권영_점으로부터_철_160×160cm_2010
안권영_유기체단상_170×115×110cm_2008

안권영은 철을 소재로 한 작업을 전시한다. 금속이라는 것은 차갑고 날카로우며 견고한 속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금속조각, 특히 철을 사용한 작품은 육중한 무게감과 형태로 공간을 점유하면서 주변 공간과 맺는 상호작용에 주목하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안권영의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금속재료의 일반적인 특성이 슬쩍 외면되고 재료 자체와 형태에 유연함과 유기적인 양태가 부여된 모습을 보게 된다. 용접기로 철판을 부정형의 형태로 잘라내어 구부리고 휘어 연결한 모습은 마치 가위로 종이를 오려 붙인 듯하다. 그가 철판으로 잘라낸 형상들은 종이오리기를 하듯 무의식적으로 자유로이 잘라낸 것들이다. 그러한 행위의 바탕에는 어린 시절로부터 지속되어 온 경험과 기억, 그리고 그들로 인해 형성된 잠재의식, 혹은 무의식을 기원으로 하는 유기체, 즉 생명체의 형상들이 깔려 있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철이며,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고온의 용접기법 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유기체, 혹은 그 유기체 내부에서 미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생명현상의 상징인 것이다.

안권영_유기체단상_170×115×110cm_2008_부분
안권영_점으로부터_철_160×160cm_2010_부분

유기체적인 형태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재학시절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매우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작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또 다른 작품 하나는 제법 두툼한 두께를 가진 기다란 철편을 용접기로 자르고 휘고 붙여 만든 것으로, 그 형상 역시 알 수 없는 곤충의 알집이나 고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의 작업들도 납작한 자갈과 거기에 뚫린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는 LED 불빛과 같은 생명 없는 재료로 이루어지지만, 부정형의 자갈 자체가 이미 오랜 시간 물에 씻기고 마모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부정형의 유기체를 닮은 형상이며, 빛이나 전선, 작품의 틀이 되는 철판, 자갈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는 실리콘 등은 역시 유기체나 세포를 이루는 요소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이 무기질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이루어내는 형상은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세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각이 형성되던 시절의 경험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성장기의 경험과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이 조각이라는 조형형식과 적절히 어울리고 있는가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이르다고 생각된다. 현재 그는 재학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철이라는 소재를 두고 그 재료적 속성과 표현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펼쳐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계관을 담은 자신의 작업이 조각의 보편적인 본성이나 가치와 상충하지 않도록 모색하는 한편으로 재료와 기법의 특질이나 장점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음에서, 작업의 내일을 기대하고 긍정하기에 모자라지 않음을 확인하게 한다.

유하나_고i물_벽에 크레파스_가변설치_2011

유하나는 그림 그리기의 재미, 혹은 즐거움을 보여준다. 그 또한 무엇을 어떤 모습으로 그릴 것인지를 상정하지 않은 채 그림을 시작한다. 손길이 가는 대로, 그 때 그 때의 결정에 따라 색을 선택하고 색을 입히는 방식을 따르면서 형상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방식은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과 흡사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형상들은 우리가 요정, 혹은 유령이라 부르는 그것들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동화나 만화에 나옴직한 개구쟁이나 심술쟁이,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큰 해를 입히는 악령이나 귀신이 아닌 귀여우면서도 성가신 짓을 일삼는 '악동'이라 부르면 꼭 합당할 듯한 형상들이다.

유하나_고i물_스페이스 ㅅㅅㅅl展_2011
유하나_고i물_스페이스 ㅅㅅㅅl展_2011
유하나_고i물_21×13.5cm_2011

이 역시 안권영의 경우와 유사하게 잠재된 의식 속에 있던 형상들을 끌어내는 유하나의 그림 그리기의 특징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이들 두 작가의 만들기와 그리기는 잠재된 기억이나 의식의 표출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만들기에서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능으로서의 미술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유하나_고i물_스페이스 ㅅㅅㅅl展_2011

이처럼 유하나의 그림에는 색채와 색채가 어울리고 색을 입히는 이런저런 방법들이 어우러져, 그리기의 본질적 속성과 본원적인 즐거움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의식적이거나 의도된 내러티브나 이념으로 덧씌워지지 않은 '그리는 사람'의 내적 상태와 정신의 일면을 순연하게(naive)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안권영의 만들기에도 일정 부분 적용되는 특성으로, 선사 이래 인간이 지속해온 조형(造形)활동의 의미와 본질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기의 즐거움으로 가득한 그의 작업이 차후 어떤 형식이나 내용 모두에서 어떤 변모와 지향을 보여줄 것인지 역시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이르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그리는 행위와 그것을 통해 생겨나는 조형이라는 결과물에 대해 그가 어떤 가치나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해나가는가, 다시 말해 그에게 미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섣불리 묻고 압박을 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아직까지 그는 그리기의 본원적 즐거움 깊숙이 있으며,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 즐거움을 충분히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정구

Vol.20110414f | 바람, Varam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