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무한 사각형이라는 프레임 ● 사진은 세계를 프레임의 안팎으로 분할한다. 사진은 프레임 내부에 담긴 세계와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바깥 세계로 세계를 분할하지만, 단순히 세계를 프레임의 안과 바깥으로 단절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 내부에 포착된 세계가 카메라로 포착하지 않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떨어져 나온 세계는 또 다른 프레임과 조우하면서 다른 세계와 '절합'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카메라가 대상을 포착할 때, 카메라는 특정한 프레임을 통해 대상을 포착하게 되고 그 때 사물은 그 프레임에 의해 고유한 시공간으로부터 탈각되지만, 그 프레임은 다양한 현실과 만나거나 전혀 낯선 프레임과 조우하여 다른 현실을 부여받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일상적 삶을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고 그것을 웹 환경이나 디지털 사진첩을 통해 보관․보존한다고 할 때, 프레임에 담긴 사물이나 시공간들은 웹 환경이 구축한 특정한 이미지화를 통해서 다시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예컨대 싸이월드」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진 이미지들의 운명이 보여주듯) 웹이라는 특정한 프레임 안에서 사진으로 프레임화된 현실이 제공되는 순간, 프레임화 '된' 바로 그 현실이 웹이라는 프레임에 의해 '다시' 혹은 '새롭게'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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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진으로 프레임화된 '이미지들'은 제 고유한 존재론적 위상을 유지하지 않고 오히려 프레임 내부로 다른 세계와 접속할 수 있도록, 세계를 '감수'할 수 있도록 엄격한 형식을 갖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진이 자신의 고유한 틀을 유지하여 자신의 형식을 지키기보다 늘 다른 예술 양식과 결속되었던 것도 우연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사진이 (각각의 예술 양식이 취했던 문제의식을 고려하지 않아야 하지만) 회화나 영화, 심지어 시와 지속적으로 서로 간섭했던 것도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아니, 사진이미지가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고유한 양식, 즉 프레임 자체를 바라보게 만들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프레임을 폐쇄적으로 '양식화'했다고 보기 어렵게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진이 자신의 고유한 예술적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서사와 다른 이미지의 체계에 개방적인 형식을 취하는 것이므로 역설적으로 이를 사진의 형식으로 간주해야 한다. 물론 사진이 자신의 고유한 예술 형식을 '접속'을 통해서만 생성하거나 구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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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남의 작업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이다. 그의 작업이 예각화하려는 국면은 프레임의 바깥과 접속하려는 사진의 에너지를 다른 방식으로 정초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남의 사진은 사진이 외부 세계에 대해 열려 있는 개방적 형식을 내부에서 이루어지도록 시도한다. 그가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국소적 세계나 인간지각이 망각해버리거나 지각 불가능한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의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오히려 구멍이 숭숭 뚫린 프레임을 닫고 사진 이미지 내부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열릴 수 있는가를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임이라는 틀을 폐쇄한다는 것은 프레임 내부에 들어 있는 이미지가 프레임 바깥으로 간단하게 접속하는 것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고정남의 사진이 사진의 존재론적 근거를 프레임 바깥의 다른 현실과 결속하도록 만듦으로써 구성하지 않고 프레임 내부에서 그 이미지의 자율성을 정초하는 시도로 이해하게 만든다. 고정남의 이번 전시에 제출된 사진에 등장한 이미지들이 서사화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정남의 이번 전시는 사진의 개방적 형식을 내부화하고 이미지 내부에 시선을 무한하게 부착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프레임이라는 사각형을 사진 내부에서, 다시 사각형의 형식으로 무한하게 구성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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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해야 할 것은 고정남의 사진이, 모노크롬 회화가 프레임 자체를 회화의 근본조건으로 바라보고 회화는 곧 궁극적으로 그리드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그는 사진의 틀 그러니까 사각 프레임 자체가 사진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진의 내부에서 사진의 프레임을 찾도록 만든다는, 일종의 메타―사진의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건축적 공간(안도 다다오나 미니멀리즘의 형식을 취하는 건축물)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도 이런 점에서 비롯되는데, 세계의 확장이 궁극적으로 최소화된 사각형의 외부적 증식과 다를 바 없다면, 사진의 물질적 프레임 역시 최소화된 이미지로부터 생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진에 따르면, 세계는 사각형(이 때 사각형은 사실 사각형이 아니라 존재의 최소화된 형식/표현의 이름에 불과할 수 있다)의 증식과 변경에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굳이 프레임의 바깥에서 사진의 형식을 찾는 것은 무의미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른 바 사회적 현실이라고 간주된 현실을 굳이 그의 사진이 포착하지 않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프레임 내부에서 프레임의 내부를 바라볼 뿐 프레임 바깥으로 굳이 시선을 확장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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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프레임 안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으며 사진 프레임의 바깥, 그러니까 현실 역시 이러한 프레임의 확장이면서 동시에 사진 내부에 현실이 모두 담겨 있는 사태가 초래된다. 프레임의 바깥은 이미 프레임 내부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정남의 사진을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 역시 프레임 내부에 이미 함축되어 있는데, 고정남의 사진에는 사각형 근처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의미있는 역설이 탄생하는데, 프레임 내부에서 프레임을 여는 방법을 창안함으로써 이미지 바깥의 현실을 프레임 내부로 옮겨오게 되는 상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는 프레임의 안과 바깥을 엄밀하게 분별하려고 했던 사진의 일반적 원리와 달리 사진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지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정남의 사진을 보고 있는 관객은 이미 사진 이미지의 내부에서 항상 보고 있었던 인물이며 이는 사진을 바라보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프레임화하는 형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고정남의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 순간 부재하지만, 카메라의 프레임에 담기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고 할 수 있다.

고정남_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07_디지털 프린트_40×30inch_2006

물론 세계를 사진 프레임에 다 담을 수는 없고, 현실이 사진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정남의 사진 작업이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벌어진 낙차를 완전히 지울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를 통해 획득하는 효과는 파편화되고 유동적인 현실을 역설적으로 포착하는 방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로 기억해야 한다. 탈냉전 이후 급격한 변화와 변동에 격렬하게 휩쓸리고 있는 현실을 정직하게, 일반적으로 말해 리얼하게 포착하는 것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체계의 힘을 지각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사건의 강렬함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스펙터클로 치환되고 있다면 사진의 추상적 원리를 발굴하려는 고정남의 시도는 현실을 구조화하는 프레임 그 자체를 성찰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함으로써 현실의 원리가 갖는 문제들 앞에 서도록 만든다. 달리 말해, 고정남의 사진을 통해 우리를 프레임화해 봄으로써, 우리 삶을 틀 지우는 체계들과 맞서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진 작업이 현실적 투쟁으로 우리를 내모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보다 카메라에서 완전 자취를 감추려는 고정남의 '눈'이 지나치게, 이른 바 지각 가능한 현실로부터 초월하는 위험을 예의주시하면서 그의 사진 앞에서 우리가 사진이 '될' 필요는 있다는 말은 해야겠다. ■ 김만석

고정남_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12_디지털 프린트_40×30inch_2006

Photo, The Frame of Infinite Rectangular ● Photo divides world into ins and outs of frame. Photo divides world into one which is in the frame and the other which is out of frame. However, it does not simply separate it individually because even though a world captured in the frame is isolated from a world not captured in the frame, the former can articulate with other world by encountering with other frame. For instance, when camera captures an object, it is done by a specific frame and the object is extricated from its own time and space by the frame, however the frame encounters various realities or entirely unfamiliar environments and is placed in different reality. Frequently, when camera takes a photo about normal life and the photo is preserved by web environment or digital photo album, an item or space in a frame can be recreated through specific imagination established by web environment. Therefore, (as duration of photo image shows on the social networks such as 「Cyworld」 or 「Facebook」) when a reality which is framed like a photo in a specific frame such as web is provided, the reality framed can be 'again' or 'newly' established by the frame of web. ● Because of that, image which is framed as a photo do not have strict formation in general in order to articulate with and sense other world in the frame. It is not a mere accident that photo is always connected with other genre of art rather than keeping its own formation. That is why (even though critical mind that is captured by each pattern of art shall not be considered) photo is continuously related to painting, movie, or poem. Rather, in the point that photo image is not a single image but a bunch of image, frame is not deemed to be exclusively stylized because frame makes people think about an image in the frame not a unique pattern of frame itself. On the other hand, it means that photo does not have its own artistic pattern but frame should be paradoxically considered as photo because photo takes a position to open to other image system which is different from narrative. Of course, photo does not always create or systemize its own artistic pattern through 'connection'. ● That is the point that we have to watch artwork of Ko, Jung-nam. What his works try to make acute angle is to lay energy of photo which connects with outside of frame as the foundation stone in a different way. Photo of Ko, Jung-nam tries to be an open formation in the frame which is open to outside world. 'Minimalism' of Ko, Jung-nam is not a minimalism from the point of view that his photos treat a partial world or a world that people forget or are not possible to recognize but a work to find out how the frame can be open in a photo image with closing frame which has numerous holes. Closing frame means that image in frame are not allowed to contact simply to outside of frame and therefore, it is understood that basis of existence of the photo of Ko, Jung-nam is to try to lay self regulation of image as the cornerstone in the frame without allowing photos to connect to other reality outside of frame. That is why image of photo displayed in this exhibition is not hardly narrative. That is to say, the exhibition of Ko, Jung-nam is not different process that open formation of photo is internalized and eye should be focused on inside of photo. Rectangular of frame shall be organized as a formation of rectangular again infinitely inside of frame. ● What we notice is that photo of Ko, Jung-nam does not disclose a fact that monochrome painting considers frame as painting itself and painting is not eventually different with grid. That is to say, he does not tell that frame of photo, i.e. rectangular frame is not a photo. Rather, what he looks for frame of photo in the photo, that is to say, a kind of meta-photo. What he focuses on architectural space (architecture of Ando Tadao or Minimalism) is based on this point and if expansion of world is not eventually different with external expansion of minimized rectangular, it can be said that material frame of photo is also created from minimized image. In accordance with his photo, world is merely expansion and change of rectangular (that means not a real rectangular but a simple name of minimized form/expression of the existence), therefore it is meaningless to look for the form of photo from the outside of the photo. That is the reason why he does not try to take a photo the reality, so-called social reality. He watches only the inside of frame and does not try to expand his eye sight to the outside of frame. ● Therefore, everything is compacted in the inside of frame and also outside of photo frame, that is to say, reality is not only expansion of frame but also every reality is taken into the photo. It means that outside of frame is compacted in the inside of photo. Position of audience of the photo of Ko, Jung-nam is also compacted in the inside of frame because, in a photo of Ko, Jung-nam, there is a person who is watching a photo nearby the rectangular. There is a meaningful paradox that reality of the outside of image can be moved into the inside of frame by creating a way to open the frame from the inside of the frame. It is different with general principle of photo that tried to distinguish strictly inside of frame from outside of frame but it is a process to close a gap between image and reality. That is to say, audience who is watching a photo of Ko, Jung-nam is a person who is always watching the photo from the inside of image and it means that the moment of watching the photo is framed as a photo. Rather, when we watch a photo of Ko, Jung-nam, we shall not exist but we shall be moved into the frame of camera. ● Of course, because all of the world cannot be taken into the frame of photo and reality cannot be fixed in the photo, it is absolute that photo of Ko, Jung-nam cannot close a gap between image and reality. However, it should be memorized as the meaningful because effect that comes from above is prevail and unstable reality shall be captured paradoxically. If capturing honestly, generally speaking really, a reality that is being swept away fiercely in a radical change and movement after cold war is converted into a spectacle that people do not conceive power of system against reality that is changing but are being absorbed to strong image of event, the trial of Ko, Jung-nam to find out abstract principle of photo makes us encounter matters of the reality by asking continuously to consider sincerely frame itself. In other words, he makes us stand against system that our life is systemized by framing us through photo of Ko, Jung-nam. However, we have to keep in mind that his photo does not make us fight with the realty. I would like to say that we have to be photo in front his photo by paying attention to the danger trespassing reality that is possible to be perceived. ■ Kim Man-seok

Vol.20110413d | 고정남展 / KOJUNGNAM / 高正男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