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상인 心心相印

정지아展 / JUNGJIA / 鄭至娥 / painting   2011_0413 ▶ 2011_0419

정지아_삼존불이거나 천불이거나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66×53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문제거리는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 불교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여러 부처가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고, 누구나 노력을 통해 부처가 될 수도 있고, 석가모니 같이 깨달음을 얻은 이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존재했고, 미래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다불 사상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천불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여러 부처가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다. 천불은 '1,000분의 부처'라는 뜻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부처를 반복함으로써 수많은 부처가 존재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본 작업은 고대벽화의 천불을 차용하여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고대인들이 기록한 고대벽화와 현대적인 이미지가 만나 이루어졌다. 수 천년 전 벽화 속의 부처의 미소가 내 그림 안에서 다시 한번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 ■ 정지아

정지아_48불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56×56cm_2011

불상을 오브제로 한 평등과 조화의 세계-정지아의 작품세계 ● 정지아의 작품세계는 채색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지를 세 번이나 겹쳐 배접하고 그 위에 호분과 분채, 석채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채색 재료들에 의해 화면 바탕은 두텁고 거칠게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나타나는 선은 일정한 크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교하게 처리되어 있다. 채색재료들을 이용하여 두터운 바탕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선의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 결과인 것이다.

정지아_오후2시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37.5×50cm_2011

작품의 내용들은 대부분 불상이다. 많은 불상들이 표현되어 있지만 각기 다른 모습과 표정들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의 불상, 중국의 불상 등 다양한 불상의 이미지가 차용되었다. 작품 속에서 불상은 개체별로 나타나는 것도 있고, 3불, 12불, 48불, 1000불 등 수십, 수백 개의 불상들이 작품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기존의 유명 전통불상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도 있고 정지아 자신이 창의적으로 만든 불상도 있다.

정지아_거실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34.8×27.3cm_2011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부처님의 세계는 절대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 신의 세계가 아니다. 여러 부처님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누구나 노력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평등사상이 담겨있다. 즉 석가모니 같은 현세의 부처님이 있는가 하면, 비로자나 부처님, 아미타 부처님, 약사 부처님, 그리고 미래 부처님인 미륵 부처님 등이 있다. 곳곳에 부처님이 있고 깨우치면 부처님이 되어 다른 부처님과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생각하고 대화하며 생활할 수 있는 세계이기에 부처님의 세계는 열려있는 평등의 세계이다. 이와 같은 부처님은 우리들 마음속에도 있고 우리 주변에도 있다.

정지아_수(守)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28×28cm_2011

정지아의 불상 그림에서는 기존의 전통 불화에서 보여 지는 불상의 배치들과는 다른 면을 보인다. 대개 모습이 비슷해 보여 하나의 부처가 반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물의 표정이나 손의 모습인 수인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서로 다른 불상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화면에 그려진 불상들은 크기가 일정하며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배치된 것을 보면 전통적인 불화와 같이 본존불을 중심으로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크기의 불상들이 위계질서 없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다. 나아가 전통 불화에서 나타나는 불상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현대적 조형미를 더한 불상도 볼 수 있으며 일상생활 속의 탁자 위에 작은 불상이 배치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불상의 표현들은 종교적 의미를 강조하기 보다는 조형적 질서와 조화를 중요시 하고 있다.

정지아_천불&삼존불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28×112cm_2010

여기서 정지아이 불상들의 표현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수많은 불상들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들이 살아가는 평등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즉 그가 표현한 불상들은 우리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인데 이웃들과 같이 더불어 평등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표정을 불상의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우리의 주변이 부처님들의 세상 같이 평등하며, 서로 도우고, 깨달아 가는 세상을 여러 부처님들의 조화된 형상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타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화가 필요한 것인데 이와 같은 조화의 필요성을 다양한 부처의 이미지를 통하여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정지아_천불도_한지에 석채_165×165cm_2010

여기서 정지아은 불상을 종교적 상징물로서가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형적 이미지로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의 상징물을 재해석하여 조형적으로 표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종교적 표현으로 인식되어 예배의 대상으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므로 종교의 상징물을 표현할 때에는 그 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작가의 이해가 있어야 하겠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종교적 의도와 조형적 의도를 분명히 다른 입장에서 표현하여 감상자들과 소통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정지아의 이번 작품전은 종교적 상징물인 불상을 오브제로 하여 평등과 조화의 세계를 재해석한 작품세계로 볼 수 있다. ■ 오세권

Vol.20110413a | 정지아展 / JUNGJIA / 鄭至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