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407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옥선_박승훈_박현두_양연화_오상택_하태범 이지연_노기훈_홍란_서병욱_표민홍_양쿠라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 박현두(5기입주작가)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수요일 휴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NANJI GALLERY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Tel. +82.2.308.1071 nanjistudio.seoul.go.kr
보고 듣는 그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 속에 남아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된다. 그로인해 인생 혹은 관점이 정해지기도, 달라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의도하지 않은 외부요인의 유입이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의식되어진 것의 유입은 더욱 더 커다랗게 작용할 것이다. 사물이나 사건, 사람 혹은 규정되지 않은 어떠한 것에 영향을 받아 무언가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영감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인 박현두, 하태범, 오상택, 양연화, 김옥선, 그리고 박승훈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신진작가인 홍란, 양쿠라, 표민홍, 서병욱, 이지연, 노기훈 이들에게 외적, 그리고 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한 그것이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연장되어 표현되는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든 예술이 유기체처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다르게 말해주기도 할 것이다.
김옥선은 하나의 초상사진을 만들기보다, 인물과 행위, 그를 둘러싼 배경의 세 관계를 무엇 하나 튀어 오르지 않도록 잘 배합한다. 이것이 과연 인물사진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했던 그녀의 작업은 마치 근세의 서양 전체가 초상화 열풍에 빠져있을 때의 네덜란드 장르화와 닮아 있다. 특히 「함일의 배」에서 인물은 배경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행위들이 배경, 그리고 의상(소품)과 어우러져 어떤 제스처를 만들어낸다. 작가의 시선은 주제에 대해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인물에 대한 내버려두기와 롱테이크로 어떤 울림들을 가져다주었다. 그 울림들은 인물에 대한 포용과 배려의 눈빛을 포함한다. 이지연의 「중보기도자」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김옥선 작가의 눈빛을 닮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아직은 사진 안에 작가의 자리가 노골적으로 불투명하게 노출되지만, 배경의 소리내기, 인물에 대한 롱테이크와 내버려두기는 그녀의 기법을 묘하게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승훈은 「TEXTUS」시리즈를 통해 개별적인 사진 이미지들을 직물로 짜듯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탈바꿈시킨다. 각기 다른 시간에 노출된 이미지들은 거대한 조직 안에서 직물의 한땀 한땀과 같은 역할만을 한다. 여러 시간대의 이미지들은 단지 하나의 시간만을 가진 듯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 된다. 박승훈은 이러한 방법적 고찰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닮음을 보여준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기훈의 「PORTRAIT」는 사진술이라는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인간의 형상을 낙인찍는다. 사진에 담긴 인물은 성별, 나이, 국적을 초월한 물리적 사물로 나타난다. 이로써 인간 형상에 관하여 사진적 사실주의로 포착하려는 의도가 해석된다. 작가는 소리와 빛이 차단된 암실에서 카오스와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무작위의 시간이 흐른 뒤 셔터를 누른다. 작가와 모델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빛의 영향 아래에 있던 상황에서 탈피하여 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만난다. 이는 빛으로 대변되는 합리적 사고에 의존하는 현대인에게 보다 존재론적 만남을 가져다준다. 이때 기록되는 인간의 모습은 껍질과 같다. 박승훈과 노기훈의 작업은 사진의 시각적 재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사진 매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카메라라는 기계적 시선에 의지하여 드러내고 있다.
박현두의 사진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상실감은 지금의 물질화된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간성의 한 부분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게 되는 소외감, 이질적임, 낯설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박현두의 시선은 홍란에게 있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표현으로 나타난다.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된 고립감 자체는 이 사회로 비롯되지만, 본인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고민을 담아냈다. 박현두의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과 소외감은 작가 특유의 위트와 애잔한 유머로 표현되어 일견 담담하게 즐기는 인상이라면, 홍란의 시선은 조금 더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서 소통을 방해하는 벽을 쌓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 즉,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연화의 「만들어진 풍경」과 서병욱의 「planet」사이에는 구성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혹은 풍경)와 그 구성원들의 관계이다. 양연화의 「만들어진 풍경」은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사회풍경을 아름다운 산수처럼 표현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처절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 간의 인위적인 관계도이다. 개미처럼 작은 구성원들의 끝없는 욕망과 그 욕망의 지배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풍경」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서병욱의 「planet」은 얼굴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통해 그 세계에 속한 구성원들-크게는 이목구비에서 작게는 모공세포까지-과 그들 간의 관계로 이루어진 풍경을 묘사한다. 수천억 분의 일로 쪼개진 얼굴은 각기 구성원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지면서도 서로 관계되고 조화되어 일그러지지 않은 하나의 우주로 완성된다. 세계라는 '단일체'와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구성체'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들은 각각 같지만 다른 시선의 풍경을 창조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세계란 그들이 감지하는 풍경이고 우주이며 그것을 이루는 모든 것, 혹은 그 자체이다.
오상택의 작업에서 보이는 인생에 대한 태도와 시선은 꾸며지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깔끔하게 정리되고 완벽하게 편집되어진 한편의 영화 세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city romance」 연작 시리즈 역시 인생에 대한 순수한 시선에는 변화가 없지만, 작가의 편집 작업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오상택의 작업 태도에 영향을 받은 표민홍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연출과 편집을 거치며 오브제를 만들어내기도, 혹은 지워버리기도 하는 과정을 스스럼없이 진행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억들과 그 기억들이 존재하고 있을 공간들을 관망하고 해석하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오상택 작가가 순수하게 인생을 바라보는 개인적 성향의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White」 이전의 하태범은 지나치기 쉬운 일상적 공간 안에 미니어처 설치 작업을 함으로써 인간의 시선이 벗어난 공간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 소소한 일상 속 환경의 소중함을 전달한다. 양쿠라 역시 일상적 공간에서 발견되는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표현 방법에서는 서로가 상반되는데, 하태범이 설치 작업 후 촬영에 임한다면 양쿠라는 설치 작업 이전에 촬영을 선행한다. 하태범 작업의 경우 초반에 기획이 면밀히 반영되는 반면, 양쿠라 작업은 우연성이 크게 작용된다. 하지만 우연성은 무의식적 자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되고, 그것을 만들어낸 심리적 현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설치 작업이 진행된다. 또한, 하태범은 「White」 작업을 통해 일상적 매체인 인터넷, 신문 등에서 다양한 사건과 자연재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해석하여 강한 시대성을 표현하지만, 양쿠라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수집된 이미지들을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 재해석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 박현두
*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5기 입주작가 기획전시『2011 NANJI ART SHOW』를 개최합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오는 4월 7일 『人spiration』전을 시작으로 입주기간이 끝나는 10월말까지 10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Vol.20110410e | 人spir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