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visible

제유성展 / JHEYOUSUNG / 諸姷成 / painting   2011_0402 ▶ 2011_0413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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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402_수요일_05:00pm

스페이스함은 LexusPRIME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The Invisible ● 한나절 아이들 손에 즐거이 들려있던 장난감 블록은 새로운 놀이감의 등장으로 주인의 손을 떠나 방안구석을 굴러다닌다. 그리고 이내 상자에 담겨져 단호하게 정리된다. 주인의 과도한 사랑에 장난감 블록들은 제짝을 잃어버렸고, 부상병처럼 조각조각 남겨진다. 한때 주인아이에게 전부였던 이 부상병들은 이제 아이의 기억속에서조차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 알록달록의 조각들은 이미 '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 제유성은 한동안 굳게 밀봉된 이 상자를 우리 앞에 열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어제'라는 조각들을 꺼내어 화면안에 빼곡히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140×140cm_2011

제유성의 그림을 마주하면 우선 쌓아올려지고 공중을 부유하는 매끄러운 색색의 장난감들에 미소짓게 된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서나 구경할법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레고조각들이 풍선처럼 부웅 떠다니고, 팡파레가 울려 퍼진다. 우리의 눈은 별사탕이 폭죽처럼 사방으로 터질듯한 축제의 향연에 현혹된다. 그리고 다시, 제유성의 그림을 바라본다. 가득 메운 장난감들의 자리매김이 어쩐지 지독스럽게 느껴지고, 제짝을 잃어버린 블록조각들은 더 이상 순순한 아이들의 그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동심같이 말끔한 하늘빛으로 보였던 제유성의 화면은 그러고 보니 무거운 청색이었고, 매일이 축제일 것 같은 장난감들의 유난스런 알록달록이 작위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밤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듯 동화속 꿈에서 깨어나 우리는 제유성의 그림 앞에서 행복하지만은 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0

매몰차게 정리된 행복했거나 불편한 순간들이 작가의 손에 의해 모두 색고은 장난감 꺼풀로 씌어져 건축물처럼 쌓아올려진다. 쌓아올려진 기억들은 그 형상이 흡사 성castle과 같다. 내가 버린, 그가 잃어버린, 혹은 내동댕이쳐진 내 몸둥아리와 장면들이 그 성안에 살고 있다. 작가는 성안에 '나'를 감춰두고 기억시키고, 또 순간을 정지시킨다. 제유성은 성의 주인으로서 그 안에 존재한다.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0

자신의 좋았거나 혹은 불쾌한 더미들로 구축된 성의 주인공은 이제 이 비현실적인 공간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기억과 그 순간으로 쌓아올려진 성을 중심으로 도시를 구획하듯 성과 성 사이에 길을 낸다. 새로 낸 길에 식물을 심고 남은 터에 짝이 안 맞는 블록들로 작은 집을 빼곡이 지어 넣는다. 공중에는 하늘로 향하는 구름사다리를 걸고, 외톨이 레고조각은 외로와 보이지 않게 고운색으로 채색한다. 그리고, 날카로운 기억은 그 모서리를 둥글린다. 성의 주인은 불편한 기억마저 달콤함으로 감싸고 성안에 가두어 이 진공의 공간에 정지 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제유성이 구축한 이 장소는 작가자신에게 위안과 치유의 장소이며, 동시에 극복해야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1
제유성_The Invisible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1

제유성의 근작에서는 식물이 장난감으로 지은 성을 대신한다. 식물이 화면의 중심에 자리한 이 시리즈는 꽃과 나무, 장난감조각들이 화면에 나열되어 더욱 평면적으로 보인다. 작가는 과감히 화면을 세부분으로 나누거나 식물줄기의 선으로 하여금 공간을 여러 면으로 나눈다. 그 나눠진 공간에서 온갖 식물들이 강한 빛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흔들린다. 장식성이 더해지고. 평면성이 강조된 식물시리즈에서 현대민화의 일면을 보았다면 섣부름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섣부름은 앞으로 제유성의 화면에 등장할 대상과 그 변화에 가능성을 열어 놓고픈 필자의 소견이라 할 수 있겠다. ■ 이경림

Vol.20110402g | 제유성展 / JHEYOUSUNG / 諸姷成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