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40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모리스 갤러리 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번지 Tel. +82.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식물! 빛을 낚아채다 ● 인류는 신비스럽게 자라나는 자연을 보면서 다양한 관점 차이를 보여 왔다. 동양에서는 일원론(천인합일)이, 서양에서는 이원론이 등장하면서 사뭇 다양한 철학과 종교, 과학을 파생시켰으며, 인간의 예술성이 다양하게 발현되는 통섭의 통로 역할을 하여 왔다. ● 줄곧 식물의 독특한 성질을 표현해 온 손우연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일원론적 관점도 내재해 있겠으나, 최근작을 보면 식물을 조형적으로 관찰하고 실험의 대상물로 인식하는 이원론적 접근으로 화면을 대한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손우연 작품이 갖는 사유의 폭을 점검하고 진단하는 유기적인 접근이 될 것이라 보여 진다.
작가는 사각 프레임 구조들인 분할, 중첩, 연접을 구사하며 꽃, 넝쿨, 나뭇잎 등의 식물들을 배치시킨다. 특히나 빛과 어둠의 설정, 수직적인 화면분할과 사각의 연속성은 분리와 대립이 존재하면서도 통합성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의지로 통합되고 있다. ● 식물은 이동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빛을 낚아 흡수한 에너지와 공기 중에서 빨아들인 이산화탄소들 그리고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으로 탄수화물을 생성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독특하고 순수한 식물의 특성을 작가는 작품에서 조형화시키고 있는데, 검정색 바탕에 금색이나 은색 물감으로 동글동글한 형태를 만들거나 줄기와 잎의 외형을 네거티브로 드러낸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 부분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위해 빛들을 낚아채는 현상을 이미지화 시킨 것이라 보여 지는데,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보면 화면이 금·은빛을 머금고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는 마치 화면 내에서 인위적인 빛들이 식물들에게 광합성을 촉진하듯 보여 지고 있다. ● 또한 작가는 분할되거나 중첩 또는 연접된 구조들 위에 식물의 줄기가 햇볕이 강한 쪽으로 자라는 '향일성'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을 보면 잎들은 하늘을 동경하며 상승의지로 가득 차 있다. 이 현상들은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자기 조직력이 주는 상승감이며, 공간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引力)을 통해 태양과의 숙명적 관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여 진다.
과거부터 식물성에 대한 사유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들은 식물성과 향일성을 매우 강열하게 표현한 수작들로 손꼽히는데,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해바라기는 매우 빨리 시들어 버리기 때문에 나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황혼이 올 무렵까지 해바라기를 그린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태양을 향한 식물의 향일성을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동양에서는 주로 수묵 위주의 직관력 있는 관찰을 통해 간략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사군자가 식물성의 사유를 잘 드러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식물들의 기운생동을 표현함으로 생명들에게 내재해 있는 생성·소멸의 세계를 음양사상으로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손우연의 식물성은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식물이 땅에 기반을 두고 빛을 낚아 채 자신을 성장시키듯, 우리들 역시 하늘을 동경하며 자아를 성찰해 가길 바라는 것이다. 특히나 사회가 테크놀로지 화(化) 되면서 인간은 공중에 부유하는 티끌과 같은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아이덴티티를 상실하고 있다. 뿌리가 뽑혀 태양의 빛을 받지 못하는 식물이 생명에 치명적이듯 우리 역시 그런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작가는 위대하고 큰 것만 쫒아 물질만능으로 빠져 버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식물의 순수한 생명력에 반추해 사유하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손우연의 작품에 아쉬운 부분도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결단이 요구된다. 일단 식물성이 물씬 풍기는 재료를 통한 색채 구사로 화면의 딱딱함을 풀어헤치는 일이 급선무이며, 이를 토대로 식물 이미지의 독특한 조형성에 초점을 맞춰 자신이 의도하고 있는 이미지들 간 알레고리를 곤곤히 할 수 있는 학제적 연구가 선행 돼야 하리라 본다. 아무쪼록 작품은 우연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며, 지성의 결과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작가의 의지가 화면에 자연스레 삼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길 원한다. ■ 조상영
Vol.20110331b | 손우연展 / SONWOOYEON / 孫宇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