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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진展 / SHINSEJIN / 申世珍 / ceramic   2011_0330 ▶ 2011_0405

신세진_安息處 중_청자토, 재, 숯_22×지름 20cm_2011

초대일시 / 2011_033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통인화랑 TONGI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B1 Tel. +82.2.735.9094 www.tongingallery.com

마침내 돌아갈 영혼의 집 ● 긴 여름의 끝에서 미처 여물지 못한 과일들이 익을 수 있도록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달라고, 남국의 따가운 햇살을 조금만 더 허락해 달라고 기도한 이는 시인 릴케(Rilke, Reiner Maria, 1875-1926년)였습니다. 이 간절한 기도는 지금 집이 없는 이가, 지금 고독한 이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독할 것임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예민하고 불안한 영혼을 느끼게 합니다. ● 누구라도 그러할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날의 혼미함이 빈 들판을 채운 가을바람 끝자락에 사위고 어제보다 길어진 서늘한 산山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면 시인처럼 간절한 울림으로 울게 될 것입니다. 그 울림은, 우리의 삶이 죽음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에 이르러 극대화될 것입니다.

신세진_安息處 중_청자토, 재, 숯_23.5×지름 19cm_2011
신세진_安息處 중_청자토, 재, 숯_19×지름 22_2011
신세진_安息處 중_청자토, 재, 숯_22.5×지름 23cm_2011
신세진_安息處 중_청자토, 재, 숯_13×지름 15cm_2011

인간人間은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이 '울림'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집인 육신肉身과 마음의 집인 영혼靈魂의 발자취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땅[土]에 기대어 지은 이 집들은 돌[石]로, 나무[木]로 지어졌고 때로는 처음의 집, 엄마의 몸이 품어 주었던 자궁처럼 둥근 모양의 흙으로 지은 항아리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집자리들은 삶의 가장자리를 휘돌아 나가는 물가[江]가 아니라 늘 그 자리에 있는 산山의 어디쯤에 있습니다. 우리의 '안식처安息處'입니다. ● 시간時間의 흔적은 나무의 몸속에 나이테로 선명하고, 우리의 몸 안에 나이로 스며들어 세월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시린 겨울 물속에 비치는 자화상과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미처 경험하지 못한 순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아마도 '육체는 슬프다'는 깨달음의 탄식을 토해낸 어느 시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그러나 하나의 '생명현상인 인간'의 유한함은 육신이라는 버겁고 낡은 집을 버리는 순간에 비로소 형상에 구애됨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그래서 마침내 영혼이 돌아갈 집은 우리가 처음 가졌던 집인 엄마의 자궁과 같은 둥근 모습이면, 엄마와 엄마의 어머니의 영혼이 쉬고 있는 산자락의 흙과 같은 빛깔이면 좋겠습니다. ● 申世珍의 『안식처』는 우리가 마침내 돌아갈 '영혼의 집'입니다. 흙과 나무와 숯으로 지은 이 집은 소박하고 간결한 모습으로 긴 울림을 품고 있습니다. ■ 박경자

Vol.20110330f | 신세진展 / SHINSEJIN / 申世珍 / ceramic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