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inal Land Project : 변이의 땅

결핍으로서의 세계, 그 사진적 각성 ● 사진의 본질은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다. 김민호의 사진작업 「변이의 땅-Marginal Land Project」에서 보여지는 땅의 모습 또한 죽음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은 현실의 자국이 만들어 낸 이미지이며 현실세계의 모든 영역은 사진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진은 흔적이며 이 세계 또한 그 스스로 자국이다. '자국으로서의 사진'은 현실세계에 대한 무의식적 관계성이란 측면에서 '결정적 순간'의 미학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아마도 세상은 사진 찍혀진 '순간' 그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결국 세상이 그 육체 위에 만든 흔적과 그 육체가 세상 위에 남긴 흔적의 기록이며 김민호의 사진작업 또한 본질적으로 사진과 대상 간에 맺어진 숙명적 관계항을 거역하지 않고 있다. 김민호의 사진작업 전반이 펼쳐지는 무대는 12km에 달하는 시화방조제가 바닷길을 인위적으로 가로막아 형성된 간척지로서 그의 파노라마 사진이 보여주듯 광활한 아프리카 사바나를 연상시킬 만큼 이질적이다. 협소한 영토 확장을 향한 국가적 염원은 우리나라 곳곳에 광활한 인공의 영토를 탄생시켰다. 작가가 선택한 경기도 시화호 주변의 간척지도 이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 면적만 여의도의 60배에 달한다. 시선을 사방으로 돌려 보아도 우리의 눈앞을 가로막는 인공 구조물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평평한 대지위에서 긴장감이란 말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흙먼지를 날리며 어딘가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트럭들, 갈대숲 사이로 간혹 날아오르는 새떼무리, 바람에 실려 오는 비릿한 바닷내음만이 이 땅의 모습을 대변할 뿐이다. 거칠게 우거진 수풀 아래로 딱딱하게 메말라 붙은 검회색 흙 표면에 번져 나온 하얀 염분자국들은 바다가 토해내는 마지막 날숨처럼 위태롭다. 짙은 적막과 어둠이 더 잘 어울리는 땅, 바로 이곳이 바로 작가가 서 있는 세계이다.

김민호_marginal land, monument01_C 프린트_120×120cm_2009

김민호_marginal land, trace03_C 프린트_75×75cm_2009

김민호의 사진작업에서는 전통적인 풍경사진에 흔히 적용하는 '바라보기'와 '거리두기'의 형식성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에 촬영된 장면과 상황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물리적 개입과 행동이 작업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프로세스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분히 실험적이고 파행적이다. 조각과 설치작업이 작품의 주요 외형을 형성하고 있는 「Monument,2010」 연작들에서 사진의 매체적 활용이 흔적의 기록장치로 통합되고 있음은 그의 사진에 대한 관객의 시선을 반세기전에 행해지던 급진적인 개념, 행위예술의 시대로 급선회시킨다. 「Monument,2010」라는 제목의 사진작업들에서 우리는 크기와 무게를 짐작키 어려운 공중 부양하는 구면체, 반듯하게 세워져있는 마름모형태의 구조물, 땅바닥에 널린 문자들과 그 자국들을 촬영한 「Letter,2010」과 마주하게 된다. 좀 더 세밀하게 이 입체물들을 들여다보면 지구의 축소형처럼 보이는 구체의 표면에는 수많은 소인군상들이 뒤엉켜 붙어있고, 추상적인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마름모형태의 물체는 건축 페기물의 잔해이며, 바닥에 널려있는 문자들은 작가에 의해 고안된 가공의 기호들이다. 기념비는 일반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존재의 물리적 영속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평범하고 하찮은 소재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창조물에 기념비라는 거창을 제목을 갖다 붙인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제작한 정체불명의 기념비들이 지시하는 의미발생지점이 모호하듯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기념비들은 현실에서도 여전히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 불투명한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입체물들은 오직 사진 찍혀짐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며, 이 사진작업의 주체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념비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작가가 놓아둔 상징성과 알레고리의 올가미에 더 쉽게 걸려들기 때문이다. 결국 「Monument,2010」 연작들에서 사진은 존재의 덧없음, 허망함, 일회성, 순간성 등을 이미지내로 영속화시킴으로써 기념비성에 대항하는 역설로 전이되고 있다. 「Marginal Land Project-변이의 땅2010」 프로젝트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자연과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물리적 개입에 대한 기록물인 사진이 「Monument,2010」연작에서는 대상 위주의 단조로운 화면 구성과 톤이 주된 형식이라면 시기상으로 근래에 제작된 「Something in there」와 「Trace」연작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외형으로 변모하였다. 이는 단순히 작업에 대한 형식상의 변화에 머물지 않고 작업에 풍부한 감성과 활기가 첨가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작품의 내적 영역에서는 사진적 리얼리티의 약화를 통한 상상력의 증대로 이어진다. 특히 「Something in there」 연작들은 자연의 컬러를 재현하기 보다는 Picturesque-픽쳐레스크, 즉 자연 고유의 색감에 다양한 회화적 처리를 활용해 이질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이 뒤섞인 혼성의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이러한 연출 시도는 간척지 곳곳에 생겨난 물웅덩이, 바위더미, 수풀내부, 초록빛 수초, 새하얀 눈 위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Something in there」에서 드러나는 자연의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자극적이다. 작가는 이런 강렬함이 단순하게 세상의 은폐된 차원을 누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감각적인 쾌와 장식성으로 치부되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찍혀진 장면과 대상에 대한 연출은 이제 실제상황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러워졌으며 작가의 시선 또한 연출자적 입장에서 사진가의 그것으로 전환되었다. 화면처리의 자연스러움은 발견이라는 우연성과 사건성을 사진에 불어 넣는 대신에 작업의 의미를 사진의 표면 아래로 깊숙히 숨겨 버렸다. 더욱이 실체를 증명할 수 없는 주인공의 부재는 상황전개에 대한 인과관계를 약화시키는 반면 내러티브의 모호함은 오히려 극에 긴장감과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Something in there」연작들에서 작가는 더욱 더 순간적이고 일회적인, 휘발성 강한, 환각, 시뮬라크르의 자국을 사진의 표면위에 새기는 일에 집중하는 듯하다. 특정 의미로 코드화되지 않는 이것들의 명멸함은 우리로 하여금 존재함에 대한 덧없음과 유한함을 환기시킨다. 이 세상에 소멸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사진은 실존적 허무의 자각이며 사진의 표면위에 새겨진 자국은 부재의 증명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진에서 작가가 지향하는 시간은 비물체적인 존재로서의 시간인 사건과 순간의 시간이다. 실존하고 있는 현재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순간과 생성이 잠재적 차원에 머물고 있는 시간을 뜻한다.

김민호_marginal land, something in there01_C 프린트_120×120cm_2010

김민호_marginal land, something in there02_C 프린트_120×120cm_2010

「Marginal Land Project-변이의 땅」은 풍경의 구축과 해체가 동시에 공존하는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이는 작업의 근본 토대가 되는 간척지에 대한 설정이 완성된 땅이라는 가시적 영역보다는 잠재영역과 혼돈계(world of chaos)를 상상케 하는 비가시적 전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만들어낸 사진은 단순한 풍경사진이 아닌, 세상의 결핍과 불완전함을 보충해주기 위한 필연적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3년여의 시간동안 작가의 육체와 의식이 머물던 곳은 자연과 문화차원 그리고 물질과 정신차원의 중간지대 즉, 그 경계면을 의미한다. 간척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추상화된 영토이다. 실체는 있으나 구체적인 형상은 없는 비물질적 차원이며 자연계의 기본구조마저도 허물어져버린 무정형적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혼돈과 질서, 생성과 파괴, 수축과 팽창, 삶과 죽음의 공존을 목도하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넘나들며 시원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호의 사진들에서 나는 작가의 몸이 세상에 남긴 흔적들이 늘 사진 결과물에 앞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실체하지 않는 순간과 현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빛과 투명한 정신은 작가만의 세계를 향한 지속적인 실천과 성찰의 결과임을 그의 사진이 기억하고 있다. 사진가는 예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첨단 디지털시대에, 김민호의 거친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 박형근

김민호_marginal land, trace02_C 프린트_120×120cm_2010

김민호_marginal land, something in there06_C 프린트_120×120cm_2010

Deficient World, Awakening of Photograph ● The essence of photograph is remembering death. The appearance of land shown in Kim Min Ho's photograph 'Marginal Land Project' is also filled with memory of death. Photograph is the image made by reality's mark, and all areas of the real world become photography. In such viewpoint, photography is trace and also this world is the track by itself. 'Photography as mark shows difference from the aesthetics of 'decisive moment' in the aspect of subliminal relationship regarding the real world. Maybe such is because the world still exists even after the 'moment' the photo was taken. As a result, photography is the trace of the trace made by the world on the body and the track the body left on the world, and Kim Min Ho's photography is also essentially not denying the fatalistic relatum bonded between photography and the subject. The stage showing the whole work of Kim Min Ho's photography is a reclaimed land formed by artificial blocking of sea by Shihwa breakwater which reaches up to 12km, and as his panorama photo shows, it is so different that it reminds of the vast Savanna of Africa. The national wish aiming for expansion of narrow territory gave birth to the vast artificial land. The reclaimed land around Shihwa Lake in Kyunggi Do which was selected by the author is one of them, and its area reaches up to 60 times of Yuido Island. Even if one looks around the whole place, the artificial structure which blocks our eyes somehow does not fit with the world tension above the land which is so plain that it cannot be found in other places. Only the trucks which busily move towards some place while flying sand dust, a flock of birds sometimes flying high between reed wood, and the fishy scent of the sea which come with the wind represent the appearance of this land. The white mark of salt which spread out from the surface of the black and grey sand which is dried hard below the harshly grown woods looks perilous like the last exhalation which the sea throws up. The land which dense stillness and darkness fit better, this place is the world the author is standing. ● In Kim Min Ho's photography work, the formality of 'looking' and 'maintaining distance' which frequently apply to traditional scenes. Instead, viewing in the aspect that physical intervention and action by the author himself regarding the taken scene and situation is the basic process for producing work, it is quite experimental and out of norm. In the series of works of 'Monument, 2010' which sculpture and installation work forms the main appearance of the work, the fact that the medial utilization of photo is being integrated as the recording device of trace rapidly turns the attention of the audience regarding his photo to the rapid concept which was performed half a century ago and the age of behavioral art. In the works with the title of 'Monument,2010', we face an enneahedron which is difficult to measure its size and weight and which floats in the air, a structure of rhombus form which stands in a proper posture, letters scattered on the ground and 'Letter,2010' which took the photo of the marks. Looking at the tri-dimensionalities in a more detail, in the surface of the sphere which looks like the miniature of earth, a great many of large group of small people are tangled, and the object of rhombus form which reminds of abstract sculpture work is the remaining of construction waste, and the letters scattered on the ground are artificial signs invented by the artist. A monument is mostly the physical perpetuation of an existence which had its value for preservation recognized. But Artist has been created from ordinary and trivial materials. And He deliberately exaggerated his creatures by naming 'Monument' on this item.What is interesting is, as the point which the occurrence of the meaning, indicated by the unidentified monuments manufactured by the artist, is ambiguous, the golden monuments which shine brightly still stays in the unclear dimension which does not show its essence even in reality. It is because these tri-dimensionalities exist only with the purpose of having photos taken, and as the doubt for the actuality of the monument which takes the subject role of the photo work increases, it is more easily trapped in the symbolism and allegory put by the artist. As a result, in the series of 'Monument, 2010', photo perpetuates emptiness, vanity, one-shotness, momentariness, and etc within its image to shift as paradox which defies its monumency. If the photo which is the recorded figure regarding the artist's physical intervention regarding nature and situation which consistently shown in the 'Marginal Land Project-Land of Transition 2010' show the main style of simple screen composition and tone focusing on the subject in the series of 'Monument 2010', the series of 'Something in there' and 'Trace' which were recently made have changed into a visually rich and power appearance. Such is shown as the result which has abundant emotion and vitality added in the work and not simply staying in formal change regarding the work. Internally, it is continued by the increase of imagination through weakening of photographic reality. Especially, the series of 'Something in there' utilized picturesque, that is, various painting in the pure natural color tone rather than reproducing the color of nature, to create a space mixed with different and fantastic appearance. Such attempt of direction is held in great many places from the water puddle to the piles of rock, inside the wood, green water plant, and above the white snow formed all over the reclaimed land. The appearance of nature shown in 'Something in there' is not just luxurious but stimulating. The artist does not seem to want such powerfulness simple be used as a means to expose the hidden dimension of the world or regarded as sensual pleasure and decorativeness. Direction of the photograph taken scene and the subject has now become natural like the part of an actual situation, and attention of the artist also shifted from the position of director to photographer. The naturalness of screen handling hid the meaning of work deeply below the surface of the photo instead of putting accidence and event-ness called discovery. Besides, the absence of the main character which can't prove the actual existence weakens the relation of cause and effect regarding the process of situation, while the ambiguity of the narrative gives the play tension and imagination. In the series of 'Something in there', the artist seems to be concentrating on the work of carving the mark of Simularc which is more and more momentary and one-shot, strongly volatile, hallucinate on the surface of the photo. The glimmering of these which does not become encoded as certain meaning reminds us the emptiness and limitedness of existence. There is nothing that does not fade away. In such point, his photo is the self-perception of existential vanity, and also, the mark carved on the surface of the photo takes the role of maximizing the proof of absence. The time which the artist aims for in this photo is the event which is time as non-physical existence and the time of moment. It refers to the time which stays in the dimension of potentiality of moment and creation, and not time as present. ● 'Marginal Land Project' approached us with somewhat chaotic appearance which structure and de-structure of scene exist simultaneously. Such is because the setting of reclaimed land which becomes the basic groundwork of the work approached as invisible strategy which makes one imagine the world of chaos and potential area rather than visible area called complete land. Therefore, the photo made by the artist should be figured out in the inevitable context for complementing deficiency and incompleteness of the world, and not just a photo of a scene. During about 3 years of time, the place where the artist's body and consciousness stayed is the middle area of nature and cultural dimension, and of material and spiritual dimension, that is, it is means its boundary. The reclaimed land is an abstracted land which is artificially made. It has actual existence, but it is a non-physical dimension without detailed form, and also, it is an amorphous space which even had the basic structure of the natural world broken down. In the photos of Kim Min Ho, I draw attention to the fact that the traces left by the artist's body always exists before the result of the photo. Also, his photo remembers that the transparent mind the pure eyes which look at the moment and phenomena which does not actually exist is the result of constant execution and introspection towards the artist's only world. Photographers live in the scene regardless of time. In the cutting edge digital age, it is another reason for Kim Min Ho's harsh photo having attractiveness. ■ Park Hyung Geun

Vol.20110321f | 김민호展 / KIMMINHO / 金民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