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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2010.2011 New Work 공모 당선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공휴일 휴관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무지개갤러리 MOONSHIN MUSEUM 서울 용산구 효창원길 52 르네상스 플라자 B203 Tel. +82.2.710.9280 moonshin.or.kr/home.htm
풍경에도 깊이가 있다면 그 깊이는 어떠한 단위로 잴 수 있을까. 풍경은 그 한없는 이야기를 사방으로 품고 있다. 우리가 살았던 거리에는 과거의 기억과 기억 너머로 소멸되어진 순간들이 숨어있고, 지금의 현실과 언젠가는 발아될 미래의 가능성들이 씨앗처럼 깃들어 있다. 현실은 그 자체로도 비현실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너른 깊이를 지니고 있는 풍경을 현실과 비현실로 가르는 잣대이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사라지면 현실 속 실존의 경계도 허물어지며, 풍경이 지닌 수많은 이야기들은 한꺼번에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현실감을 지니고 사고한다는 것은 상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지금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 속에서만 가능하며, 반대로 시간의 부재 속에서만 우리는 진정한 비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한태호 작가의 작품 속에서 과거와 상상의 세계, 미래의 가능성, 현실의 풍경이 뒤섞이는 것은 바로 시간 감각이 부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시간 감각을 배재한 채 현실성과 비현실성의 공존을 연극적인 연출 장치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데,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특정 배역을 부여함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그로테스크한 환상의 세계와 결합하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미지의 원천인 현실 풍경은 작품에서는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의 모습과 유사한 풍경의 상상의 세계가 하나하나 분절된 채 작품에 숨어들게 되고, 그 조각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어떠한 이야기도 완벽하게 매듭짓지 못한 그 불안정성으로부터 비롯된 여운이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관람자의 이야기를 그 속으로 불러들인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비현실적인 형태를 가진 가상의 모습으로 분하여 현실의 배역을 이행한다. 작가는 이를 두고 '현실의 이미지를 차용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작품 세계가 현실의 세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창조되어진 독자적인 세계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두 가지의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현실의 시점에서 자신이 창조한 가상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시점으로 그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전자의 시점에서는 비현실감을 조금 더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순수성을 상실한 사람만이 절대적인 순수를 동경하듯이, 현실감 속에서 이상적인 세계를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바라본 몽환적이고 다채로운 이미지에는 현실로 향하는 창이 아직 열려있게 된다. 후자의 경우 현실로 향하는 문이 닫혀있거나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을 토대로 연출된 비현실의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풍경과 너무도 닮아있으며, 심지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현실의 시점에서 '상상의 세계'는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단서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무제 Untitled」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작품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인물이 검은 공간을 뒤로 한 채 숲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검은 공간은 현실에서 비현실로, 혹은 비현실에서 현실로 향하는 문의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은 서로 다른 시점을 연결하고 있으며, 그 간의 작품세계를 하나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동일한 맥락의 알레고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가능성들이 읽힌다. 또한 그것은 지속적으로 새롭게 변화하거나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 세계는 불완전한 미래를 동시에 동반한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한태호 작가 역시 설명되어질 수 없는 감성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감성이 자체적으로 견고한 철학을 지니기 위해서는 작가로서 주어진 많은 이야기들을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탐구하여야 할 것이다. ■ 박정연
Vol.20110317c | 한태호展 / HANTAEHO / 韓泰豪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