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소통_One-Sided Communication

조은展 / CHOEUN / 趙銀 / painting   2011_0330 ▶ 2011_0405

조은_Waving M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5cm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0525e | 조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330_수요일_06:00pm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평일_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관람자들이 미술 작품을 통해 받게 되는 첫인상은 보통 작품의 크기와 관계가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큰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고 캔버스에 그려진 형태들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작은 작품은 보다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이 이해될 수 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조은의 작품은 이처럼 캔버스의 크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글의 서두를 일반화된 설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조은은 20호(60.6x72.7)나 1m 정도 크기의 캔버스에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15x15cm의 작은 캔버스를 사용하고 있다. 항상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드로잉 북처럼 작은 캔버스를 쓰기 시작한 후로 작업의 과정이 단순화되어 보다 빠른 시간에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해진 작가에게는 이러한 시도가 작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한 뼘 보다도 작은 공간에 조은이 그리는 것은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이나 남자 친구의 인상적인 머리 모양, 꿈에서 본 이미지 등이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 마치 하루 일과 중 기억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기가 완성되듯 조은만의 '그림일기'가 차곡차곡 쌓여 나가는 것이다.

조은_A Crowd of Parachute M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5cm_2010
조은_A Crowd of Raining M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5cm_2010
조은_이경환(좌, 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15×15cm_2010

조은의 그림일기는 뚜렷하면서도 단순화된 표현들로 채워져 있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픽토그램(pictogram)을 연상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기호와 같은 무언가를 그리는 놀이를 해왔던 작가는 이제 성인이 되었고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이 놀이가 확대되기를 원한다. 이와 같은 그리기는 자신의 속마음을 자유롭게 나타낸다는 점에서 낙서와도 연관이 있다. 조은은 아크릴 물감을 덧칠해 나가면서 독창적인 아이콘들을 나열하여 일종의 낙서화(graffiti art)를 제작하는 것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작가는 결국 그리기를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한다. 작품 제목으로도 각각의 형상들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몇몇 작품들, 즉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는 작품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하면서 감상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은_Pyramid1,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15×15cm_2010
조은_Patter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5cm_2010
조은_Firework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15cm_2010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이것을 관람자가 경청하는 일련의 작용은 전시 제목에서처럼 '일방소통'과도 같다. 그러나 다시 작가에게 이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은 '양방향의 소통'으로도 설명된다. 이러한 소통의 매개체들은 우산에 매달려 있는 듯한 사람들을 그린 「A Crowd of Raining Men」이나 피라미드를 쌓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Pyramid」, 그리고 스카이다이빙을 묘사한 「Skydive」를 통해 알 수 있듯, 모나고 각진 것보다는 둥글둥글하고 유기적인 인간 형상들이 많다.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기꺼이 듣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품이 보다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형태들 때문일 수 있고 어쩌면 지금 작가가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이 모두를 당연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전시장 벽면에 서로 거리를 둔 채로 하나씩 걸려 있는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누군가가 이것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녀와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명상, 치유, 그리고 놀이로서의 그리기라는 행위와 그 결과물에 공감할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했던 작가에게 이번 전시가 기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윤진

Vol.20110313g | 조은展 / CHOEUN / 趙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