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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3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소격동 70, 77번지 Tel. +82.720.1524~6 hakgojae.com
시선의 정치학: 사람, 도시, 풍경 ● 서용선의 근작들 최근 서용선은 매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직을 사퇴하고 더욱 자유로워져서 그런지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며 작가로서의 시선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과 관심 주제는 여전히 세상 사람의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만드는 여러 종류의 풍경이랄까? 작가는 끊임없이 인간에 관한 자신의 관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릇, 사람이 하는 일에 정치적이지 않은 게 있을까? 서용선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여기저기에 머문 작가의 시선은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어떠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암시해준다. 그 메시지가 특정의 구체적인 정치성을 띠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그린 사람과 도시, 또는 그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풍경들은 우리의 시선을 거기에 머물게 하는 힘이 있으며, 애매모호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말하려는 듯 매우 함축적이다.
서울의 삭막한 기계적 도시풍경과 조선시대의 단종에 얽힌 영월의 역사적, 정치적 풍경을 제작했던 작가는 이제 그의 시선을 외국으로도 돌렸다. 그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하여 머무는 특정한 장소의 사람과 풍경을 그림으로써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시선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의 카페, 거리, 지하철 등을 그린 풍경들은 매우 정치적이다. 지극히 심화된 자본주의의 진면목을 지닌 뉴욕 맨해튼은 온갖 사람들이 모여 별의별 꿈을 다 꾸는 허상과 실존의 스펙터클한 도시 공간이기에 욕망적이다. 분단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베를린의 도시풍경 또한 정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동·서의 분단, 그로 인한 경계의 통제와 억압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역사와 정치의 도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가가 어떠한 정치적 태도나 신념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또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림과 마주해 스스로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질 수는 있을 것이다. 지역과 문화와 정서는 다르더라도 각각의 도시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표정들, 하다못해 지하철의 역사와 분단의 건축물에도 역사와 함께한 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서용선은 이러한 표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과 풍경은 단순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실존과 역사의 정치성을 담고 있는 대상이다. 작가는 그것이 자신의 그림에 함축되기를 바란다. 때문에 서용선의 그림은 인문학적이다. 그는 언어가 아닌 시각적인 형상으로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다.제도, 관습, 국경, 도시, 생산, 소비 등 이 모든 것들은 시대의 풍경을 만드는데 그 주체는 역시 '사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도 서용선의 그림은 매우 인문학적이다.
또한,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는 남자」로 집약되는 자화상 시리즈는 작가도 그 '사람' 속의 일부분임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화가로서의 자아를 둘러싼 외연(外延)과 심리적 내연(內延)이 충돌하는 긴장감이 충만하다. 표현주의적 전통과 정서로 그려진 짐승 같은 자신의 모습은 이러한 충돌과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형상화의 한 전략이다. 어쩌면 화가로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던지는 궁극적이자 숙명적인 질문일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답은 없다. 단지, 실존과 상황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다. 뉴욕도, 베를린도, 그리고 서울도 실존과 상황이 조금 다를 뿐이다. 우리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그 풍경의 정치성을 망각한 채 하루가 지나가고 오늘 같은 내일이 온다. ■ 정영목
Vol.20110310e | 서용선展 / SUHYONGSUN / 徐庸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