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Bernar Venet Paintings 1961-2011. A Retrospective
주최_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화~토_10:00am~09:00pm / 일,공휴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미술관길 30(서소문동 37번지) 본관1층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이번 전시는 페인팅, 조각, 퍼포먼스, 사진, 영화, 음악, 무용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브네의 전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회고전이다. ● 총 4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이는 본 전시에서는 브네가 18세 때 제작한 초창기 작품을 시작으로 하여, 반 예술의 징후가 나타나는 1960년 대 초반의 타르회화, 수학 기호나 도표, 공식 등을 미술의 언어로 차용함으로써 개념미술의 전형을 보여주는 1966년 이후의 작품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수학 공식들이 작품의 전면(全面)을 가득 채우고 있는 2000년 대 이후의 포화그림과 변형캔버스 작품 등 1950년 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열정으로 지속되고 있는 브네의 예술세계를 시기별 유형별로 일목요연하게 조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베르나르 브네가 그의 작품에 '수학'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수학을 작품에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차용의 방식으로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의 모형, 즉 그 자체로 상징적이며 맥락적인(syntactic)인 특성을 지닌 수학적 모형을 작품에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구상적인 작품은 다의성(polysemy)에 의존해 왔으며 비구상적인 작품은 범의성(pansemy)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이번 전시를 통해 베르나르 브네가 제시하는 수학의 적용은 단의성(monosemy)과 관련을 가진다. 이 경우 화면은 어떠한 가치도 인정하지 않으며 그 자체가 단지 하나의 함수로서 가치를 갖는 수학적 기호로 구성되므로 표현적이거나 미적인 요소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에 전시되는 그의 주요 작품들은 단일한 의미만을 갖는 기호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은 단일한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모든 유형의 예술이 이용해온 기호와 구분되거나 상반된다. 마치 암호인 듯 보이는 그래프, 해독 불가능한 수식 등으로 가득한 브네의 작품을 한눈에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브네는 명백하고 즉각적 인지가 가능한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극복해야할 장애물임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 개념적이며 보다 이성에 기반 한 브네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예술 작품이란 작가 감성의 표현이라는 예술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넘어 과학이나 수학, 또는 작가를 배제한 합리성과 연관을 맺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서구 예술 전통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이것은 예술인가? IS THIS ART? ● 나의 작품이 예술이 아니라 수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의 대답은 매우 간결하고 명확하다. (나의 작품을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다면) 엘 그레코의 종교화는 예술인가 신학인가? 르 냉 형제의 농촌생활을 그린 그림은 예술인가 사회학인가? 시스틴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누드화는 예술인가 해부학인가? 나무나 바위풍경을 그린 쿠르베의 그림은 예술인가 자연과학인가? 사각형과 삼각형으로 구성된 말레비치의 그림, 혹은 원과 직선이 그려진 로드첸코의 그림은 예술인가 기하학인가? ● 나는 신학, 사회학, 해부학, 식물학, 광물학, 기하학 등 여러 과학들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왜 예술가들은 이 과학들을 자신들의 작품에 이용하는가? 대중들이 나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때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복잡한 기호나 공식을 이해하지 못하며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들은 나의 작품이 갖는 예술적 성격을 즉각적으로 부정한다. 이들은 확실하지 않은 것은 예술로 인정하지 않으나, 명백한 것은 오히려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백하고 확실한 것은 본질적인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이다. ● 성급한 관찰이나 즉시적인 판단은 예술작품의 본질로부터 오히려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실제로 나는 단지 하나의 가능성 만을 제시한다. 예술작품은 영속적인 차별화 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갖는다. 이는 진화의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갈래와 방향의 중심에 놓여 있다.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질성 덕분이다. ● 나는 과거보다 복잡해진 지식의 여러 양상들을 수집하고 조직하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작업을 보다 발전시키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 외부적인 요소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들은 마침내 이전 세기의 영웅들인 마티스, 말레비치, 혹은 심지어 뒤샹과 같은 전통적인 개척자들을 벗어나 다른 지식의 영역으로 들어가며 다양한 원천과 지평으로부터 새로운 요소들을 끌어들인다. ● 창조적인 과정은 예기치 않은 임의적인 조우에서 비롯된다. 이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새로운 통일체와 결합시키는 원칙을 따른다. 우리는 기존공식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으며 더 이상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받아들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르거나 낯선 무언가에 즐거움을 느낀다. 나는 여전히 경이로운 것에 이끌리며 위대한 변화의 시기와 관련을 맺고 있는 여러 단계들에 이끌린다. 단언하건대 이 시기는 확실한 해답을 거부하며 개념의 고갈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술의 종언은 아직 우리에게 임박해 있지 않다. ■ 베르나르 브네
Vol.20110309f | 베르나르 브네展 / Bernar Venet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