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307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최울가는 전기늑대의 꿈을 꾸는가* ● 얼핏 보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하다. 자기 나름으로는 진지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꿈이 그러하듯, 모두 비슷해 보이는 그림들은 유치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어른의 꿈이나 아이의 꿈이나 모든 사람의 꿈은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또 꿈 자체를 관찰하기보다 꿈이 가리키는 잠재의식을 우리가 직접 관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거울인 꿈을 대신 바라본다. 예술작품도 꿈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싶어하고, 나아가 작가가 품은 생각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진다. 그런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쉽사리 이해되는 그림 같기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를 대할 때, 흔히 작가들은 자신의 비밀을 더 감추면서 그냥 감성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예술에 대한 경외의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에 방어막을 치는 것일 수 있다. 여기에 관객들이 작가의 말을 굳이 어길 필요는 없지만, 비평가의 입장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평론가라면 누구나 화가 최울가의 작품 앞에서 그것이 가지는 지적인 비밀을 밝혀내고픈 욕구가 생길 것이다.
사실, 최울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곧장 가르쳐준다. 예컨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구체적인 대상들은 특정한 기호나 물건을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한 집합체이다. 따라서 뭔가가 그려져 있다기보다 이미 마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들을 하나의 화폭 안에 조합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의 그림 속에는 시계가 곧잘 등장하며, 실험실(lab)처럼 보이는 특정 공간의 설비류도 표상화되어 있다. 뉴턴이 상정한 절대 시공간(absolute space-time) 개념을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가 각각 상대성 이론과 불확정성 이론으로 해체한 것처럼, 최울가는 과학을 지시하는 합리적 시공간의 아이콘을 낙서 같은 필체로 해체한다. 정신 나간 과학자로 묘사되는 작가의 그림 속 대리자(agency)는 개나 여우, 하이에나 혹은 늑대 같은 동물들도 창조한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그 피조물들은 이제 그림으로부터 뛰쳐나와 오브제로 전시 공간을 어슬렁거린다.
그 모든 것들은 작가 자신 속으로부터 발현되어 별도의 여과 없이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주-객체 간 통합의 결과다. 매 순간 떠오르는 단순화된 이미지는 예술의 제도를 빌어 우리에게 생생한 세계로 펼쳐진다. 그토록 생동감 넘치는 세계는 작가가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상징적으로 묘사함으로서 오히려 더 강화된다. 셀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열려있는 바둑에서도 포석이 사람마다 고유한 형태로 세를 만들어내듯이, 최울가의 미술이 주조하는 세계도 개성 있지만 고정된 화풍으로 드러난다. 기본적인 얼개의 출발이 모두 같은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낱낱이 가지는 차이에 우리는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게 있어 형식적인 준거가 없는 미술은 의미가 없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자유로움을 지켜가기 위해 더욱 더 전제된 원칙을 세워야 하는 건 세상의 이치다. 작가는 마치 숙적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후 도리어 기혈이 뚫려 환골탈태한 무림의 고수처럼, 삶의 큰 고통을 겪은 다음에 비로소 그림 속에서 자기를 통제하고 해방되는 수준에 올랐다. 확실히 그것은 아이러니(irony)이다.
이 아이러니는 작품 속에 녹아있다. 물론 이는 현대미술의 커다란 경향인 개념 미술이 가지는 극단적인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 속에 깃든 반어법적인 부조리는 최울가의 작업에 있어 핵심을 이룬다. 그것은 각각의 그림이 펼쳐놓은 상황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뒤집고 있다. 많은 후배들로부터 추앙받는 중견작가,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벌여야 하는 현대미술가, 그렇지만 개념 미술의 홍수 속에서도 전통적인 붓질로 작업하는 화가. 어떤 면에서는 모순되어 보이는 그의 이러한 정체성 속에서 그림의 이미지는 고안된 원칙에 따라 경쾌하게 넘실대고 있다. (* 모두 아시겠지만, 글 제목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를 가져와서 비튼 것입니다) ■ 윤규홍
Vol.20110306e | 최울가展 / CHOIWOOLGA / 崔蔚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