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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갤러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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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helai Nepali - 네펠레네팔리: 네팔의 구름 ● 우리는 흔히 산을 보기 위해 네팔을 간다. 전 세계에 있는 8천 미터 이상의 산 14개 중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등 9개가 네팔에 있다. 높이 8킬로미터가 넘는 산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天外의 존재다. 살아온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게 만들만한 힘이, 그들에게는 있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이 네팔이라는 것도 이해가 간다. ● 그러나, 8월의 네팔에서 가장 많이 나의 주의를 끌었던 대상은 산이 아니라 '구름'이었다. 구름은 영험한 산을 보고자 하는 나를 계속 막아 섰다. 안나푸르나를 볼 수 있는 전망으로 유명한 사랑곶Sarangkot 에서도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구름 뿐 이었다.
구름 사이로 어쩌다 조금씩 보이는 산 정상의 윤곽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다가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 구름은 산을 가리는 방해물이 아니라 산 자체이며, 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존재였다. ● 엽서에서 볼 수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영산의 모습들은 신비롭지도 않고, 너무 직설적이라 내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대응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깨달음을 지켜보았던 산은 분명 구름을 두르고 있었을 것이다.
Nephelai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구름'이라는 뜻이고,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유명한희극의제목이기도하다. 풍자정신으로 충만했던 이 총명한 시인은 극 중에서 소크라테스Socrates를당시소피스트중의하나로, 구름을 신이라고 믿고 있는 허황된 궤변론자로 풍자했다. 변론술의 말장난을 이용해 사물의 실체를 가리고 인간을 기만하여 이익을 취하던 당시의 소피스트들을 신랄하게 비틀기에, 일정한 형체 없이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을 제목으로 한 것은 꽤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 오늘날에도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 없거나, 다를 뿐이지 그리스의 소피스트와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법정에서, 국회에서, 인터넷에서, 그리고 방송에서,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구름cloud을사람들의시선주위에둘러버린다.
하늘과 가까운 네팔의 구름이 있고, 이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구름이 있다. ● 아리스토파네스가 오해했을 지언정, 성인 소크라테스 조차 숭배했던 구름의 경건하고 깨끗한 원형을 나는 네팔에서 보았다고 믿는다. ● 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네팔의 구름을, 미약하나마 사진 작업을 통해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다. 구름이 여러분께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 보시기를. ■ 윤기옥
Vol.20110303i | 윤기옥展 / YOONKIOK / 尹基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