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helai Nepali 네펠레네팔리: 네팔의 구름

윤기옥展 / YOONKIOK / 尹基玉 / photography   2011_0301 ▶ 2011_0310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_갤러리덕

윈도우갤러리로 24시간 관람 가능

갤러리덕 gallery DUCK 서울 종로구 부암동 159번지 Tel. +82.2.6053.3616 www.galleryduck.com

Nephelai Nepali - 네펠레네팔리: 네팔의 구름 ● 우리는 흔히 산을 보기 위해 네팔을 간다. 전 세계에 있는 8천 미터 이상의 산 14개 중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등 9개가 네팔에 있다. 높이 8킬로미터가 넘는 산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天外의 존재다. 살아온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게 만들만한 힘이, 그들에게는 있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이 네팔이라는 것도 이해가 간다. ● 그러나, 8월의 네팔에서 가장 많이 나의 주의를 끌었던 대상은 산이 아니라 '구름'이었다. 구름은 영험한 산을 보고자 하는 나를 계속 막아 섰다. 안나푸르나를 볼 수 있는 전망으로 유명한 사랑곶Sarangkot 에서도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구름 뿐 이었다.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구름 사이로 어쩌다 조금씩 보이는 산 정상의 윤곽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다가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 구름은 산을 가리는 방해물이 아니라 산 자체이며, 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존재였다. ● 엽서에서 볼 수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영산의 모습들은 신비롭지도 않고, 너무 직설적이라 내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대응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깨달음을 지켜보았던 산은 분명 구름을 두르고 있었을 것이다.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Nephelai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구름'이라는 뜻이고,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유명한희극의제목이기도하다. 풍자정신으로 충만했던 이 총명한 시인은 극 중에서 소크라테스Socrates를당시소피스트중의하나로, 구름을 신이라고 믿고 있는 허황된 궤변론자로 풍자했다. 변론술의 말장난을 이용해 사물의 실체를 가리고 인간을 기만하여 이익을 취하던 당시의 소피스트들을 신랄하게 비틀기에, 일정한 형체 없이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을 제목으로 한 것은 꽤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 오늘날에도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 없거나, 다를 뿐이지 그리스의 소피스트와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법정에서, 국회에서, 인터넷에서, 그리고 방송에서,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구름cloud을사람들의시선주위에둘러버린다.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윤기옥_untitled_잉크젯 프린트_35×52cm_2011

하늘과 가까운 네팔의 구름이 있고, 이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구름이 있다. ● 아리스토파네스가 오해했을 지언정, 성인 소크라테스 조차 숭배했던 구름의 경건하고 깨끗한 원형을 나는 네팔에서 보았다고 믿는다. ● 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네팔의 구름을, 미약하나마 사진 작업을 통해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다. 구름이 여러분께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 보시기를. ■ 윤기옥

Vol.20110303i | 윤기옥展 / YOONKIOK / 尹基玉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