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ing Back Home

임선영展 / IMSUNYOUNG / 任宣泳 / photography   2011_0302 ▶ 2011_0330

임선영_집_설치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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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302_수요일_05:30pm

기획 / 갤러리 아트사간

관람시간 / 10:30pm~07:00pm

갤러리 아트사간 GALLERY ART SAGAN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3층 Tel. +82.2.720.4414 www.artsagan.com

기억해냄을 통한 자기 성찰 ●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연결된 중요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개인의 사소한 기억들은 본질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측면에서 '기억'은 예술 창작의 근원으로서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주제이기도 하다. 기억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데, 푸르스트(Proust)의 경우 과거의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되살리기도 한다.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서 힘들어하던 주인공 마르셀이 마들렌을 차에 찍어서 먹는 순간 기쁨에 사로잡힌다. 그 이유는 마르셀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기뻤던 시간이 빵의 냄새와 연결되기에 그렇다. ● 기억의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했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경우 기억(remember)과 기억해냄(recollect)을 구분해서 설명한다. 그에게 있어서 기억은 미래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으며, 미래는 예측할 수 있지만, 기억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억은 어떤 상황을 저장한다는 개념이며, 기억해냄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기억해낸다는 것은 기억을 정확하게 회복하지 않는다. 기억해내는 전제조건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조금 전에 일어난 어떤 상황을 기억해냄으로써 기억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어떤 상황을 겪은 상태에서 기억한다는 것이 성립한다. 이처럼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지나면서 '기억해냄(상기함)'이 발생한다. 기억해냄은 일종의 추리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선영의 작업은 기억보다는 기억해냄으로 정의된다. 그녀의 작업에서 표현된 상황은 과거의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추정하는 과정 즉 기억해냄을 통해서 작가의 감성적인 현실과 맞물려 자신의 기억을 제구성 한다.

임선영_새벽 2시 30분_디지털 C 프린트_82.44×120cm_2011
임선영_뿔_디지털 C 프린트_82.44×120cm_2011

임선영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해냄이 가지는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그 이유는 작가가 보여준 대상들은 실제 존재하는 상징물에서 과거의 시간을 반추하는 역할을 하는데, 작품에 드러난 과거와 현재의 공통적인 유사성을 언어로서 표현하는 것과는 많은 부분 차이가 있다. 언어를 구사할 때는 자신이 처한 상항을 환경적인 분위기와 맞물려서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사진은 작가의 표현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확보한다. 그녀가 표현한 대상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 해냄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이며, 개인적인 의미들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임선영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깊은 고뇌 끝에 「Going Back home」 시리즈를 사진 찍었고 '집'이라는 우회로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로 인식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불안정한 '자아(ego)'가 지속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인식된다. 임선영의 작업은 '집'을 중심축으로 해서 죽음과 기억 그리고 숙명성의 문제로 회귀한다. 그녀의 2004년 개인전 「System city」가 거대한 건물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도시의 하부구조를 지닌 시스템을 반영하고 공적인 체제 내에서 거대담론을 얘기하고자 했다면, 2011년 「Going Back home」은 개인의 문제에 천착한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죽음으로 인생을 맞게 된다는 공평한 진리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으로 다시 회귀하게 되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적인 운명의 사슬을 얘기하고 있다. ●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언급한 Uncanny(언캐니)에 대한 논의를 임선영의 작업과 연관해보면, 독일어 단어인 하임리히(heimlich)에서는 집이라는 친숙함을 드러내는 의미와 함께 비밀스러운 것, 사적인 것, 감춰진 것을 의미한다. 다중적인 의미가 있는 집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적인 비밀을 감싸고 숨기고 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의 몸을 집으로 설정하고 친숙하게 생각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러한 '은밀함(heimlichkeit)'은 원형적인 의미에서는 '낯섦음(unheimlich)'으로 해석된다. ● 다른 측면에서 작가는 개인적으로 잠시 집을 떠나 유전(流轉)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집)'의 경우 끊을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처럼 작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임선영의 작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작업은 '집→ 죽음→ 기억→ 숙명성'의 순환적 구조로 요약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분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구조는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숙명성'으로 해석된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드(id)'는 자신이 앞으로 닥칠 죽음에 대해서 저항할 수 없다. 임선영의 사진이 의미하는 지점은 타자의 죽음을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죽게 되는 '인간의 숙명적인 운명'이란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임선영_넥타이_디지털 C 프린트_45.33×30cm_2011 임선영_천천히 넘기기_디지털 C 프린트_5×7.7cm_2010 임선영_파이프_디지털 C 프린트_5×7.7cm_2010 임선영_낡은 TV_디지털 C 프린트_5×7.7cm_2010

임선영의 사진을 '통보(Tom beau: 문학 장르에 사용하는 단어로 상황에 따라 추모 시, 추모로 사용된다)'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통보→ 죽음 → 존재와 부재'에 대한 문제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살아생전에 고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대상과 개인적인 추억을 통해서 죽음을 이야기한다. 사진의 역할은 죽은 사람의 존재를 영원히 새겨두는 역할을 한다. 죽은 자에게 말 거는 시도는 글쓰기와 다른 지점을 확보한다. 사진이미지는 상상 속의 세계처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죽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의도는 마치 죽음을 개인적으로 기억함으로써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임선영의 작품 「Going Back home」을 다시 살펴보자. 죽음에 대한 부재의 욕망은 동그란 형태의 녹슨 탁상용 달력에 보잉 747 비행기가 그려져 있고 아랫부분에는 날자 대신 「Turn Slowly」가 기호적으로 표시되어있으며, 눈 덮인 마당에 떨어져 있는 장난감 비행기와 발자국, 나무로 만든 오래된 파이프, 날개를 활짝 펴고 있지만 비상할 수 없는 박제된 독수리, 목재로 만든 오래된 텔레비전, 낡은 부모님의 사진, 빨간색 넥타이, 을시년 한 나무를 바라보는 사진가는 자기 독백의 형식으로 '친숙하지만 낯선(Uncanny)' 모습을 고형성(固刑性)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은 작가의 내면에서 '이드'로서 스쳐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불안한 자국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짐작하게 한다.

임선영_깊은 늪_디지털 C 프린트_82.44×120cm_2011
임선영_집으로 가기_디지털 C 프린트_82.44×120cm_2011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에 의하면 존재의 불안에 대해서 존재 자체가 불안하다고 얘기하며 현 존재를 죽음을 향한 존재로 표현한다. 우리의 삶은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일상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즉 내가 숙명적인 죽음을 잊으려고 도망을 치려고 하지만, 제대로 도망을 친 것인지 불안한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불안하고 섬뜩한 것이다. 섬뜩한 것은 일상에서 실존을 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결국, 임선영이 체감한 언캐니한 감정은 '이드'에 숨겨져 있던 아쉬움, 추억, 강박적 불안, 죽음, 존재와 부재의 이중적인 알레고리가 뒤섞여진 낯선 감정을 볼 수 있다. 그녀가 언어와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사진을 통해서 과거의 추억을 조밀한 구조의 서사를 구축한 것은 죽음이 유닛(unit)한 문제이지만, 보편적인 숙명임에도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적인 상황을 환기시키고, 확증하기에 적합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 김석원

Vol.20110303e | 임선영展 / IMSUNYOUNG / 任宣泳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