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216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곽이브_김승현_박보환_박영학_신원삼_이진영_지영_허수영_홍원석
관람시간 하절기(4~9월)_10:00am~07:00pm / 동절기(10~3월)_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 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7-9번지 디지털온넷빌딩 1층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2010-2011 청주미술창작작스튜디오의 브릿지 프로젝트는 입주작가들을 외부기관과 전문가에게 프로모션하는 전시로서 UM 갤러리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그간 일년동안 스튜디오에서의 창작활동을 외부에 보여줌으로서 작가들의 새로운 창작아이디어를 고취하고 그간 스튜디오에서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숯과 목탄으로 풍경을 재해석한 박영학의 작품은 그가 검빛 풍경이라 명명하고 푸름을 넘어 촘촘하고 유연한 자연을 그려낸다. 목탄으로 그어낸 선을 문질러서 화면에 표현해내는 그의 방식대로 화면은 몸의 이동은 곧 화면의 흐름이 되어 밭과 산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 시멘트와 찰흙으로 빛어낸 곽이브의 입체작업들은 단순한 구 혹은 육면체의 기둥 등 기하학적 방식과 건축적인 유사기호로 표식하여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하는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그녀의 작업들은 소재가 유연한 스티로폼 거푸집을 이용한 기둥모형을 제작하거나 주춧돌 같은 형상을 제작한다. 다분히 건축적인 아이디어로 구축되는 그녀의 작업들은 하나의 미려한 축조물이 아니라 놓여진 장소에서 발견한 기하학적 구조 혹은 공간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번 전시의 작업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우연히 발견된 풍경을 해석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김승현의 작업들은 일련의 사회의 구조 혹은 통념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적 각도, 그것에 대한 시간적 증거와 기록의 방식으로 해석해 낸다. 사라져가는 오래된 극장이 가졌던 이미지권력이 점차 사회의 거대한 스펙타클과 퇴행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이미지에 봉착하게 된 원인을 조사하는 작업들과 이미 사회의 일반적 구조와 코드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을 작가가 배치한 작은 사건을 통해 기존인식의 미끄러짐을 관찰할 수 있으며 그는 그러한 역설적인 시각의 물음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진영의 사진들은 현재에 대한 충실한 기록을 자청한다. 다큐멘터리적인 배경과 스토리를 제거한 현장사진과 스캐너의 빛을 이용한 굴곡적인 사진들은 원래의 외연을 보여주기보다는 시간적 찰나가 빚어낸 어떤 사건을 채취하고 있다. 사고 난 자동차의 처참한 광경을 재현한 것이라든지, 빛을 강제로 쬐어 천천히 촬영한 스캔된 얼굴, 깨진 창밖으로 보이는 흔들리는 녹색풍경 등 그녀는 사진으로 재현하고자하는 사태와 시간의 간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그녀의 사진은 1800년대 초창기 사진기법을 기용하고 있다. 이는 천천히 움직이는 셔터의 느림을 이용하여 주변인들의 얼굴, 정물 등 정적이고 단순하지만 예측된 시간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을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
박보환의 고상함의 불편함, 복잡한 자기지시, 불경하거나 조악한 이미지들을 화면 안에 뒤섞어놓는다. 화면은 비비드한 배경과 함께 그가 바라보는 이미지들의 시선을 자르거나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놓는 유머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잘려나간 광대의 탈, 무수히 복제해 내는 앤디의 마를린, 실험실 같은 작업실, 거대함에 물을 뒤집어 씌우고자하는 용기 등 그가 말하고 풀어내고자하는 언표들을 직설화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친절한 행위가 절대 친절하지 않다는 층위의 재현과 현실이 얼마나 이미지에 집착하는가를 역설하고 있다.
지 영의 장식적인 디테일은 판화적인 기법인 에칭작업이 그간을 이룬다. 아연판 혹은 동판에 프린팅을 부식시킨 장식들은 어른이 아직도 유년의 감성으로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키덜트적 아이템을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은 각인과도 같은 유형인데 부유하는 만화적 이미지와 부식되어 각인된 이미지가 어쩌면 보는 이들에게 상반된 아이러니를 던져준다. 장식은 디테일한 구멍으로 잠식되듯이 환상은 곧 촉각으로 다시 읽혀지는 것이다.
신원삼의 화면은 몰 개성화된 현대인의 욕망을 벌거벗은 몸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익명의 몸들은 화려한 거리에 나타나거나 쇼핑을 하며 무엇인가를 경험한다. 화면에 등장한 푸르스름한 몸은 이미지 전성시대의 이미지의 죽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허수영의 이미지들은 그가 선택한 자연도감이나 인형화집 등의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페이지까지의 도상을 하나의 화면에 섞어 놓는다. 무수히 채집한 이미지들을 하나의 사슬로 묶여, 화면은 동어반복의 욕망을 지속적으로 나열한다. 책은 그에게 그리고자하는 욕망의 도구이며 때로는 실재를 지워버릴 시뮬라크르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재가 사라진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 이미 목적 달성되어 폐기된 이미지를 다시 읽는, 오히려 허상이 실재의 욕망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함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홍원석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그가 유년시절 가족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통로passage로 재현되고 있다. 화면에 나타난 밤의 풍경에 자신은 자동차로 혹은 운전자로, 빛으로 이입하여 자신이 처해 있는 세계를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화면에서의 전조등의 빛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현실에 처한 존재를 낭만적인 시선과 이데올로기 파괴의 경계선에 위치시킨다고 할 수 있다. 대로에서의 자동차 충돌사고와 멀게 보이는 불길 치솟는 화재, 잔잔한 강물은 홍원석이 만든 낭만적 스캔들이라 할 수 있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Vol.20110226b | 브릿지 프로젝트 Bridge Projec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