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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216_수요일_06:00pm
퍼포먼스 / 나의 한 시간
주관,주최 / 갤러리 SAPA 협찬 / 돌리 다이아몬드 Dolly Diamond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요일_10:00am~05:00pm / 일요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SAPA Gallery SAPA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60-6번지 강우빌딩 1층 Tel. +82.2.2278.8333 blog.naver.com/gallerysapa
벌꿀을 첨가한 달콤한 시럽이 뿌려진 : 현기증 나는 자본의 향유(享有) ● 맥도널드(Mc Donald)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다국적 기업은 1988년 서울의 압구정동에 점포를 내면서 진출한 이래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식습관을 바꾸며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 걸쳐 영업 내지 제조 거점을 가지고 국가적, 정치적 경계에 구애됨이 없이 세계적인 범위와 규모로 영업하는 기업으로 시장, 기술, 경영 방법에서 국제적 공동화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맥도널드, KFC, 크리스피 크림 도넛 등 미국에서 시작된 업체들이 1990년대를 전 후로 하여 국내에 대거 진출하였다. 그 중 던킨 도너츠(Dunkin' Donuts)는 1950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에서 윌리엄 로젠버그에 의해 창업되었는데,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생겨나 지금은 730개의 체인점을 가진 거대 프랜차이즈(Franchise)로 성장하였다. 서구의 식습관을 대표하는 패스트 푸드점들의 국내 진출은 소비자의 욕구 및 태도변화를 선도하였고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Life-Style)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 아이러니 하게도 청년층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다국적 패스트푸드점들은 청년층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청년실업자들이 34만 2000명을 웃돈다!'는 최근 기사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최근의 청년층들이 '맥잡(Macjob)'과 같은 시간제 알바를 통해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대변해 준다. 게다가 미술대학을 졸업한 청년작가들의 경우는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경제적 실업자 상태를 고수하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주희란은 2008년,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2년 만에 이와 같은 현실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던킨 소사이어티 던킨 라이프 프로젝트(Dunk in Society, Dunk in Life Project)'를 발전시켰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예술과 일반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다양한 일상의 공간 및 콘텍스트를 바탕으로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작가가 설정한 아르바이트 공간인 패스트푸드점은 흥미로운 사회연구(Social Research)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가장 먼저 업무 매뉴얼을 숙지해야 했다. 익숙지 않은 초보 알바 생이 숙지해야 할 매뉴얼들은 정교하게 짜인 다국적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들이다. 계속해서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과 광고 카피들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내놓은 소비의 재단에 오르는 제물과 제례의식을 위한 주문 같다. "벌꿀을 첨가한 달콤한 시럽이 뿌려진 부드러운", "카카오의 진한 맛과 부드러운 도넛의 조화"등 모든 이미지와 광고카피는 먹어보지 않고도 맛을 알 수 있도록 고안된 오감마케팅의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시각적 브랜딩 전략이 중요한 페스트 푸드 기업은 컬러 마케팅을 통해 손님들의 감성까지 디자인 하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에 '컬러가 있다'는 것은 곧 각기 다른 상징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시각적 컬러 기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컬러는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작가에게 시간제 알바로 지급된 급료 시간당 3500원은 무심코 사먹었던 화이트 모카 한잔과 비스마르크 도넛 한 개 가격이다. 어찌 보면, 희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청년세대로서 작가가 선택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유희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나의 한 시간"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3500원 어치의 도너츠가 든 패키지 상품을 전시장에서 판매하고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현기증 나는 상품들은 회화작업의 모티브가 되거나 오브제, 설치작업을 수행하는 기반이 되었다. 우리시대의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만들어낸 탈속적인 향유(etherial enjoyment)는 교묘하게 소비를 부축이고 있는 사물들로 둘러싼 몽환에서 깨어나게 한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이 가득 찬 파리의 아케이드를 거닐던 산보객 발터 벤야민이 믿었던 혁명은 이러한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었다.
후기산업사회로 불리는 지금, 자유시장주의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자본의 위력은 개인이 맞서서 싸우기에는 힘겨운 대상이다. 문화평론가 서동진이 그의 책 「디자인 멜랑꼴리아」에서 지적했듯이 아시아의 자본주의 경제에는 디자인을 통해 욕망을 선동하고 조정하려는 끈끈한 소망이 횡단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비단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겠지만, 문화와 경제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 나아가 '무게 없는 경제', '무형의 경제'라는 말들도 유행어가 되었다. 상품의 세계는 곧 문화의 세계이고 상품의 판매는 물질적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욕망과 환상의 소비를 위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 "사회적 연구로서의 던킨 도너츠 알바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작가 예술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전시형태로 정리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희란의 삶과 예술을 가로지르는 실천은 노동과 예술, 알바현장과 작업장 등의 구분을 무너뜨리며 모순된 지금의 현실을 안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가 꿈꾸었던 '자율노동(Autonomia)'은 자기를 실현하는 노동이며 자본에 포섭되거나 한정되지 않는 예술적 노동이었다. 달콤한 시럽과 초콜렛이 장식된 도너츠 매장의 일상을 기록한 작가의 노트에는 익숙지 않은 일에 숙달되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판매시스템의 하나로 작가의 노동이 계열화 되는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현기증 나는 자본의 향유로 가득한 공간에서 몽환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그녀의 작업은 욕망과 소비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무의식의 파편들이다. ■ 백기영
Vol.20110216b | 주희란展 / JUHEERAN / 朱喜蘭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