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hatter

권선展 / KWONSUN / painting   2011_0211 ▶ 2011_0228 / 일,공휴일 휴관

권선_about shatter4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스페이스 SONGEUN ART SPACE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2번지 Tel. +82.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재의 나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 여간해서 뚫릴 것 같지가 않은 벽 앞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미래를 기획하거나 과거를 회상할 때 또는 이미지를 떠올려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이러한 기분은 회색빛 레이어를 한 겹 씌워놓은 것처럼 시야를 흐리게 한다.

권선_about shatter3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0
권선_Dermatoglyphics - birds_유채, 카멜레온 잉크_각 61×61cm_2009
권선_dermatoglyphics-butterfly_유채, 카멜레온 잉크_각 120×120cm_2010

나의 작업실은 새로 리모델링을 하였다. 어느 날 작업실에 앉아 벽의 한 구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내 눈으로 벽의 균열이 들어왔다. 깔끔한 벽면에 웬 균열? 하며 잘 들여다보니 벽체 구석구석 더 많은 균열들이 있었다. 균열이 난 자리엔 페인트들이 일어나고, 일어난 페인트 밑으로는 시멘트 구조물이 보였다. 나는 균열 간 페인트들을 손톱으로 떼어내며 페인트칠을 하기 이전의 벽체-본래의 벽체 혹은 벽체의 본질-를 마주하고 앉았다. ● '답답하게 놓임'을 인간의 본질이라도 되는 듯이 수용해오던 나는 문득 이 답답하게 '처해있음'의 원인을 물어가기 시작한다. 답답한 "처해있음"에서 나는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을까?

권선_About shatter 5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1
권선_About shatter 6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1

인간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문화적 경험과 규범을 통해 행동양식이 규정지어진다. 사회집단의 규범, 도덕, 가치, 신념 등의 문화가 전승되는 과정을 통해 한 집단의 개체로 존재가치를 부여받은 뒤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타인의 기대를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개인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사회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다-그것이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구축된 사회적 특수성에 위배되는 자들은 특수한 환경에 강제로 영입되어 재사회화 된다. 작은 분자의 단위로 이루어진 경험의 축적 중 현재의 시스템에 맞지 않는 몇 개의 분자들은 버려진다. 결국 인간들은 자신의 특수한 본질을 거세당한다. 이렇게 수용적인 세계의 이미지로서 조명하고 그것을 컨트롤하기 위한 작업은 파시즘, 군국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에서도 발견된다. 극단적인 전체주의는 개개인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마치 소화시키기 편한 유동식과 같은 인간세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들은 결코 부서지지 않을 인간세상의 구조물을 지은 듯하지만 그것 때문에 유약해져서 세계는 한꺼번에 깨부술 수도 있고 당장 깨부숴지지 않더라도 주변의 다른 환경적 조건들에 반응하여 조금씩 서서히 부서져 내린다.

권선展_송은 아트큐브_2011 권선_About shatter_설치_180×75×75cm_2011

나는 '처해있음'의 답답한 기분으로부터 출발한 사색의 과정을 페인팅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떼어내는 행위를 하며 결과적 이미지로부터 역(易)추적하는 방법으로 내가 느낀 기분과 그에 대한 일종의 사적인 투쟁(해결은 아닐지라도)의 행위를 보여준다. 본 작업에서 나 역시 콘크리트 벽의 한 면을 하나의 색으로 칠하는 전체주의적인 행위를 한다. 그러나 처음엔 벽체와 일체화 된 듯 보이던 페인트는 빛에 의해 변색되고 습도와 온도에 반응하면서 벽체로부터 균열을 내며 떨어져 나간다. 나의 작업은 이렇게 우리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변화되며, 어떤 상황으로 소멸되는가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 과연 우리는 어떤 색안경에 둘러싸여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벽의 페인트를 떼어나는 나름의 투쟁적인 행위를 통해 다소 선언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유예된 우리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 껍질부터 벗겨내는 소멸의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비록 우리 삶의 이미지가 너무 복잡하고 많이 채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無)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어 보자고... ■ 권선

Vol.20110212e | 권선展 / KWONSUN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