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랑展 / JURANG / painting   2011_0209 ▶ 2011_0224 / 월요일 휴관

주랑_진열된 동작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0

초대일시 / 2011_02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가 GALLERY ARTGA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1번지 Tel. +82.2.722.6404 www.artga.net

새하얀 세상 속에 익숙한 풍경들이 흩날린다. 여행을 다니며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풍경들, 가령 유적(幽寂)한 전원 속 들판과 이를 길게 둘러싼 산의 모습을 비롯해 랜드마크처럼 등장하는 전신주와 파라솔, 그 안에 담겨진 소소한 인물, 새, 물고기들이 그 작은 세계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이 세계가 주랑 작품의 일괄된 모습이다. 이러한 풍경들은 어느 한 순간, 한 시점의 지정된 시공간을 연출한 것이 아니다. 작가가 살아온 환경 속에서 혹은 여행을 통해 마주한 풍경의 단상들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작업의 행위 속에서 강박적으로 뿜어 나오게 된다. 마치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슷한 맥락처럼, 장대한 경험의 흔적들이 축적되어가며 잊혀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작가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작업의 과정을 통해 드문드문 되살아나고 있다. 이것이 시공간을 초월한 모습으로 정착하여 작가만의 절대적이고도 무한한 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주랑_대신하는 여행_캔버스에 유채_130.3×1357.3cm_2010_부분

이러한 주랑의 작품에서는 전체적인 윤곽이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원형의 틀 속에 갖가지 풍경들이 다각적으로 솟아 있는 것, 또 하나는 분리된 현실 속 소재들이 개별적으로 공간을 떠다니며 부유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꼭 전자가 드넓게 펼쳐진 우주 공간 속에 머무는 커다란 행성이라면, 후자는 흩뿌려진 무수한 별들의 조합과 유사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기억 속 풍경의 잔상들을 새롭게 조합하며 마치 새로운 행성을 창조하는 것처럼 나름의 세계를 담아내었다. 따라서 작품을 머금은 순백의 바탕은 작가의 기억과 시간을 암묵적으로 내포하는 광대한 공간으로, 편재(遍在)하는 삶 그 자체에 대한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주랑_쥬쥬랜드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주랑_대신하는 여행_영덕_캔버스에 유채_193.9×259.1cm_2010

작품은 언급한 바와 같이 캔버스에 겹겹이 하얀 바탕을 차곡하게 쌓아 한없이 퍼져나가는 공간을 연상케 하며 시작된다. 광활하게 남겨둔 배경처리는 혹여 동양화에서 중시한 여백의 의미와도 상통하게 되는데, 이렇듯 작품은 기본적으로 유화의 방식을 빌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동양화의 감수성을 적절히 이끌어내며 여러 정서들을 아우르게 된다. 실제로 작품을 처음 마주하게 되면 흡사 먹으로 그린 그림으로 혼동하기가 쉽다. 작품의 기법은 새하얀 여백 위에 끼적거린 연필 선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다시 유화물감과 투명 미디엄을 적절히 활용하여 기억의 단상을 가두기라도 하듯 뒤덮고 있다. 여기에서 연필의 드로잉이 유화물감과 만나며 살며시 녹아들고 이러한 반응들이 마치 화선지 위에 번진 먹의 효과와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작가는 간혹 다량의 캔버스를 옆으로 연결해 길게 뻗어나가는 화면을 구사하면서, 윤회(輪廻)적인 두루마리 형식의 작품들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주랑_기억뭉치_캔버스에 유채_50×50cm_2010

이에 주랑의 작품은 단편적 풍경의 요소들을 비롯해 이처럼 표현 기법과 사유의 방식에서도 삶의 환경적 체험들이 통합적으로 반추되고 있다. 기억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속에서 작가는 원색의 색채를 제한적으로 칠해 강한 대비와 함께 특유의 유쾌함을 선사하고,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정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정서는 내면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감성과 삶의 입장들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며' 잠재된 기억의 파편들을 엮고, 결과적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자신만의 불변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 함선미

Vol.20110209f | 주랑展 / JURANG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