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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128_금요일_05:00pm
후원 / 안성시청_쌍마산업
관람시간 / 10:00am~06:00pm
안성창작스튜디오 전시장 ANSEONG ART STUDIO 경기도 안성 금광면 신양복리 212-2번지 Tel. +82.31.678.2492
인간을 뺀 모든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네모난 지구에 살고 있다. 인간만이 둥근 지구에 산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신을 칭하는 존재는 만물과 단절되어있다. 『큐브』는 자연과 단절된 인공 구조물들의 기본 체계이며, 단순하지만 견고한 구조로 인간사회의 팽창에 하드웨어적 반석을 제공한다. 자연계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인간의 필요와 편리에 의해 잉태된 「큐브」의 구조는 인류문명의 근간을 이룩함에 있어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탄생과 동시에 파괴를 수반하는 양날의 검(劍)처럼, 그 태생적 한계는 모든 존재를 위협한다. 인간적이다! ■ 임병진
위트와 희화화의 역량 ● 개인전 『The Cube』는 기본적인 사각형의 전시공간에 모든 작품들이 사각형의 틀을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평면작품도 그렇거니와 입체 설치물도 정방형 위에 인물, 동물, 기학학적인 형상이 놓여 사각의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개인전 작품들과 함께 그의 작품들을 잠시 들여다보자.
무릇 대부분의 젊은 작가가 그렇듯 임병진의 작품 형식을 하나의 비평적 언어로 가두기엔 힘들어 보인다. 2003년작 「instrument」가 마천석을 사용한 평면추상조각이라 한다면, 2004년작 「풍어」와 「풍경」은 나무와 철로 만든 구상작품이고, 「자기합리화의 동물」이나 「기념비를 위한 기념비」는 재료의 물성보다는 외형적 자아와 작가의 심리가 투영된 작품이며, 2008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layered butterfly」는 크리스털을 프레임에 쌓아 환영적인 공간을 만든 평면작품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고래의 노래」, 「나쁜 꿈」 등은 조각의 전통적인 소재랄 수 있는 대리석처럼 보이는 돌의 재료적 형식만을 전유할 뿐이다. 이들은 모두 FRP 위에 펜 드로잉작품이다. 철 부스러기, FRP, 나무로 구성한 작업까지 재료와 작품의 시각적 형식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다채롭다.
조각에서 전통적인 소재는 돌, 철, 나무 등이다. 로버트 로리스가 1970년 『아트포럼』에 기고한 「만드는 현상에 관한 노트(Some Notes on the Phenomenology of Making」에서처럼 '각각의 재료는 각자의 물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제작방법, 기술, 언어를 그 물질 안에 담고' 있다. 공업용품인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이 나오기 전까지, 그래서 전통적인 재료들은 '당신이 사용한 것이 당신이 보는 것(What you see is what you get)'처럼 재료가 갖는 시각적 언어는 인공적인 조각의 손맛보다 강렬할 때가 있다. 임병진의 2003년 「instrument」, 2004년작 「풍어」, 「풍경」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돌, 나무, 철로 만든 이 작품들은 평면성이 강조되어, 그래서 마치 풍경조각처럼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들은 모두 전통적 재료를 다루는 초기 실험작들이다. 물론 세 작품이 모두 재료의 물성이 앞서 말한 것처럼 드러난 것은 아니다. 「풍어」, 「instrument」, 「풍경」이란 작품의 제목처럼 작품은 물성보다 형상, 의미의 재현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물성이 갖는 재료적 특징과 형상이 갖는 재현의 특징, 둘 중 우열이란 없다.
임병진의 이번 개인전 'The cube'에서 눈에 띄는 건 집적(accumulation)과 반복(repetition)이다. 철 부스러기를 모아 만든 「불멸의 항해」, 「나쁜 꿈」, 「고래의 노래」 등의 작품들은 산업, 문명과 대비되는 자연, 인간의 대비적인 얼개가 엿보인다.(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작가는 「타임」지가 선정한 2000년 논픽션 부분 최우수 작품인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을 그린 『고래의 복수』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고래를 좋아하고 그 이미지를 즐겨 그린다고 한다.) 집적과 반복은 아마 현대 조각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일 것이다. 대량생산시스템이 만들어낸 넘쳐나는 공산품들은 자연스럽게 존재나 휴머니즘, 사물의 재활, 시각적 재미 등과 연결되는 의미들을 만들어낸다. 현대조각에선 아르망(Armand Pierre Fernandez)이나 토니 크렉(Tony Cragg)등이 대표작가일 것이다. 「불멸의 항해」는 환영효과를 일으키고 그 위에 정체모를 우주선 같기도 하고 건설용 장비 같기도 한 나무 오브제가 겹쳐지면서 집적이 만든 배경 위에 모호한 나무 구조물이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쁜 꿈」과 「고래의 노래」 역시 철 부스러기 정방형 구조물을 기본으로 하되 손발이 사각형 프레임 속에 갇힌 자화상, 해안에 표류하다 죽어가는 고래의 이미지가 철 부스러기 정방형 위에 부유하듯 걸려있다. 전통 조각 형식의 좌대를 해체하고 좌대와 작품을 공간에 띄우면서 한껏 작품을 가볍게 만드는 시각적 효과는 사실, 재료 자체가 철이라는 점과 인간과 고래 표면을 감싼 이미지들이 모두 직접 손으로 반복하여 그린 펜 드로잉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시각적 효과는 배가 된다.
임병진의 작품은 이러한 시각적 효과의 전복에 있다고 보여 진다. 전시는 큐브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거기에 인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재료의 이질적인 선택, 환영적이고 반복적인 펜 드로잉이라는 제작 형식이 오히려 전시의 의미를 증폭시킨다. 큐브, 사각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문화의 영역이든 미술의 영역이든 규격, 인공, 틀이라는 공식을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의 언어는 자칫 동어반복적인 의미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벽면에 그린 사각형의 작은 드로잉 작품들-펜으로 그린 사각형 프레임 안에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거울이 있어 관객을 비추기도 한다.-이나 「판도라」의 경우 역시 이런 일반적이고 반복적 독해의 틀 안에 갇힐 위험이 있다. 오히려 전시장에서 철수되어 작업실에 있던 작품, 침팬지나 오랑우탄을 닮은 인간, 인간도 아니고 유인원도 아닌 조형물인 「1.6%」가 오히려 작가의 유희적 충동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 진다. 몸은 침팬지고 성기는 인간을 닮은, 그래서 시각적으로 불편한 이종 교배적인 창조물이야말로 작가의 유희적 기질이 잘 발현된 작품이라 보인다. 이 작품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전시를 못한 게 아쉽지만 작가의 위트와 희화화의 역량을 이 작품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 ■ 정형탁
Vol.20110128a | 임병진展 / LIMBYOUNGJIN / 林炳振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