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125_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 설날,추석,일요일 휴관
빛갤러리 VIT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82.2.720.2250 Vitgallery.com
여짓껏 수많은 예술가들이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예술적 영감과 영향들을 작업에 담아 내어 왔다. 하지만 삼십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며 삶에 기인한 창작활동을 통해 서로에게 예술적 자극이 되어준 흔치 않은 부부작가가 여기 있다. 바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인물화를 탐구해 온 제프 웨이, 그리고 유년 시절 기억의 양면성에 주목한 캐롤린 오벌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에 반평생 가까이 거주해오며 같은 건물 다른 층에 각각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이들은, 서로 독립된 작품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영감의 원천만은 꾸준히 공유해 왔다. 빛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2인전은 그들이 갖는 첫 해외 전시이자 첫 부부 공동 전시로, 한 예술가 부부의 사회적, 개인적 경험에 기인한 감성을 우리에게 널리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예술과 의식 사이의 관계에 주목해 온 뉴욕 작가 제프 웨이는 다양한 미디엄으로 미국의 사회와 문화상을 보여줘 왔다. 팝아트의 요소가 다분한 엘비스 또는 예수라는 이름의 시리즈에서부터 마스크, 퍼포먼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아크릴 작업에 이르기 까지 형식은 다르지만,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소재는 얼굴이다. 개체의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부위 '얼굴'에 유난히도 천착해온 작가는 작업을 통해 무의식 속 자아를 끊임없이 발견했을 것이다. 웨이가 70년대 중반부터 만들어온 마스크는 초기에 그의 퍼포먼스를 위한 소품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로도 지속된 그의 마스크 작업은 사람의 얼굴 혹은 동물의 모습이 보이는 혼성체로 점차 발전되어 왔다. 이 다양한 표정들은 인디언,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영향을 명백히 반영하면서도, 대범한 보색대비, 권위와 생명력의 상징인 뿔, 그리고 마스크의 뼈대구조로 쓰이는 프라이팬, 밀짚 같은 오브제 등으로 웨이 만의 마스크 형식을 구축해 오고 있다.
얼굴의 변형 및 왜곡의 연구가 엿보이는 그의 드로잉 작업은 기하학적 테두리 안에 이중 각도로 바라본 인물들이 주로 그려져 있다. 작품 「다다마마(Dada Mama)」 라든지 선과 악의 내면적 모순의 대표적 주인공 「지킬 하이드(Jekyll-Hyde)」라는 제목의 판화 작업들은, 그 주제들 역시 웨이의 인물 형식에 그대로 부합한다. 아프리카 조각의 의식용 가면이 큐비즘을 포함한 유럽의 예술 신 Scene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마스크를 만들어오고 샤머니즘에 관심을 가져온 그의 회화 작품에서 큐비즘적인 조형 양식을 발견 할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 얼굴의 형태와 색이 중화된 비교적 최근 그의 시리즈 「그리드 헤드 (Grid Head)」는 격자무늬를 바탕면으로 삼아 눈과 코가 그 결에 따라 떠있는 형상을 갖는다. 회중시계와 같은 프레임 안에는 각기 다른 색조의 격자무늬가 굽어져 있으며, 그 얼굴 이미지를 주변으로 가장 자리를 채우 듯 휘어 감고 있는 천 역시 그리드이다. 얼굴을 중심으로 작업한 그의 예술적 행보를 더듬어 보면, 그의 작업은 점차 재현적인 것을 제거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사적으로 그리드gird는 선투시법을 이용한 일루젼을 이루어 내주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지만, 19세기 이후 환영적 사실주의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면서 사물을 재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실재의 해체적 도구가 되었다. 결국에 모든 표정을 거부, 해체하고 얼굴의 필수적인 기관만 남긴 제프 웨이의 그림은, 회화의 역사 속에서 인지되어 온 그리드와 그 맥을 같이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제프 웨이와는 달리 한층 밝은 색감과 형태의 캐롤린 오벌스트 작품은 나무 부조를 통해 현대인의 삶에 대한 단상을 보여준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법한 이미지들은 드로잉, 오일 페인팅, 콜라주, 바느질 작업 안에서 긍정적으로 구성되기도 했다가 때론 비극으로 끝나기도 한다. 릴리프 페인팅 Relief Painting이라 명하는 최근 작업들에서는 처진 눈썹의 빈티지 인형 캐릭터가 친근하면서도 동정심을 부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앨리스, 광대라는 작품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오벌스트의 작업은 동심을 불어 일으키고 있지만, 동시에 균열을 이루는 형태로 불안감을 가져다준다. 이는 그저 아름답고 완벽하여 간직하고픈 유년시절이 아닌, 두려움과 좌절로 얼룩진 일종의 트라우마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나무를 잘라내고, 색을 칠한 후에, 겹쳐 부착하는 이러한 작업은 빈티지 인형 외에도, 원숭이, 험티덤티 등이 소재로 등장한다. 특히 작품 「카치나(Kachina Spirit)」 는 웨이의 작업에서처럼 원시 부족의 이미지가 보이는데, 카치나는 북미 원주민 호피족에서 영적인 존재를 일컫는 것으로 의례 때의 춤과 분장으로 유명하다. 의례와 의식에 관심을 가져온 한 남편 작가와 그의 동반자의 영향은 이 작품으로 확인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에 근접한 형태로 비현실적 특성을 지닌 '인형'을 주제 삼아, 작가는 장난감을 둘러싼 어린 시절의 정서적 임팩트를 다룬다. 실제크기 보다 큰 곤충들이 바닥에 기어오고 벽 한쪽에 몰려 서 있는 여자아이, 뱀들이 침대 아래 기고 있고 그 위에 누워있는 남자아이 등 얼핏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야릇함도 느껴진다. 화폭 안에서만이 아닌 개별 프레임 역시 흔히 찾을 수 없는 이국적 미디엄이 되어 작품 속 이미지에 기이함을 더 해준다. 일찍이 패션계에 몸을 담아서 인지 장식성이 돋보이는 오벌스트의 작품은 특히 빈티지 벽지에 단추를 바느질 한 시리즈 작업에서 작가의 예술적 배경이 더욱 엿보인다. 유쾌함과 두려움이 넘나드는 그녀의 이미지들은, 마치 우리네 삶처럼 머리속으로 그려온 이상理想이란 위험과 불완전성이 공존한다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우리들의 얼굴은 기하학적으로 해체되기도 하고, 인형 속에 투영되기도 하면서 두 작가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진화해 가는 듯 하다. ■ 권이선
Vol.20110125b | Two Lines of Sight -Jeff Way_Carolyn Obers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