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섬

오숙진_이수경展   2011_0121 ▶ 2011_0421

오숙진_섬들 1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11

2011_0121 ▶ 2011_0130 작가와의 대화 / 2011_0121_금요일_07:00pm   아트스페이스 · 씨 기획초대전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스페이스 · 씨 ARTSPACE · C 제주시 노형동 1295-13번지 Tel. +82.(0)64.745.3693 www.artspacec.com

2011_0412 ▶ 2011_0421 초대일시 / 2011_0412_화요일_06:00pm   이브갤러리 기획초대전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0)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섬'이란 미지수에 다가가는 '오숙진 /이수경 함수'의 궤적을 따라 ● 두 작가가 '섬'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났다. 두 작가가 '섬'이라는 한 점을 향해 모은 시선은 두 개의 눈동자가 고정된 하나의 사물을 향해 모아져 상을 인식하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 두 작가가 서 있는 위치는 수시로 이동되었고 그 때 마다 맺히는 상의 위치도 제 각각이다. '섬'이라는 미지수를 가진 이 두 개의 함수는 가끔씩 교차하기도 하였지만 각기 서로 다른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나아가고 있다.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지금 현재도 지리적․지정학적 의미와 은유로서의 의미를 가진 그 '섬'이란 미지수가 두 작가의 삶의 다양한 경험이라는 함수 속에서 계속 그 값을 달리하고 있다. ■ 아트스페이스 C

오숙진_점점섬 6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1

오숙진과 이수경의『두 개의 섬』은 섬에 관한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섬이란 주제로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밝고 경쾌해 보이는 화면 속에 자신과 주변 상황에 관한 냉소를, 사람들의 놀이와 휴식의 곳에서 현실일수 박에 없는 자신의 삶을 각 자의 작업으로 풀어 나간다. 이번 전시는 섬이란 주제로 삶을 보는 두 작가의 시선이 다르듯 관객 또한 삶의 다른 이면을 느끼고 다른 진실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브갤러리

오숙진_점점섬 8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1

Part Ⅰ어떤 섬 ● 언젠가 TV에서 바다 위의 유목민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작은 배에 가족을 태우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인위적인 경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물 위를 떠다니며 살아가고 있었다. 육지에서 나고 자란 우리의 눈에는 그들의 삶이 위태롭고 불행하게까지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영토라는 추상적인 경계 안에 인간을 예속 시키고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통제하고 싶은 '국가'는 어떻게 해서든 이 물 위의 유목민을 바다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통치 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국가'의 억지스러운 노력을 보면서 측은하게 그들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갈 길을 잃는다. 나 역시도 길들여진 작은 '국가'일 것이다. 물 위를 떠도는 그들은 분명 섬처럼 보였다. 흔히 현대 도시의 삶이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의미에서 인간을 하나의 섬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들은 그런 소외되고 고립된 섬은 아니었다. 육지의 시각에서 보면 섬은 외따로 떨어져 바다에 갇힌 감옥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섬은 사방으로 펼쳐진 바닷길로 세계 어디든 향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인간 역시 육신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정신의 섬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고 듣고 말하는 소통의 길을 통해 세상의 수많은 존재와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바다 위의 유목민, 그들 움직이는 섬은 그렇게 세상을 향해 열린 섬이었다. 그들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오히려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 떠 있는 건 아닐까.

오숙진_섬속섬 07_종이에 과슈_26×46cm_2011

Part Ⅱ 그 섬 ● 섬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이야기는 추상적인 것이었지만 그 다음 이야기는 진짜 섬에 관한 것이다. 열흘 동안 제주시에 머물면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그 곳은 중앙로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이다. 21세기의 실내로는 보이지 않는 이 야릇한 공간에서 누군가는 소중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그 어머니의 추억이 묻어나는 일본식 찬장과 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물건들이 몇몇 남아 나에겐 존재하지도 않는 기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 작업을 위해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갔고,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내가 들어왔다. 장소라는 것은 참으로 특별한 느낌을 준다. 제주라는 섬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섬 속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기억과 추억이라는 섬.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처럼 시간도 켜켜이 쌓여 고스란히 남아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섬 속 또 다른 섬에서 스스로가 섬이 되어 그들을 관찰한다. 먼지를 털어가며 즐거운 '향수'를 느끼던 내가 바깥 섬을 만나면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섬은 소외되고 고립된 곳이라는 육지의 편견이 탐욕을 만나 참 많이도 이 섬을 착취해 왔다. 우연히 제주행 비행기에서 읽은 칼럼에 sweatshop에 대한 글이 있었다. Sweatshop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아동 노동이 난무하는 일종의 '착취공장'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제주도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크고 좋은 것들은 육지에 빼앗기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땅. 그래서 제주는 sweatland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뜨거운 땀으로 얼룩진 땅, 땀만큼이나 짠 눈물로 채워진 땅. 두 번째 섬 시리즈에서는 사적인 장소에서 발견한 개인의 역사에 제주의 역사가 겹쳐지면서 내가 바라보는 그 섬이 나의 그림 위로 떠오른다. 서울로 돌아온 후 제주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가득 채운다. 제주가 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온통 짭조름한 바다냄새에 다시금 sweatland 가 떠오른다. 묘하게 교차하는 그 짠 바다와 또한 짜디 짠 땀냄새 물씬 풍기는 가혹한 수난의 섬, 뒤범벅 된 그 무언가가 한참 동안 내 뱃속에 남았다. ■ 오숙진

이수경_섬 The Is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11
이수경_동양극장 The Oriental Theat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1
이수경_개와 사람 A Man and a Do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73cm_2011

섬으로서, 관광지로서의 제주는 타자성과 주체성이 혼재된 공간이다. 멀리서 보면 섬이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섬임을 인지하기 어려운 인지적 모순 때문이기도 하고, 하나의 거대한 나의 세계가 섬이라는 단어로 한정되는 것이 싫은 감정적 저항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주민으로서 섬에 살면서 보게 되는 것, 갖게 되는 감정들은 훨씬 근거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인구 50만의 도시에 1년에 700만의 외지인이 다녀가는 북새통 속에서도 그 주민들이 겪게 되는 현실은 어쨌든 살아내야 한다는 보편적인 문제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그 모든 아름다운 풍광들이 무심히 흘러가는 현실의 한 장면에 불과할 수 있고, 텅빈 세트장처럼 변한 구도심의 모습이 과거의 기억과 중첩되어 마음 아프게 할 수 있으며, 그 도시를 꾸미는 요란한 장식들이 현실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화를 내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나에게 결국 섬이라는 말의 함의는 오히려 시대를 놓쳐버린 영화관, 사건들이 잊혀진 장소들, 막걸리를 들고 걷는 한 남자의 뒷모습처럼 현실과 소통의 맥을 놓쳐버린 풍경들에서 은유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관광지로서, 낭만적 의미로서의 섬이기보다 현재를 공유하는, 보편적 현실을 공유하는 장소로서의 제주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한 풍경 안에서 사람이 사는, 실존하는 구체적인 장소로서의 제주의 모습이 드러나기를 바랬다. ■ 이수경

Vol.20110121a | 두 개의 섬-오숙진_이수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