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012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인 GALLERY IH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Tel. +82.2.732.4677~8 www.galleryihn.com
인간은 현실을 포용하며 기억에 수정을(치유) 가하지 않고는 미해결된 삶에의 중압감에 의해 오늘을 영위하기 조차 힘들다. 최근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기억제어연구단장) 연구팀이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게제 된 일이 있었다. 이 재구성의 알고리즘은 '경험, 혹은 학습을 하는 경우에 뇌 속의 관련 시냅스들이 굳어지며 기억을 저장한다'는 기존의 연구에 추가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떠올리면서 강화된 시냅스의 상태가 불안정해진 후 다시 굳혀지는 현상을 확인'하였고 이는 기억을 떠올릴 때 데이터를 부호화하며 강화됐던 시냅스가 특수단백질 분해과정(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통해 허물어지고 결국 기억을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는 재구성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큰 의미를 내포하는 발견인데, 왜냐하면 기억은 변형, 조작 되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를 시작으로 논의 되어온(비록 최근은 주체 부정의 견해가 득세하고 있으나) 근대적 주체에 대한 믿음의 논쟁이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다시금 제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석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말할 때 꾸준히 추억(기억)을 언급해왔다. 이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픽션의 공간인 컷만화 풍의 화면을 설정하고(「Comic」 series) 구조적 한계를 지닌 현실적 실제 공간을 캐릭터들(기억의 상징물)과 병치 시키면서 낯선 시공간적 상황을 생성(「Tension」 series) 해간다. 이후, 유년기의 환상 또는 일련의 사건들을 기억해 내는 과정 속에서 완성형으로서의 현실을 기억의 재구성 과정에 병합(「Absorbing」, 「KARMA」 series) 시키는데 이는 마치 앞서 언급한 기억의 재구성 체계와 유사하다. 내적 네러티브와 현실 세계의 충돌 장면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작가의 청소년기와 유학 생활 중 아끼는 것들의 부재를 채워주었을 바느질이라는 행위의 상징성과 그 행위의 대상인 인형들 사이의 관계, 로봇으로 상징되는 외적 세계와의 사건을 단순히 상징의 배치가 아닌 이야기화 시키면서 독특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 서사는 스스로 이야기의 맥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실제가 아닌 공상과 어울릴법한 사태로 진전 되어 나가는등 그에 따른 결론을 열어두고 있는 개방적 상태이다. 새로운 이야기의 개입이 발생한다면 작가는 다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의 벽을 허물 것이다.
미국의 여류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 1970년 『The Bluest Eye』 로 등단 1987년 『Beloved』 를 통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에는 『Jazz』 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Beloved』 는 2006년 『뉴욕타임즈』 지가 전문 소설가와 비평가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 25년 간 출간된 미국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의 소설 『BELOVED, 1987』 의 등장 인물 'Sethe'는 노예농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죽이고(비참한 노예의 삶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은 다시 사로잡힌다. 노예해방 이후 트라우마의 상태로 돌아온 딸의 유령과 대면하며 이면의 무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던 떨쳐내기 힘든 갈등과 마주선다. 동시에 은폐되어있던 삶의 문제들이 그녀의 삶의 표면으로 드러나고 고통스런 기억을 하나하나 재기억(re-memory)(토니 모리슨의 장편소설 『Beloved』 에 등장하는 단어. 재기억(re-memory)은 기억을 강조한 말로서 부단히, 계속 기억하여 치유에 다다른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하는 동시에 이를 일상 속의 서사로 치환하며 치유로 향하는 여정을 걷는다. 이처럼 이야기(storytelling)라는 것은 기표(상징)를 통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강석현 작가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거나, 혹은 스스로 억압하고 감추어 두었던 경험을 표상(이때의 표상은 과거의 것을 재생한다거나 미래의 것을 예견하여, 대상을 심상 위에 그려 내고, 과학적 인식이나 실천 및 예술적 창작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하게 된다. 이로써 미해결된 과거의 추억(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내포한)을 완결지음과 동시에 해소시킨다. 작가는 스스로 이번 전시의 부제인 'Storyteller'가 되어 자신을 향한 임상실험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이야기 방식은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정신분석학(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하는 무의식과 방어기제, 그리고 욕망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 신프로이트 학파는 프로이트의 뒤를 이으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리비도'등의 남성중심적이며 과도하게 성욕에 치중된 해석을 사회학적 방식으로 재해석, 이를 수정 보완 발전 시킨다. 라캉은 치료 가능한 대상으로서의 주체 자체를 부정하며 불확정성을 지닌 감정의 상태를 의식구조 상에 서사화 시키는 무의식의 구체화를 통한 심리 치료 방법을 언급한다. 현재 정신분석학은 인지심리학에 비해 그 위상이 쇠퇴하였으나 여전히 그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심리학의 시초 격 학문이다. 장기간의 치료와 그에 따른 비용, 그리고 과학적 데이터의 부실에도 불구하고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하여 과학적 심리치료로써는 사양길을 걷고 있으나 심리치료의 근본 원류로서 역사와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심리학과의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의 치료 요법의 방식과도 그 궤를 같이 하는 듯 보이나 기존의 학설과 아귀를 맞추고 동일시 하기보다는 '스스로 하나의 설정된 치유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겠다. 작가는 애초에 정신분석을 작업에 응용한 전례가 없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작품과 함께 조각 작업 그리고 작가가 새로이 시도하는 영상 작품이 전시 된다. 어렵지 않게 그 속내를 내어 비치는 「Masked」, 「Un-masked」 라는 귀여운 회화 시리즈와 관람자가 소지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접목시켜 관객 자신의 이야기 스피커 역할을 하는 조각 작품 또한 전시될 예정이다. 작가가 등장시키는 캐릭터들은 전시를 거듭하며 그 종류와 역할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는 약 16 종류의 캐릭터가 탄생 되어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개별로도 존재하고 끊임 없이 이종교배, 접합, 절단, 변질을 일으키며 증식 중이며 이는 기억이 현실과 조응하며 재기억 하는 과정을 증거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마주침이라는 응시의 대화를 통한 치료를 간절히 기대하는 강석현 작가의 봉제 인형들은 시공간 너머 어딘가에, 혹은 무의식의 기저. 아니 이 캔버스 위에서 '이야기 되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 방윤호
Vol.20110120b | 강석현展 / Eddie Kang / 姜錫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