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_0114 ▶ 2011_0125 초대일시 / 2011_0114_금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1_0122_토요일_03:00pm 사진+사진설치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2.725.2930 www.gallery-now.com
2011_0114 ▶ 2011_0213 초대일시 / 2011_0114_금요일_08:00pm 오프닝 퍼포먼스 / 안데스 「의복과 생활」 작가와의 대화 / 2011_0205_토요일_04:00pm 비디오 클립+사진설치 관람시간 / 11:30am~10:00pm / 월요일 휴관
꿀 GGOOLL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31번지 Tel. 070.4127.6468 www.choijeonghwa.com
이 사진전의 사진과 비디오클립들은 모두 내 호주머니 속의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8-9년 전부터 나는 소형 디카를 쓰기 시작했는데 최근 4-5년 전부터는 꽤 많은 양의 사진을 매일 찍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아 다시 보고 즐기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거의 중독적인 수준이다. 처음엔 소니 사이버샷으로 시작했는데 분실하거나 고장 낸 덕분에(카메라가 내 손에 들어오면 몸살을 않는다. 파싹 부서지기도 하고... ) 지금은 같은 기종의 세 번째 업그레이드된 것(DSC-T30)을 쓰고 있고, 4년 전부터는 여기에 파나소닉의 루믹스(DMC-FT1)를 추가해 쓰고 있다. 작년 4월에는 다시 캐논의 익서스(IXUS 130)가 추가되었다. 뒤의 것 두 가지로는 HD급 동화상이 찍하는데 최근에는 동화상을 자주 찍는다. 이렇게 세 가지 디카를 호주머니와 손가방에 넣고 다니며 번갈아 쓰고 있다. 메모리는 2기가 짜리 두개, 4기가 짜리 두개, 16기가 짜리 하나를 넣고 쓴다. 찍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아무 거나 다 찍는다'주의이다. 디카는 전방위적이고 난반사적인 내 시선의 스캐너이자 녹음기이고 내 감정과 생각의 기록장치이자 24 시간 일상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라고도 할 수 있다.
디카와 친해진 지난 10년은 내가 컴퓨터에 점차 익숙해진 시기와 완전히 일치한다. 디카와 컴퓨터는 나에게 한 몸이고 한 의미이다. 그렇게 그 둘은 24시간 나와 몸을 부딪치며 살과 정신을 함께 섞고 사는 동반자가 됐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것들은 내 삶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곧 나와 세상사이의 통로이고 나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그 무엇이 되었다. 일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휴식의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에게 중요하다. 컴퓨터는 내 책상머리 사진 작업장이자 갤러리다. 사진을 보고 폴더를 분류해 저장하고(날짜별 주제별 등) 다시 꺼내보고 ACDSeePro 프로그램 등으로 조물딱 거리기도 한다. 맘에 드는 사진은 바탕화면으로 깔아놓고 '전시'를 한다. 내 일부 사진 작업에 컴퓨터나 휴대용 전자기기의 모니터 프레임 같은 프레임이 둘러져 있고 화면 위에 아이콘들까지 떠 있는 사진들이 있다. 이것들은 작년에 두 그룹전(『혜화동 화실』전, 『현실과 발언』전)에 출품한 것들로서 바로 이 같은 나의 사진의 사용방식 혹은 즐김의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인터넷 상에서 보는 하이퍼미디어 방식에 의한 다양한 프레임들의 공존과 연속도 나에겐 흥미로운 관심거리이다. 나는 벽에 거는 액자라는 고전적 액자 방식으로부터 지금 이렇게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 방식에 이르는 프레임 개념의 변화가 우리의 시각적 인지방식의 매우 흥미 있는 변화로서 주목거리가 된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또한 내가 찍은 사진만이 아니라 신문의 사진이나 기사, 그리고 방금 말한 인터넷 상의 이미지나 텍스트도 자주 갈무리해두거나 전체 혹은 분할 스캐닝했다가 작업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다 모여 나의 사진 아카이브를 이룬다. 아카이브라고 하니 좀 거창한 표현인데 실제로 이번에 사진전을 준비하며 느낀 것인데 분량의 방대함과 다양성, 그 지속성과 축적만으로도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책을 세워야 하는 필요성의 개념틀로도 아카이브라는 말은 적절한 말인 것 같다. 이번 전시의 소중한 소득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을 깨닫게 해 준 점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의 사진의 주류미학이라 할 수 있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시각 스펙터클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사진의 사용적 맥락에 보다 더 관심이 있다. 사진은 나에게 여러 의미가 있는데 특히 여러 행동, 혹은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나 자신의 행동, 나 자신의 시간 말이다. 이 전시타이틀을 "사진은 나에게"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곧 "사진은 나에게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의 삶과 그 공간, 가족, 인간관계, 사회, 시간 등 여러 가지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그 물음을 갖게 된 것 역시 이 전시 준비과정에서 내가 얻은 뜻밖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전시준비 초기엔 생각 못한 일이다. 그 당시에는 회화적 효과로서의 사진 곧 아티스트로서의 사진의 매혹에 좀 더 기울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찍은 그대로의 사진에 더 끌린다. 또한 앨범처럼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얘기, 주변의 일상을 찍은 사진들이 뿜어내는 평범하나 진실하고 짙은, 로컬한 그 무엇에 나는 점점 더 이끌리게 되었다. 아마추어 사진의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할까.
최근 나는 사진이 시각보다는 시간에 더 관계된 것이고 존재론에 더 관계된 무엇이라고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어쩌면 디카를 통해서 영화를 재발견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사진전 준비로 지난 시간의 사진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며(아직 그 이십분의 일 정도 밖에 못 보았는데) 작업 메모를 하다가 사진 찍기에 관련된 나의 거의 임상적 수준의 집착이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그런 와중에 머리가 번쩍하는 순간이 있었다. 매우 정확한 비유가 떠올랐고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는 프랑스 만화가 레제르(Reiser)의 만화다. 그중 하나는 반항적이고 성격이 강한 "빨간 귀"란 만화 속 주인공 소년의 이야기이고 (포르노잡지를 보며 마스터베이션 하다가 들킨 소년이 귀싸대기를 맞는 이야기. 부모가 찢어버려 휴지통에 버린 그 잡지를 몰래 다시 주워다가 스카치테이프로 이어붙이고, 이렇게 이어붙이고 들키고 뺐기고 붙이고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그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스카치테이프로 덮인 너덜너덜한 그것마저 이번엔 부모가 아예 불태워 없앤다. 그러자 망연해진 그 소년이 책상 위에 스카치테이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이번에는 그 스카치테이프를 바라보며 용두질하기 시작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 아빠"라는 만화 속에 있는 노인의 틀니 얘기다. 한 노인이 한밤중 자야할 시간에 자지 않고 침대머리 물 컵 속의 틀니를 꺼내 입안에 넣어보기도 하고 빼보기도 하고 그래서 볼을 홀쪽하게 만들고 반대로 볼록하게도 만들어 보는 등 이리저리 그야말로 '해찰'을 한다(한눈팔거나 쓸모없는 짓하는 것을 '해찰한다'라고 한다). 그러다가 옆자리의 잠이 깬 마누라에게 "그 멍청한 짓으로 웃기는 대신 잠이나 자요! 이 영감탱아"라고 야단맞고 머쓱해져서 다시 잠자리에 드는 노인 이야기 말이다. 나에게 디카는 이 '불량소년'의 스카치테이프와 잘 시간에 잠 안자며 해찰하는 노인의 틀니와도 같은 것이다. 아니면 눈 온 날 내리는 눈을 보며 즐거워 이리저리 뛰는 개와 같은 것이다. 나의 동갑내기 친구인 프랑스의 미디어 아티스트 미셸 자프르누가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 유희가 아니라면 나는 벌써 예술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나에게 디카가 바로 그런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Chance Operation'을 하는 것, 유동성과 우연 속으로, 알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말이다. ■ 성완경
Vol.20110116c | 성완경展 / SUNGWANKYUNG / 成完慶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