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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아카 스페이스AKA SPACE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1층 Tel. +82.2.739.4311 www.misoolsidae.co.kr
매일 마주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인생의 '양면'들이 작업의 주제로 다가온 것이 우연인 듯 했으나 어쩌면 이것이 '필연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게는 평생을 끊임없이 들이쉬고 내뱉는 들숨과 날숨처럼 혹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안과 밖 그리고 기쁨-슬픔, 좋음-나쁨과 같은 감정의 굴곡등과 같이 서로 대립하는 것들 사이를 오고 가며 인생을 채워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삶 속에서 한 면만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연꽃이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아래에는 시커멓고 더러운 뿌리가 엉켜 함께 공존함을 알고 있다. 그러한 뿌리 없이는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항상 연꽃의 아름다움만을 기억하게 된다. 이렇게 삶 속에서도 밝고 행복하고 좋은 면들만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희망을 쫓으며 달리다가 좌절하고 또 일어서듯 '삶의 양면'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양면의 반복을 통해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끝에 얻어낸 답이 바로 '에너지'이다.
찬 기류와 더운 기류가 만나 공기의 흐름, 즉 에너지를 만들어내듯이 우리 삶도 수 많은 양면들 사이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들로 채워져 있다.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내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인 숨, 낮과 밤이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하루, 희망을 바라보며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 등등 우리의 삶 속에서 존재하는 무수한 양면들, 그리고 이들 사이를 오고 가며 생겨나는 에너지들이 만들어내는 생명이라는 것과 반대편 미지의 세계인 죽음. 그 밖에도 영원 VS 순간, 음 VS 양, 유 VS 무 등등 작은 양면 에너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더 큰 단위의 양면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 요소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결국 하나됨을 깨닫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을 조금 더 우리의 삶 속에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디자인한 조명과 소파에서는 현란하게 반짝이는 금속과 단색인 무거운 검정의 대비를 통해 이러한 양면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삶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금속의 불규칙한 패턴 속에 담고자 하였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고요, 평온, 무한의 의미를 검정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이 삶의 양면을 한 장의 철판으로 만듦으로써 물질적 대조(contrast)와 함께 형태적 무한성(infinity)을 동시에 담고자 하였다. 이밖에 탑, 연꽃, 난초, 원앙 등 자연에서 찾아낸 동양적인 주제를 그것이 가진 간결한 선과 볼륨으로 형상화하여 슬립 케스팅(slip casting)이라는 서구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우리를 품고 있는 자연 속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을 찾고 그것들을 이루는 빛과 선 그리고 형태를 통해 디자인을 함으로써 쓰임의 기능과 함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사용하는 이에게 의미를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박아련
Vol.20110112d | 박아련展 / PARKARYUN / 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