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1_010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번지 Tel. 070.7723.0584 space15th.org
빛과 리플렉션 ● 치열한 경쟁과 억압 속 현대인들은 마치 쇼윈도에 내걸린 마네킹처럼 세상의 벽에 갇혀 자유로이 숨 쉴 공간을 잃어버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 애쓰는 그런 삶. 때로는 그 견고한 세상의 벽이 허물어지기를 바라지만, 오랜 시간 사회 속에서 학습된 이성(理性)과 관습은 우리의 탈출 시도를 무력화시킨다. ●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하던 어느 가을의 끝자락이었나, 반복되는 일상에 푸념하다 카메라를 들고 홀로 길을 나섰다. 터벅터벅 길을 걷다 쇼윈도에 비친 나의 모습. 그 때 그 빛은 나 자신을 낯 설은 타인처럼 외롭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를 타자(他者)처럼 느끼게 했던 그 '빛' ● '빛'은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를 쫓아다니며 잊고 지내던 자아를 깨우쳐준다. 소외된 이에게는 따사로운 비춤으로, 자만한 이에게는 반성의 거울로써 자아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 모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기에 나는 빛이 만들어내는 존재들의 평등한 아름다움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세상의 벽과 나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 화려하고 웅장한 고급 아파트 외벽에 비친 앙상하고 외로운 가시나무들/ 화려한 명성으로 뭇사람들의 탐욕을 기다리는 쇼윈도 속 명품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던 구석진 유리창 앞에서 숨죽이고 있던 오색빛깔 신문 통/ 그늘진 곳 소박하게 핀 들꽃들을 비추던 작지만 따뜻했던 태양 빛/ 그리고 스산한 늦가을 거리에 내린 평화로운 빛 그림자까지 이들은 서로가 스며들듯 말듯 유리벽과 물 위 혹은 그림자로 떠다니다 서로 마주하고(반영), 엉키고 왜곡되며(굴절), 가려지다가(그림자), 하나의 아름다운 이미지로 다시 탄생한다(화합). ● 빛과 리플렉션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듯, 이상과 이성의 충돌 또한 우리의 삶 속에서 피할 수 없이 반복되는 실험이다. 유리 벽 너머, 자유의 공간에서 ■ 김지연
Vol.20110107b | 김지연展 / KIMJIYEON / 金知娟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