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1_0105_수요일_05:00pm
2011 Shinhan Young Artist Festa
프로그램 미술체험_2010_0113_목요일_03:00pm_『아트북 만들기』 런치토크_2010_0114_금요일_12:00pm 참가신청 www.shinhanmuseum.co.kr에서 행사 프로그램 신청하기 버튼 클릭 모든 프로그램 참가비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SHINHAN MUSEUM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82.2.722.8493 www.shinhanmuseum.co.kr
감각을 폭로하는, 회화의 지층 ● 김선휘가 '폭력의 놀이'라 칭한 일련의 시리즈는 한 장의 사진을 2008년부터 3년간 10점이 넘는 회화 및 드로잉으로 연구한 것이다. 최근작인 '보이지 않는 적-삼면화'를 제외하고는 '폭력의 놀이' 시리즈가 본 전시의 중심된 주제이다. 우연히 발견된 낡은 가족사진 한 장으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이렇게 집요하고도 열렬히 한 이미지를 탐색한 연유는 무엇일까. 본 작업의 시작점에서 작가는 오래된 가족사진을 조우한 순간에 대해, '나를 찌르며, 낯설음에 도취, 몽환에 빠지게 한 일종의 푼크툼'이라 회상한다. 이미지를 뚫고 자신을 관통했던 우연적 순간으로부터 그 본질에 접근해나가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다시 던지는 질문 한 가지. 이렇게 한 장의 이미지를 여러 번 반복, 변이시키면서 작가는 무엇을 재현하고자 하는가? 이는 동시대 회화,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재현적, 설명적 상황으로부터 묻는 것이다. '폭력의 놀이' 진행 과정을 1번부터 10번까지 보노라면, 동시대 회화의 지배적 경향과 상관없이, 뚜렷한 재현의 대상이나 내러티브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초반부의 작업에서는, 회화의 형식적 측면에 주목하여 변이된다. 모눈종이 위에 연필로 세밀히 분석된 1번, 장지 위에 흑백의 명암을 두며 화면을 조절해본 2번, 흐릿한 이미지로 그려낸 3-1번, 하나의 프레임을 네 개의 패널로 분할해 본 4번 등 재료, 기법 등 형식적 실험들이 시도된다. 이렇게 표면의 이미지를 분해, 변이하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본 작업은 이미지의 표면 그 자체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진입한다. 6번의 작업에서는, 화면 위에 입혀진 채도 높은 물감의 터치들과 검은 얼룩을 통해 재현된 표면을 파열시키며 자기 환영을 개입시킨다. 화면에 어른거리는 환영과 얼룩은, 화가의 응시가 개입된 징표이다. 이를 시작으로 7-3번은 인물에 내재된 죽음의 이미지를 분석하며, 8번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무의식적 단상들을 폭발적으로 펼쳐낸다. 10m가량 되는 롤지에 형식적 구애 없이 자유 연상적으로 펼쳐진 이미지에서는 본능적이고도 원초적 단상들이 파편적으로 드러난다. 본 드로잉을 바탕으로 9-2번에서 이르러서야 최초의 이미지는 새로운 지층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이글거리듯 활짝 피어난 꽃과 검고 푸른 웅덩이가 시각을 자극하는 본 작품은 원초적이고도 관능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한편, 또 다른 9-2번에서는 에로스와 한 쌍인 타나토스적 심상, 즉 죽음의 본능에 접근하고 있다. 이리하여, 본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10번에서는 생과 사를 동시적으로 다루듯 타오르는 그리고 추락하는 기운들로 형성된 풍경이 완성된다.
오로지 낡은 유년시절의 가족사진 한 장으로부터 비롯한 본 작업은 무엇을 재현하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재현된 상(相)을 파괴하여 그 이면에 내재된 다른 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재를 밝히는 일련의 과정은, 재현으로 인한 닫힌 층을 파괴하고, 그리기를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층을 유희한다. 본 전시 제목이자 일련의 작품을 칭하는 '폭력의 놀이'는,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회화의 지층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접근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렇게 재현된 상을 깨부수고 그 안에 닫힌 상을 밝히려는 과정은, 작가에게 폭력성을 감지케 하였으며, 화가로서의 유희적 측면을 일깨워주기도 하였다. 여기서의 폭력성이란, 말 그대로인 타자에게 가하는 폭력성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감각에 내재된 폭력성과 가깝다.
'폭력의 놀이'에서 탐구하여 작가가 도출한 결론은, 최근작인 '보이지 않는 적-삼면화'라 할 수 있다. 추락하는 신체의 이미지를 세 개의 화면을 통해 해석하고 있는 본 작업은 신체 위에 작용하는 힘을 거칠고도 강렬한 감흥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표면의 장막을 서서히 깨부수며 내면의 목소리에 다가간 근작에서 드러난 상은 발광하는 원색조이며, 형체보다는 붓의 궤적으로 어떠한 상을 이뤄낸다. '손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신체의 궤적을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였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회화는 질료와 이미지 사이를 다룬다. 회화의 표면에 입혀진 환영보다는, 이를 겹겹이 벗기어내어 안에 잠재된 감각의 지층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회화는 작가의 내적 기질과 감정을 투사하는 표현주의적 경향을 연상케 한다. 또한 반 고흐의 정렬적인 색의 광도, 폴 고갱의 원시주의에 대한 예찬, 베이컨의 노출된 살점들, 뭉크의 절망스런 외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위 화가들을 굳이 한데 묶어본다면, 사물에 잠재된 비가시적 힘들을 노출하고 있는 특징을 들 수 있다. 작가는 신체의 감각으로 질료를 다루는 화가로서, 붓질을 통해 다양한 감각의 지층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표면의 환영이 갖는 가상적 실재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통한 리얼리티에 더 '실재적'인 의미를 두어, 밝히는 회화의 존재 방식이다. ■ 심소미
Vol.20110105a | 김선휘展 / KIMSUNHWEE / 金善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