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229_수요일_07:00pm
참여작가_김종희_김형철_노민경_윤동희_이소진_장윤희_정재훈_정한교_채민아
기획_황현호 다큐제작_황영
주최_대구미술협회 후원_대구광역시
작은공간 이소 대구시 남구 대명3동 1891-3번지 B1 Tel. +82.10.2232.4674 cafe.naver.com/withiso
폐허의 감성 ● 저탄장은 탄을 저장하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다하고 건축자재를 쌓아놓거나 폐허가 되어버린 장소이다. 『폐허의 감성』展 은 시대와 세상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온 저탄장이라는 장소의 맥락과 감성을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어떤 작용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시도, 실험을 담고 있다.
전시준비 과정에서 기획자의 미흡함으로 공간협의에 문제가 생겨 결국 일정과 장소, 전시기획 방향 등이 변경되었고, 지금의 형태로 전시가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저탄장이라는 공간을 전시장소로 정할 때부터 준비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며, 여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탄장이라는 공간을 전시장소로 끌고 간 것은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매력 혹은 힘, 가능성들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만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가능성들이 기존의 기능이 퇴색되거나 버려진 공간을 문화, 예술적인 측면의 기능으로 변형시키려는 욕망의 형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외되고 사라질 공간을 우리 스스로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자하는 나름 순수하고 감성적인 시도일 것이며, 전시라는 결과 이외에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고민과 논의자체가 더 중요한 가능성일 것이다.
작품을 생산하고, 그 작품을 전시하고, 그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우리가 과연 이야기를 던지기 위한 것인지, 우리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전시장은 미술계 및 어떤 구조 안에서의 여타 욕망들을 떼어내고 생각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속에는 미술계의 권력이 있고, 힘이 있고, 전략이 있다. 그러한 욕망들은 예술가 또는 작품이 던지는 이야기와 메시지에서 진심과 감성을 갉아먹는다. 또한 '미술전시', '전시장', '미술작품'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거리를 만들고 있으며, 삶 속에서 작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즉 전시, 작품이라는 것은 결국 '예술가의 의도'로 밖에, '품'이라는 물질로 밖에, 미술 안에서의 '좋은 작품' 혹은 '나쁜 작품'이라는 인정의 문제로 밖에 인식되지 못한다.
저탄장이라는 사라져가는 공간은 보다 순수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이야기와 메시지 자체에 집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폐허라는 어떤 구조 안에서의 욕망이 개입되지 않는 공간, '전시장'이라는 동떨어진 설정이 없는 실제 장소, 이 공간이 주는 생소함과 긴장감이 주는 집중력, 어떠한 작품이 놓였을 때 '품'으로써의 물질적인 인식이나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경험으로 만들어버리는 공간의 힘,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진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관계가 없는, 나름 순수한 공간이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공간에서 전시라는 형태의 미술행위를 함으로써 공간의 순수함을 갉아먹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미술이라는 이름의 욕망으로 이 공간을 변형시키고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면 공간이 갖는 감성과 순수함, 힘을 바탕으로, 혹은 이용하여 어떠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던질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혹여나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저탄장이라는 공간에서의 미술행위는 습관적이고 관례적인 형태를 떠나 실험과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습관적이었기 때문에 인식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와 관계, 상황, 구조들을 드러내고 고민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전시준비 과정에서 공간협의가 불발되었고, 저탄장이라는 공간 자체에 집중했었던 처음의 의도는 힘을 잃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일정과 전시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이 문제를 한계가 아니라 하나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그 상황자체를 전시내용으로 끌어들여서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저탄장이란 소재를 계속 이용해 그 곳에서 미술행위를 하고, 그 미술행위를 자료로 전시하되, 전시장소가 저탄장에서 전시장으로 변경되면서 발생하는 작품의 변화와 작품 속 이야기의 변화, 기획의 변화, 전시과정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트러블, 에피소드 자체를 전시내용으로 끌어들여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 또한 발생한 사건(?)과 문제는 '전시'라는 테두리 밖의 엮여있는 상황들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전시성격이 약간의 실험성과 도발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 기성 미술단체가 주최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시의 지원금을 받는 상황 사이에서 불거진 문제는 단순히 전시를 저탄장에서 못하는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상황 자체는 미술, 전시, 미술단체, 지원금 사이에 엮여있는 관계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탄장이라는 실제 장소와 그 곳에서의 실제 체험을 끌고 갈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전시과정에서 겪었던 실제 사건과 문제들을 가져갈 수는 있었다.
저탄장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전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 처음의 고민이었다면, 전시공간이 변경된 후에는 전시장의 한계를 전시장 안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저탄장에서 느꼈던 방치된 공간, 폐허의 느낌을 전시장에서 연출해보는 것이었고, 그것은 단순히 저탄장을 모방한 연출이 아니라 전시장 자체가 방치된 공간처럼 연출함으로써, 전시장에 있는 작품과 자료들을 폐허 속에서 하나의 흔적처럼 경험할 수 있게 해보자는 시도였다. ● 이번 『 폐허의 감성』展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시도의 연속이었고, 그래서 문제의 연속이기도 했다.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전시가 참여 작가에게 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에게도 어떤 의미로, 어떤 이야기로 남겨지길 바란다. ■ 작은공간 이소
Vol.20101229a | 폐허의 감성-2010 대구미술광장창작스튜디오 협력큐레이터 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