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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우수예술창작발표활동 선정사업
관람시간 / 11:00am~12:00pm / 일요일 휴관
플래툰 쿤스트할레_PLATOON KUNSTHALLE 서울 강남구 논현동 97-22번지 Tel. +82.2.3447.1191~7 www.kunsthalle.com
추민해의 "인지과학연구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마음에 대한 탐험'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정신계의 심연을 엿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도 할 것이다. 작가는 '정신분열증' 환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하나의 매트릭스로 구성함으로써 자신의 미션에 접근하고 있다. 또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러한 노력을 스스로 인지과학이라 표방하였고, 그 실천의 장으로서,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뇌(腦), 즉 약간 '고장난 뇌'가 선택되었다고 생각된다. ● 인간의 내면, 마음 혹은 의식은 역사시대 이래의 종교, 철학, 과학, 예술이 공통적으로 설명, 탐구 혹은 이해하고자 노력했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불가해(不可解)한 영역으로 남아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기술혁명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될 영역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에 자신의 아바타를 사용하거나 자아(自我)를 발명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디자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바타의 뇌에는 예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자율적인 자아가 아니라, 다양한 기제들(agents) 사이에서 일종의 합성된 위상(hybrid topos)으로 출현한 자아가 깃들게 될 것이다. 추민해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작품 「신경망 아키텍쳐」(2005)은 어떤 연결망이 신체를 감싸고 있는 '마음의 풍경'으로 이해되는데, 이처럼 이 작가가 가시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뉴런들의 발달과 네트워크 사이에서 출현하는 유동적인 것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 뇌는 인간의 모든 정보활동의 중앙처리장치이자 사령탑이다. 요즘 시대에는 곧잘 컴퓨터에 비유되기도 하는 데, 아마도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다양한 메카니즘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정신분열증환자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도 작가 혹은 관객의 뇌(腦)다. 말하자면 '보통의 뇌'가 '고장난 뇌'를 들여다보는 셈인데, 사실 뇌가 뇌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뇌에는 보통 예측과 통제를 위한 각종 기제가 잘 조직되어있어, 그것을 헤치고 내부를 들여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장난 뇌'에서라면 그 틈이 벌어지고 그래서 '마음의 심연'을 볼 기회가 열린다. 이것이 바로 이 예술가가 선택한 전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역사상 많은 천재, 발명가, 예술가들의 뇌도 통상 고장난 것으로 간주된 적이 있음도 반추해 볼 일이다. ● 필자는 여기서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가 간질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수단으로서 선택했던 '좌우뇌분리'에서 그 유명한 '좌뇌/우뇌론'이 시작되었던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즉 치료를 위해 뇌를 임시적으로 고장낸 덕택에, 그때까지 하나의 통합체로 여겨졌던 뇌활동이 사실은 다른 구성요소들의 통합이며, 좌우의 뇌는 각각 다른 활동을 한다는 실상을 깨닫게 된 것이다. ● 예를 들면 뇌는 하나의 극장과 같은 공간이다. 그 무대에서는 잘 정돈된 배경 앞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고장난 무대라면 커튼이 엉뚱하게 열리고 관객이 그 사이로 배우들이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을 보게 되거나, 극중 인물의 전혀 다른 모습, 나아가서는 무대의 앞과 뒤가 바뀌는 카오스적 상황을 목도할 수도 있다. 여기에 짜증을 내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그것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고의로 이 '무대'의 앞뒤를 헝클어버리고 뇌의 안쪽, 말하자면 이성과 정서의 깊숙한 곳까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뇌의 법칙인 예측과 통제가 아니라, 신체, 유전자 혹은 생(生)의 더 깊숙한 심연과의 네트워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보통의 뇌가 보기엔 이것이 생면부지의 영역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밟아보지 못했던 진정한 '자연'의 일부일 수도 있다. ● 전시장의 컴퓨터 앞에서 관객은 '첫사랑', '간판 닦기', '경찰서', '삼각김밥' ... 등 30개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연상한 단어 중에서 하나를 타이핑하면, 미리 링크된 페이지로 인도된다. 관객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논리, 연상 혹은 인과관계를 초월한 것이다. 특히 '엄마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식의 식인문화와 관련된 문장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이 인간의 뇌에 대뇌신피질이 발달하기 이전시대의, 매우 오래된 뇌에 각인된 기제의 영향인지, 문명화된 뇌의 OS 프로그램의 시스템에러인지, 기억과 연상 프로세스상의 부분적인 방전(放電)의 결과인지 이 방면에 문외한인 필자로선 설명할 길이 없다. ●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감상하는 즐거움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기에 예술과 과학의 공유영역이 넓은 점이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마음의 심연 혹은 원초적 풍경의 한 자락임에 반해,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임상의학, 혹은 뇌과학연구를 위한 하나의 사례로, 혹은 '전체상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임의로 연상단어 중 하나를 택하고 준비된 이야기로 인도되는 방식을 취한, 하나의 비선형적이며 상호작용적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아마도 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인간 뿐 아니라 인공생명 혹은 아바타의 전자감각적 지각이나 인공지능 혹은 마음의 자발적 생성과 창발을 리드하는 시스템으로의 진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것이 상호작용적 소통을 표방한 많은 전시에서처럼 단순한 스펙터클 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뿌리=원풍경(原風景)에까지 닿을 수 있는 소통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원곤
Vol.20101225c | 추민해展 / CHOOMINHE / 秋旻海 / interactive media.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