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216_목요일_06:00pm
2010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개관기념展 기억 깨우기 시리즈 Ⅰ_정병국 · Ⅱ_김호득 · Ⅲ_이명미 · Ⅳ_류재하
주최_봉산문화회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Tel. +82.53.661.3081~2 www.bongsanart.org
기억 깨우기Ⅳ 『류재하』展 ● '기억 깨우기'는 그리움에 관한 기명記銘, 보유, 연상聯想, 상상의 과정과 그 재생이다. 예술이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깨우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지역의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의 실천을 통하여 지역 집단에 재인再認된다.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의 개관기념 전시 '기억 깨우기'는 무수한'생'의 사건이 축적된 삶의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예술을 통하여 기억하려는 시도이다. 대구미술과 지역의 정체성, 장소성의 가치를 나눌 이 전시는 9월부터 개인전시리즈로 진행하여 왔으며, 정병국, 김호득, 이명미, 류재하 작가의 순서로 이어지고 있다.
『기억 깨우기Ⅳ「류재하」展』은 그 네 번째 전시이다. 회화적 영상과 미디어 디스플레이 설치미술을 선보여온 류 재하 작가는 동시대의 아름다움에 관한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과 욕망을 탐구하고 이를 전승된 美와의 관계 속에서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LED디스플레이를 소재로 '미디어 조각media-sculpture' 개념을 구축하여 동시대 미술의 지평을 확장해 가고 있다. 작가의 최근 작업은 조형의 기본단위인 점과 선, 면에 직접 자체 빛이 발광하면서 영상 조형의 '입체'화와 관객의 몰입 환경에 관한 다양한 설계를 실험한다. 그는 과학 지식의 성과와 지향, 본질을 꿰뚫는 예술적 감성의 동반을 조율하여 어떤 '실체'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또한 그동안의 작업에서 미디어와 결합하였던 철, 나무, 돌 등, 기억이 내재된 자연 물성의 재료와 함께 자주 등장한 근대의 사진, 문자, 문양의 전통 이미지, 우주에 관한 전승의 상징이미지로 표출에서 존재의 소통과 관련된 '실체의 기억'을 자신의 작업 주제로 제안하고 있다. G20정상회담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던 '미디어 첨성대'도 이러한 '실체'를 기억하려는 표현의 극대화와 같은 맥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 작업의 형태는 얼굴을 연상시킨다. 주로 전광판 재료로 사용하는 LED디스플레이 재료를 모듈별로 분리하여 5미터 높이 천장에서 늘어뜨리면서 전후좌우 부정형의 입체를 만드는 설계는 '기발하다'를 넘어서 경악스럽다. 가로세로 입방체의 모듈 사이로 전원과 영상을 연결시키는 전선과 와이어, 발광다이오드에 표출되는 가로2미터 세로4미터 두께1m규모의 다양한 영상은 감동의 신비를 연출한다. 이것은 자생력, 일종의 생명력이 있는 실체를 표현하려는 작가 작업 '시리즈'의 일부이다. '미디어sky', G20정상회담장소의 '미디어 첨성대', 봉산문화회관의 '얼굴', 포항시립미술관전시, 또 다른 장소(섭외 中)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 작업의 특징은 정형화된 구조에서 점차 부정형의 유기적 형태로 변화하는 '자율적 입체'를 지향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는 평면회화의 다차원적 확장이다. 회화는 스스로의 조절능력이 없이 외부 빛의 반사와 굴절에 의해서만 볼 수 있고, 평면이며, 정적이었지만, 이 '시리즈' 작업에서는 동적이고, 조절능력을 가진 발광체이며 입체로의 확장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표현확장의 특징들이 실체의 생동감과 감동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특징은 대중과 소통의 문제이다. 작가는 예술 또는 예술가들의 집단성과 개별적 폐쇄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작가는 대중적인 외부의 공공 공간으로 작업영역을 확대하여 규모의 대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첨단매체의 자극적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변조하여 대중의 관심과 의견에 애정을 기울인다. ● 작가는 첨단기술을 곁들인 창작과정을 즐기는 듯하다. 가치 있는 기억들을 그리며 노는 것, 그리고 기억 속의 영상이미지는 그 결과를 담는 물질 존재와 공존시킨다. 조금 투박하고 미묘한 것은 별게 아니라는 듯이 의도하지만 실제로는 병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정교하다. 찬란함과 우울의 기억을 끄집어내듯이 각각의 다이오드 램프는 다양한 색상과 무채색의 감성들을 그려낸다. 이미지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이는 우리 생명체의 신경과 핏줄처럼 보이며 실체의 작동원리로 짐작되기도 한다. 단절과 소통의 동시성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인자들이 각각 독립되어있으면서 서로 연결되어 단절과 소통을 진행하며 지속하고 생존하는 방식, 세계의 숨은 비밀처럼 보인다. 작가의 기억으로부터 그려졌을 이 특정 세계의 이미지는 작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우리문화의 상징일 수 있다. 그리고 상반되듯이 느껴지는 '전승과 동시대성', '실체를 표현하려는 가상의 몰입 설정'등에서와 같은 시각예술의 힘과 전율의 체험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하여 실체에 관한 집단의 기억을 깨우려는 예술가의 지혜일 것이다. ● 대구의 가치-기억 깨우기가 가능한가? 다시 생각하면, 우리세계의 구조로서 비밀과 원리에 관한 기억 깨우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전시는 예술의 기본적인 실천으로서 '기억 깨우기'를 생각하고, 작품 앞에 대면하는 존재의 담론을 통해 관객의 상상이 집단의 기억을 깨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시대의 '선택'과 미의 '진면목'이라는 가치의 담론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정종구
작품의 디스플레이 이미지는 대구 매일신문자료로 등록된 전후(6.25동란) 이름모르는 어린소녀의 얼굴이다. 아마도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며 귀하신 부인이거나 평범한 아주머니, 아니면 생활고에 시달려버린 얼굴을 지니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쯤 며느리나 사위를 본다고 부산을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떠하든 나에게는 희미한 기억 속에 추론되어 피어나는 도상이며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우리에게 아련함을 준다. 과거는 현재를 이루는 편린의 조각들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사진의 이미지를 현대매체로 변조하고 조작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작업을 하였지만, 보는 나로서는 씁쓸함을 느끼며, 동시에 우리들의 현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 류재하
Vol.20101221h | 류재하展 / LYUJAEHA / 柳宰夏 / sculpture